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주는 바쁨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너무 잘 진행되어 여유가 생겼다. 1차 고개를 넘은 터라 한 달 정도 여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달은 여유가 있을 듯싶다. 그래서 그 여유를 즐기기 위해 그동안 정리 못하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잔뜩 쌓였던 나의 주제 단지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주제가 있었다. 게다가 끝난 줄 알았던 주제에 꼬리가 붙어서 끝나지 않았던 것들도 있었다. 분명 여유가 있었는데 여유가 없어졌다. 여유롭다는 표현은 바쁘다는 표현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 시간 틈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쏟아졌다. ㅎㅎ "여유쁘다?" 이런 합성어를 만들고 싶은 한 주였다.
비폭력대화
어느 정도 배운 것이 있었지만 내가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게 배웠던 터라 잘 알지 못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AI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사둔지 꽤 지났는데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ChatGPT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게 되었고 답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간간히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또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이 과정이 흥미롭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비폭력대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을 복기하면서 정리를 해보았다. 떠오르는 것들을 포스트잍에 적은 후 관련된 것들을 연결해서 책의 내용을 짜깁기 했다. 그런 후에야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려는 것들이 보였다. 간단히 키워드 위주로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내가 ㅇㅇㅇ 을 보았을 때 ㅇㅇㅇ 한 느낌이 들었고, 그건 ㅇㅇㅇ이 중요하기 때문이니 ㅇㅇㅇ 을 해주었으면 해." 정도를 요약
2. 공감으로 듣기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라"라는 구절로 요약
3. Sympathy(동정), Empathy(공감), Compassion(연민)
동정은 거리감 있는 느낌, 공감은 연결, 연민은 연결과 행동.. 정도로 요약
4. Self-compassion
우리말로는 "알아차림"으로 요약
5. 분노 표현하기
자신의 욕구와 연결하고 표현하기
별개로 의사소통 SOC(Self-Other-Context)라는 3가지 핵심 요소의 개념도 알게 되었다.
CTA (Cognitive Task Analysis)
이건 얼추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탐구가 더 필요한 것이다. 정확히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CTA는 인지적 작업 분석이라고 하여 전문성을 파악하는 일종의 인터뷰 기법이다. 내가 이것을 계속 학습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과 동료들의 전문성을 파악하고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복잡성이 높고 불확실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별다른 지식 없이 투입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매니지먼트를 수행하는 일이다. 이 과정은 쉽게 정의할 수 없고 이미 알려진 방법론들은 실제로 하는 일들에 대하여 설명하지 못한다. 아마 정의된 방법론이나 이론들은 대략 30% 정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종종 우리가 하는 일들의 평가에는 우리들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견들이 많다.
게다가 우리 일에 대하여 주니어를 학습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가르쳐주려고 해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어도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굳이 기간을 이야기하면 기존 해당 분야에 10년 정도 경험이 있고 지금 일에 대하여 최소 3년~5년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 대략 전문성이 있다고 보는 시기는 해당 분야 경력 10년 + 우리 일에 대한 경력 10년, 도합 20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전문성을 잘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경험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의도적 수련이 필요하지만 그 또한 어떻게 설계할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CTA를 통해서 학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전문성 있는 사람이 실제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경험을 CTA를 통해 인터뷰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일종의 훈련 기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CTA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CTA 가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배워야 한다.
한동안은 CTA를 우리 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실험을 할 예정이다. 동료들을 인터뷰하면서 정리해 볼 생각이다. 논문들도 읽어야 할게 많은 것 같다.
독서
Text-Hip 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다. MZ 들의 트렌드라고 하며 숏폼만 볼 것 같은 세대가 최근 고전소설 같은 것들을 읽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있어 보이기도 한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꽤 괜찮아 보이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독서는 호기심을 쫓아가는 데 있다. 어떤 것에 대하여 호기심이 생기면 제일 먼저 책을 찾아본다. 대체로 그 호기심에 대하여 이미 학습한 사람들이 있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빠르게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만으로 나의 호기심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책 속에서 참고한 논문으로 이어진다든지 직접 해본다는지 등으로 연결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시작은 확실히 독서가 좋다.
이제 막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는지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쌓여 버렸다. 가을이 오고 있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호기심들도 많이 늘어나고 독서의 타이밍이 오는 듯싶다. 여름에는 정말 더워서 머리가 멈추는 현상이 많았다. 뇌가 활동하기 좋은 날씨로 변하니 쌓아놓은 나의 관심도서들을 하나씩 읽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