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엄마가 돌아가셨다
지난 추석 때 뵌 게 마지막이었네
큰엄마는 꼭 러시아 사람처럼
살결이 하얗고 큰 눈동자는 푸른 갈색이고
러시아 사람이 꼭 그렇게 생긴 건 아니겠지만
러시아 사람처럼 추위에 강해 보였고, 따뜻한 수프를 잘 끓일 것 같았고
사실 큰엄마에 대해 잘 몰랐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큰엄마는 40대부터 점점 시력을 잃어 갔다고 했다
80대의 큰엄마는 흔들의자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며
“지나, 왔나?”라고 하셨다
푸른 갈색의 눈동자가 도자기처럼 하얗게 변했고 윤이 났다
나는 큰엄마의 비빔밥을 비볐고
내가 아~~~ 하면 따라서 아~~ 하시고 잘 드셨다
국물이 꼭 있어야 한다고 밥 한 번, 된장국 한 번 드셨다
꼭꼭 씹어 드세요
큰엄마가 웃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돌아가셨다
큰엄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거동이 어려웠고
시력을 상실한 이후로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했다
큰엄마와 깊은 친밀감 같은 건 없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리지도 눈물이 흐르지도 않는다
나는 오늘 울산으로 내려갈 것이다
장례식장에 가서 큰엄마의 영정사진을 보고
국화꽃을 두고 묵념을 하고
친척들을 볼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나의 미래를 가늠해 볼 것이다
순간,
"지나 왔나?" 소리에
멍해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