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선물하기 Study
선물하기 관련 부서로 트랜스퍼하면서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념을 정의하는 작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요. 사고를 확장하고 그 속에서 암묵적이고 그러면서 공동체적으로만 통용되는 임시적인 정의(definition)를 내리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러는 가장 큰 이유는 정의(definition)라는 것 역시 언제나 재구성되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에서 선물이 무엇일까 한 번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우리말 어원부터 고민해봤습니다. 아쉽게도 선물의 순우리말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토 혹은 아토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이토 혹은 아토라 함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생각합니다. 흙 토(土) 자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오잉 순우리말인데 한자에서 왔다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순우리말도 그 어원이 한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냥이라는 순우리말은 산행(山行)이라는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흙과 선물을 우리 조상들은 왜 연관시켰을까요?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흙이라는 건 즉각적인 대가를 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람과 흙은 서로 오래 길들여야 하고 그 길듦의 대가 역시 오랜 시간을 거쳐 주어집니다. 여기서 선물을 정의할 하나의 실마리를 얻습니다. 선물이란 오래하고자 하는 사람끼리 길드는 것이다. 동시에 대가를 바로 바라는 건 아니다.
두 번째로 영어의 어원을 가지고 고민해보았습니다. 선물 영어로는 gift와 present입니다. 우선 gift부터 말해볼게요. gift는 give와 그 어원을 공유합니다. 즉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역시 대가의 의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신이 내린 목소리를 우리는 gift라고도 하죠. 같은 의미입니다. 신이 주셨다는 의미라 하네요. present는 라틴어를 통해서 영어로 유입된 말로 '제공받은' 뜻이 있다고 하네요. 여기서도 선물이라는 무엇일까라는 정의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데요. 선물은 능동적으로 주거나 혹은 수동적으로 제공받거나 하는 일방적 행위입니다. 여기서도 대가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선물은 일방적인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한자의 어원을 고민해보겠습니다. 선물(膳物) 이 한자를 파자하면 다시 말해 한자를 잘게 쪼개 보면 선은 고기 육의 부수(月)와 착할 선(善)으로 이루어져 있고, 물(物)은 소 우(牛) 자와 수레를 형상화한 글자(勿)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착한 선(善)은 양 양(羊) 자와 입 구(口) 자로 이루어져 있네요. 선물이라는 글자는 무려 양고기과 소고기로 이루어진 엄청난 글자입니다. 양고기와 소고기가 착하다니 엄청난 선물이겠네요. 그런데 당시 시대 상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 시대에 선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정착해서 산다지만 예전 중국에서 이 한자가 만들어졌을 때는 이동생활을 했습니다. 노마드 아시죠. 목축 생활 그런데 목축이라는 걸 우리에 가둬서 하는 시기는 목축생활에서 전체를 볼 때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가진다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잠시 머문다는 점유 혹은 공유의 개념이 더 컸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시 이동을 해야 할 시기가 온다면 그중 데리고 갈 수 있는 일부만 가지고 이동을 했습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자연으로 돌려보냈을까요? 나머지는 다음 이 곳에 와서 정착하게 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일종의 과잉 누적된 잉여를 나누는 것이었죠. 선물이라는 건 과잉 잉여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여기서 왜 그래야 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면 굉장히 큰 질문입니다. 한 번 나중에 얘기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짧게나마 얘기한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의 능력과 경제적 부를 재분배하거나 축적하거나 하는 방식은 화폐를 통한 교환 방식입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아직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화폐를 통한 교환 방식이 주류를 이룬 건 인류 시간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아직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 3시간 정도는 국가와 같은 거버넌스 체계가 부를 독점해서 나누는 수탈-재분배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 전 21시간 정도는 위와 같이 말한 밴드를 구성하고 부를 나누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즉 먹고살라고 했던 방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자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선물이라는 첫째 오래하고자 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다. 둘째 일방적인 것이다. 셋째 과잉 잉여를 나누는 경제행위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