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이자 롤모델, 그레타 거윅에 오랜 기간 중독되다
그레타 거윅은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이자 각본가다. 그리고 내 롤모델이다. 175cm의 큰 키, 금발, 시원스러운 입매가 매력적이다. 입매를 인상적인 특징으로 언급한 것은 안 그래도 입이 큰 그녀인데 입을 크게 벌려 미소 짓는 모습을 많이 본 기억이 있어서다. 그 웃음이 내게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흔한 웃음이 아니라 그렇다. 그녀는 웃겨서, 웃기려고 웃지 않는다. 웃프거나 난감해서, 또는 엉뚱할 때나 황당한 상황에서 웃는다. 우디 앨런처럼 수다스럽고 재미있는 대사를 쓰고 웃픈 상황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밝고 유쾌하고 엉뚱하고 낙천적인 이미지의 그레타 거윅을 좋아한다. 그녀는 크지만 귀엽다.
거윅은 83년생으로 영화감독으로는 젊은 편이다. 감독이 되기 전에는 배우로 활동했다. <재키>, <매기스플랜>,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우리의 20세기> 등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에도 출연했다.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작품은 <프란시스 하>다. 흑백영화고 인디영화다.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감독 노아바움백과 각본까지 함께 썼다. 둘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도, 상도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사실혼 관계가 됐고(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름) 두 명의 아이도 생겼다. 그녀는 초혼이고 노아 바움백은 두 번째 결혼이지만 둘은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 부럽다.
(노아 바움백의 이혼 과정은 영화<결혼 이야기>에 담긴듯 하다.. ㅎㅎ)
최근에는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연출한 작품들이 출연한 작품보다 더 유명한 것 같다.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 리메이크작 <작은 아씨들>이 있다. 최근에는 영화 <바비>를 연출했고 감독으로서 내한도 했다. 그녀가 연출한 작품을 좋아하고 늘 기대한다. 이번엔 또 어떤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줬을까. 믿고 보는 거윅언니다.
거윅은 100%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리지 않지만 대체로 자전적인 내용을 담는다. 그녀는 미국 서부 치고 조용한 동네 새크라멘토의 카톨릭 고등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예술가의 도시 뉴욕을 동경했다. 그러다 뉴욕에 있는 대학교(바너드 칼리지 영문학, 철학과)입학에 성공하면서 뉴욕에 입성한다. 이후 뉴욕에서 청춘답게 생활고를 겪기도 하면서 짠내 나는 예술가 지망생의 삶을 살았다. 결국 진정한 뉴요커이자 영화인으로 성공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꿈꾸던 뉴욕 아트계의 일원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은 그녀의 영화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영화는 그녀 그 자체다.
나도 그레타 거윅을 <프란시스 하>로 처음 알았다. 노답의 현생을 사는 주인공 프란시스에 몰입했다. 프란시스는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는 27살 청춘인데 자기 꿈과 밥그릇을 찾으려고 고군분투 중이었다.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 철도 없고 능력도 부족한데 대책 없기까지 하다. 무용단에서 해고돼서 생활비도 쪼들리는 상황인데 즉흥적으로 이틀간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가서는 시차 때문에 낮에 실컷 자고 밤에 잠깐 산책 ㅎㅎ 이 잠깐의 씬에서도 답답한 장면은 계속된다. 화면도 흑백이라 더 답답한데 남일 같지 않아서 최고로 답답하다. 나 또한 20대 후반에, 아니 지금까지도 내 설 자리를 치열하게 물색 중이라 그런 것 같다. 30대 후반에 결혼과 안정보다는 꿈과 도전 쪽을 자꾸 바라보는 나란 인간…ㅜ 어쨌든 거윅은 인생의 짠내를 무겁지 않게, 오히려 유쾌하게 풀어내 더 지지받은 것 같다. 게다가 흑백화면의 미장센도 너무 아름답다. 청춘의 고통을 아름답고 위트있게 그려냈다. 나 포함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됐을 테다. 발랄 유쾌한 거윅의 장점이 독보적으로 드러난 영화였다.
