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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Jul 07. 2023

특이하지 않아도 특별한 농구선수, 니콜라 요키치

마굿간의 말 머리를 쓰다듬는게 최고의 행복인 NBA 슈퍼스타

빈지노는 노비츠키를 좋아한다. 2010-11시즌 파이널 MVP는 미국사람도, 흑인도 아닌 독일 국적의 백인 디르크 노비츠키 였다. 빈지노는 그런 노비츠키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미국 흑인이 주류인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비 흑인 래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노비츠키에서 본 것이다. 때 마침 빈지노의 아내 스테파니의 국적도 독일이기 때문에 빈지노는 노비츠키에게 자아 의탁하기 더 수월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건강한 자아의탁이다.


나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다. 2022-23 시즌 세르비아 국적의 백인 농구선수, 니콜라 요키치다. 미국 국적의 흑인이 다수인 NBA 씬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소수 인종들을 응원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수를 응원한다. 흑인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니콜라 요키치는 이번 시즌 소속팀 덴버를 우승으로 이끌며 2022-23 시즌 파이널 MVP가 됐다. 요키치의 활약으로 덴버는 1967년 창단 후 첫 우승을 했고, 덴버는 뜨거운 열기의 도시가 되었다. 요키치는 나의 노비츠키다.



요키치는 단순히 소수인종 언더독으로만 설명되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화수분 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역대 NBA 슈퍼스타 중 일상 생활이 가장 평범(?)한 사람인 것 같다. 농구를 제외한 그의 인생은 미국판 기안84, 미국판 김대호 아나운서라고 할 수있다. 그냥 사는대로 산다. 사치를 하거나 대단한 파티를 벌이는 일이 없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에 대해 관심이 없어 전혀 없어보인다. 옷도 대충입고 아무런 SNS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지 필요가 없고 귀찮아서라고 한다. 세르비아의 시골출신인 그는 마굿간에서 키우는 말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농구코트 위에서의 요키치는 그 누구보다 비범한 사람이 된다.  211cm의 센터 포지션은 그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요키치의 시그니쳐 무브인 솜보르 셔플은 턴어라운드 고각 외발 슛으로, 큰 덩치를 이용해 엉덩이로 수비수를 밀어내며 부드럽게 슛을 성공 시킨다. 이런 거구가 자신의 영역을 민첩하게 만들며 부드러운 슛을 쏘면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다. 요키치는 골 폭격기다.


그의 강점은 피지컬에서 끝나지 않는다. NBA 선수중 그 누구보다 부드러운 슛터치와 공격 조립을 자랑한다. 요키치에서 시작된 창의적인 공격 조립은 덴버를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사령관처럼 패스를 적재적소에 꽂아주며 다양한 루트로 허를 찌르며 공격을 전개해나간다. 월드클래스 탑급 NBA 수비수들이 그래서 덴버를 막지 못한다. 요키치의 뛰어난 BQ(농구지능) 덕분에 그의 경기를 보면 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언젠가부터 묵묵히 자기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 대단한 사람이 대단한걸 뽐내지 않을 때 그 사람이 더 대단해 보였다. 조용히 자기의 몫을 다하는 사람은 더 빛나게 되어있다. 니콜라 요키치는 그런 사람이다. 일상생활에서 특이하려고 하지 않아도 특별한 사람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집에서 한가히 시간을 보내고 농구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뜨겁다. 양면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취향이 묻어 있다. 장기하, 니콜라 요키치, 빈지노, 조휴일. 특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특별한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니 어찌보면 이것은 나의 지향점일수도 있겠다. 나의 20대는 특별해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찼었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잘 하고 싶었고 뛰어나 보이고 싶었다. 힙합에서 배운 자아를 부풀리는 방법에 심취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특이한 척과 특별한 척을 종종 했던거 같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이제 30대가 되면서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잘해 보이려고 하는 것 보다 진짜 잘하는게 중요하다.



담백한 사람이 좋다. 마굿간에게 말을 쓰다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감인 요키치를 좋아한다. 농구코트 위에서는 거구의 몸을 부드럽게 쓰며 다채로운 공격 옵션을 팬들에게 선사하는 사람. 그의 반전 매력이 좋다. 조용하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니콜라 요키치에게 건강한 자아의탁을 해본다. 요키치에게 간헐적으로 중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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