시 / 미래에서 온 빨강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게 두질 못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 하려고 한다
하루종일 불이 켜지지 않는 언니의 방
언니가 잘 때도 켜져있는 언니의 TV
언니 침대옆에 언니의 약봉지들
어떤 날은 그것들을 보고 싶지 않아 무작정 집을 나온다
카페의 연인들
푸른 여름 나무들
잔잔한 연주곡 속에서도
다가 올 비극적인 장면을 본다
보이지 않는 것은 내 눈을 가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것에 저항하며
머리를 흔들지만
곧 순응하고
함께 시를 쓴다
미래에서 온 빨강
빨강이 나를 쫓고 있어
사이렌 소리를 내며
내 발자국을 따라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히는데
그 틈으로 굴러온 빨강
빨강이 통통거리며
다음 층을 누르고
형광등을 부수고
어둠을 부르고
나는 잡아 줄 손이 보이지 않아
빨강과 함께 튀어 오르고 있어
빨강에 팔이 돋고
손가락이 자라
이내 맞잡을 두 손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