예를 들면, 주인공 프란시스는 무용단 견습생을 하며 근근이 먹고살고 있는 상황인데 극 중에서 처음으로 여윳돈이 생겼다. 택스를 환급받은 것이다. 그 길로 바로 썸남(아담 드라이버)에게 밥을 산다며 그를 불러냈다. 식사를 마치고 멋지게 계산하려는 찰나, 점원은 체크카드라서 계산이 안 된단다. 낯 뜨거워진 프란시스는 당장 현금을 뽑아오겠다며 식당을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는 ATM을 향해 한참을 달리다가 그만 대자로 넘어진다. 그 긴 팔과 다리를 쭉 뻗은 채 길거리에 엎어진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확히는 웃펐다. 미워할 수 없는 철없음이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상황에서 울지 않고 웃게 만드는 발랄한 페이소스, 내 취향이다.
거윅이 늘 품고 있는 영화의 뼈대 또한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꿈이나 야망을 가진 개성 있는 주인공이 나오고, 영겁의 짠내를 거치면서 영화의 끝에 주인공은 성장해 있다. 영화를 재미있게,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자란 느낌이다.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도 그랬다. 크리스틴은 부모님이 원하는 평범한 새크라멘토의 공립대학생보다 비범한 뉴욕의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이 준 평범한 이름 대신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는 특별한 이름을 부여한 살짝 독특한 여고생이다. 레이디 버드로 불리지 않으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핑크색 머리에 핑크색 깁스를 하고 다닌다. 착하고 평범한 여고생이기보다는 연극, 연애, 담배, 섹스, 반항 등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이런 과정에서 좌충우돌 사건을 겪어내며 성인 뉴요커가 됐다. 뉴욕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떠나고 싶던 새크라멘토와 엄마와도 화해하며 성장했다. 거윅은 어디론가 향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엄마나 친구와의 관계처럼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 있고 그것을 잘 풀어낸다. 성장영화 장인이다.
콘텐츠와는 관련 없지만 그녀의 작업방식도 내가 그녀를 동경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파트너라고 불리는 노아바움백과의 관계가 유니콘스럽다. 둘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영화인 부부다. 각본을 같이 쓰기도 하고(바비), 노아가 감독을 하면 거윅이 주연을 하기도 한다.(화이트 노이즈) 공동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둘의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둘의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우디 앨런의 영화와 비슷한 느낌인데 대사가 많고 중요하고 위트있고 유머러스하다. 우디 앨런의 영화가 코미디를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으니 이는 유머 코드도 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노아 바움백은 우디 앨런처럼 스탠드업 코미디나 SNL 대본을 쓰기도 했다. 우디 앨런을 정말 좋아하는 내가 이 부부를 좋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명백한 취향이다!)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극을 푸는 점도 비슷하다. 둘은 서로를 제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고 각자의 색을 가장 존중하면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다. 같은 분야에서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다. 둘은 함께 하면서 좋은 시너지를 내며 더 대단한 사람들로 성장하고 있다. 나 또한 배우자와 이런 관계가 되기를 꿈꾼다.
그 외에도 페르소나 마냥 많은 작품을 함께하는 내 취향의 배우들(아담 드라이버, 티모시 샬라메, 시얼샤 로넌)을 떡잎 때부터 발굴해 대스타가 될 때까지 친밀한 관계로 최고의 호흡을 낸 것까지도 내 취향이다. (마치 나영석 PD와 이서진 같은,,)
그녀가 출연하든, 만들든, 글을 쓰든 어떻게든 개입된 영화는 그레타 거윅만의 색이 담긴다. 가장 진하게 담긴 것은 그녀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따뜻하고 유쾌하고 낙천적인 눈을 가졌다. 그런 관점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기에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천방지축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좀 더 성숙한 미국 버전의 노다메 같기도 하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노다메도 나의 최애,,,) 나 또한 사주에 낙천적임이 있고 천방지축에 대책없기도 하다..ㅎㅎㅎ 언젠가 세상에 유쾌함 몇 스푼을 더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 과정에서 노아 바움백 같은 파트너를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녀가 현재 그러하듯...! 그레타 거윅 언니는 나의 최애이자 롤모델이다.
재미로 본 어플 사주…!
천진난만함과 낙천적인 성향이 사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