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만능키?
내가 업계 종사자라서 그런 걸까? 되짚어보아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막혀있는 프로젝트나 난제를 뚫기에 이만한 만능키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이다. 내가 하는 말이 정말인지 한 번 확인하고 싶으면 IT기업들의 인재 채용 조건(이왕이면 신입 말고 경력)을 한 번 살펴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나나 세상이나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 단어 바로 '빅데이터'다.
내가 최근 접한 빅데이터의 쓰임새는 이렇다. 치킨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제공해준다는 업체에 대한 광고!, 주식이나 컨설팅 업체에서 빅데이터를 통해서 살펴보았다고 내놓는 자료!, 그리고 정부에서 하는 빅데이터 활용 방안! 혹은 공모전!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이게 세상에 유용한가 싶을 때가 많다.
우선 치킨집 얘기부터 해보자. 치킨집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하려면 일단 거기에 투여되는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고, 그 분석을 활용하는 대상이 그걸 해석해내는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정말 치킨집에 유용한지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라는 마케팅적 흐름에 편승해서 동네 구멍 가게에서 또 다른 구멍이라도 내서 돈 뜯기에 혈안인건 아닐까.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을 쓰기 보다는 고객 한 명이라도 더 만나보고 광고비에 투자하는 게 맞는 선택일텐데라는 짧은 식견을 피력해본다. 일군의 기업에서야 빅데이터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0.01% 올리는 것이 엄청난 이익의 증대로 이어지겠지만, 동네 치킨집에서는 빅데이터로 0.01%를 올리기 위해 투여되는 비용이 그것을 통해 얻는 이익을 초과해버리기 십상일 것이다.
다음으로 일부 컨설팅 자료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컨설팅 업체에서 빅데이터라는 말을 인트로에 집어 넣거나 인용구에 등장시키는데.., 여간 잔망스러운게 아니다. 그런 자료에서 어떠한 데이터를 썼고, 어떠한 방법을 썼다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문구를 읽어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의 자료가 단순히 현란하고 화려하며 의미의 난장판이 펼쳐진 무의미의 미사여구로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빅데이터가 뜨기 십여 년 전부터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용어가 강력하게 등장했었고, 그 이전부터 산업공학, 금융공학의 여러 기법은 학문으로서 그 위치를 확보한 상태였다. 충분히 훌륭한 기법을 쓴다 하면 되면서도 모든 것을 보장하는 듯한 이미지의 빅데이터라는 말을 남발하는 건 대중을 속이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적 만능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빅데이터 활용했으면 어떤 빅데이터인지부터 쫌 설명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빅데이터 관련 행태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정부의 빅데이터 공모전 중 일부를 호기심 어리게 살펴보았는데, 일단 이 정부에서는 공모전마저 창조적으로 하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떠한 데이터가 있는지 제공 혹은 제시도 안 해주고 그냥 특정부서에서 하니까 특정 부서 관련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으란다. 그래 놓고서는 입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용권은 얼마든지 자기들한테 있단다. 당장 쓸 수 있는 건 상주며 써먹고 데이터가 없지만 괜찮은 건 나중에 써먹으려고 그러나 하는 불순한 마음이 일순 들었다. 빅데이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능키는 아니지 않은가.. 무슨 데이터가 있는지 정도는 말을 해달라.
정부에서 하는 빅데이터 전문가 인증 과정도 3개월가량 엄청나게 진도를 나갈 것처럼 해놓았지만 내막을 살펴보니 막상 수업 듣는 건 일주일 남짓이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프로젝트로 대체한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중소기업이나 작은 기업으로 제한적인데 과연 이 기업에서 이렇게 배워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그만한 데이터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정부의 유용한 데이터를 중소기업에 주거나,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와 기업을 산학 연계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지 않을까. 기업에서 필요한 건 정부의 지원이지 정부가 빅데이터라는 만능키를 쥐여 줬다는 생색 내기는 아닌 것 같다.
만능키는 영화에서나, 게임에서나 존재한다. 본인도 데이터를 가지고 일을 한다지만 데이터로 보지 못하는 게 더 많다는 걸 안다. 데이터가 만능이 아니니 그 만능키를 가졌다한들 내가 만능일리 없다. 데이터에 대해 많이 아는 전문가일수록 내게 해 주는 조언은 한결같았다. 현실을 보는 틀은 데이터만이 아니며 데이터로 못 보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숙고하라 했다. 다시 말하지만 만능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