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종범 Mar 05. 2023

포기하면 편하다

JB의 주간 여행 #13

몇 년 전 엄청 고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게 해준 말이다.

"포기하면 편해. 그걸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지"

그때는 오기가 있었다. 시작한 일이기에 끝까지 가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미련하게도 크게 실패하고 힘든 시간이 되었다.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어쩌면 여유가 생겨서 다른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확히 안 가본 길이기에 상상 속의 결과를 실제 결과와 비교할 수 없다. 나의 실패는 당시에는 힘들었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나에게 경험과 지식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 조금 미련하게 시도하는 일들이 있다. 나의 욕심으로 시작한 일들이다. 남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한다는 생각으로 합리화하고 시작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시도를 하고는 크게 멘붕이 왔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고 금방이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고통스럽다. 그래서 예전의 저 말이 자꾸 생각난다.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시도로 돌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이다.

주변의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적어도 내가 볼 때 실패를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성공적이고 무난한 일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실패할 일은 시도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내가 볼 때는 그들은 확실하게 성공하고 결과가 빛나는 일을 잘 선택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참으로 실패할 일들에 자꾸 손을 대는 것 같다. 이런 것도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왜 자꾸 실패하거나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놀랍게도 이 작은 생각이 커져 당장이라도 시골로 가버리고 사람들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번진다. 위험한 신호이다. 하지만 내가 그만큼 힘들다는 신호이기에 생각을 멈추려고 한다. 그래서 달리기를 찾게 된다.


최근에 다시 러닝을 시작해서 평일 3회를 달리고 주말에 장거리를 달리는 게 목표이다. 마라톤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달리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겨서 장거리를 뛰려고 한다.

오늘은 막연히 장거리를 뛰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처음 3km 정도 뛰었을 때 제법 컨디션도 괜찮고 해서 7km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날이 따뜻해져서 제법 달리기 좋은 날이었다. 약간의 미세먼지가 있는 듯 하나 무시할 정도였다. 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덕을 만나곤 한다. 제법 높이가 되는 언덕을 마주하면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 때가 있다. 러닝을 하면서도 자꾸 포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의 러닝은 7km를 넘어 9km 까지도 넘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10km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그냥 멈춰도 되는데 굳이 숫자에 욕심이 난다. 그래서 9km를 넘기는데 곧 양가감정이 밀려온다. 근육통이 오고 발이 무겁고 허리마저 아프사오니 그냥 멈추자는 감정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동시레 10km를 달리고 성취감을 얻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포기할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러닝은 10km를 완성했다. 그렇게 힘들고 아프고 했던 것이 성취하고 달리기를 멈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신기한 일이다. 힘들고 아파서 포기하려 했는데 오히려 완성하고 나니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내가 도전한 일들은 포기한다면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찌 됐든 끝까지 가봐야 미련도 없고 그렇게 힘들던 감정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떠오르던 포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포기하면 편하다. 지금 멈추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편하다"


이번주에는 토요모임 이야기를 남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나의 고민에 대한 논의가 있기 때문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