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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종범 Dec 24. 2022

자기 효능감을 찾아서

JB의 주간여행 #3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연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려고 해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올 한 해는 이상하지만치 기운이 없던 해라고 느껴진다. 분명 명확하게 한 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느낌이다. 쓸모가 없어진 느낌 그래서 자신감도 떨어진 것 같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상실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막연히 내년부터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 외에 활동도 늘려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존에 활동하던 곳을 우선 둘러보게 되었다. 


전에 활동하던 곳의 디스코드 채널을 들어가 사람들의 행적을 보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에 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일종의 업무 동기부여 프레임워크라고 할 수 있다. 내 업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해보는 도구 또는 워크숍의 일종이라고 알고 있다. 사람들이 작게 워크숍을 해놓은 기록을 보니 흥미롭기도 하고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록이 잘 되어있어서 나 혼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내어 진지하게 임해보았다. 많은 질문과 카테고리들이 있었고 신중하게 답을 달아가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니 자기 효능감이 떨어져 불안했던 마음은 어느 정도 사라지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확신이 들었다. 


내가 해본 잡 크래프팅의 양식의 일부는 다음과 같았다. 

1. 내 일을 하는데 어떤 역량들이 필요한가?

2. 내 일에 대하여 어떤 일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3. 내가 속한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4. 내가 하는 일에 대하여 자율성이 있는가?

5. 내가 한 일에 대하여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가?

6. 나는 앞으로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가?

7.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8.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가?

9. 어떤 불편한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는가?

10. 그래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부적인 사항이 있는데 양식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못해 간단하게 10개의 질문으로 정리해 보았다. 그래도 10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해 보면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효능감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는 평상시 하던 일에서 마주 하기도 했다. 

이번 한 주에는 사내 교육을 진행하였다. 팀에서 하는 일인데 나는 운영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사내의 Product Management, Project Management에 대한 사례들을 찾아서 공유할 수 있도록 세션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들이 공유되었는데 그중에 나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던 강의 하나 가 있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지금의 회사에 들어와서 겪은 경험담이었다. 부제로 사용한 것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여서 사람들이 몹시 관심을 갖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듣기도 했다. 반응도 뜨겁기까지 했다.

이 강의를 발표한 발표자의 경험은 부제를 통해 충분히 느껴질 것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알 수 없는 혼돈 속에 살아가는 느낌을 대충 알 것이다. 발표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서 결국 택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스스로의 길을 찾기 위해 스스로가 길을 만들어 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발표자는 뻔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자신의 혼돈스러운 과정을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며 설명하다가 마지막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글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나는 이 발표를 들으면서 나만의 인사이트를 찾게 되었는데 그것은 "권한 없이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자기 효능감이 떨어진 이유는 제대로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한 것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일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움츠린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발표를 들으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기도 했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행동을 해야 어떤 영향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데 미쳐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 강의를 들은 후 갖고 있던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가한 연말을 맞아서 인사도 할 겸 사람들에게 1on1 Meeting을 요청했다. 그리고 미안하기도 하고 뻔뻔하기도 하게 갖고 있던 생각들을 모두 풀어놓았다.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모르나 나는 나의 자기 효능감을 올렸다.


아주 작지만 효능감을 느끼고 싶어서 하는 일도 있다. 그것은 스터디 모임을 주관하는 것과 몇몇의 리더들을 코칭하는 것이다.

스터디 모임의 실제 목적은 내가 공부한 것을 가르침으로 나의 공부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진행하는 중간에 내가 모르는 것들을 동료들로부터 채우고자 하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효과적으로 동작한다. 나는 스터디용 책으로 선정한 책을 서너 번 읽게 되었고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하여 나만의 멘털맵을 갖게 되기도 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메타인지를 높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하여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 기대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작지만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리더 코칭을 진행하고 있는 게 있다. 코칭을 진행하려면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고 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집단 코칭이다 보니 참여자 간에 약간의 눈치 보는 것이 있다. 게다가 1명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자이기도 했다. 어렵지만 아슬아슬한 발란스를 잡아가면서 그들의 문제를 끌어내고자 했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모두들의 문제는 리더가 되고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었다. 다행히 내가 리더를 해보았고 심하게 실패도 해보았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듯하다. 이번 주에는 그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나 그들은 혼돈 속에 있었고 어떻게 할지 몰랐는데 나의 경험담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간간히 추천해 준 책들을 통해 깊이 알아갈 수 있었던 것도 있다고 하였다. 놀랍게도 추천한 책을 하루 만에 단숨에 읽었다는 것이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말은 나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음 주까지 개인의 회고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는데 이번주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효능감에 대하여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나에 대한 여행 주간이 되었다. 다음 주에는 되돌아보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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