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세요.
비기(The Notorious B.I.G.)와 투팍(2pac)은 90년대 초중반 힙합 아티스트다. 단순한 아티스트는 아니고 힙합에서는 전설이고 아이콘이다. 세계사를 다루는 TV 콘텐츠인 tvN <벌거벗은 세계사> ep.77 재즈&힙합 편에서도 이들을 중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힙합에서는 지역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가 다르고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있는데 마치 스포츠와 비슷하다. 비기는 미국 동부를 대표했고, 투팍은 서부를 대표했다. 동부와 서부의 거리만큼 다른 특색이 있고 오해도 쌓여 결국 둘 다 사망에 이르게 됐다. 안타깝다. 둘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G.O.A.T(Greatest of All Time)로 인정할 만하다.
그럼에도 힙합팬이 아니면 이들을 잘 모를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비기를 스친 적이 있다. 퍼프 대디(Puff Daddy, 현 숀콤스로 개명)의 유명한 노래 <I’ll be missing you> 에서 ‘you’ 가 바로 비기다. 나도 이 노래가 꽤 오랜 기간 사랑 노래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비기가 97년 LA에서 사망한 이후 비기를 추모하기 위해 발매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이 곡의 여성보컬 Faith Evans은 비기의 와이프다. 간헐적 중독자로서 하나의 노래라도 다양한 버전을 찾아 듣는 편인데 꽤 많은 추모에 이 곡이 사용됐다. 농구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동영상의 배경음악에도 있었고, 영국의 다이애나비 추모 콘서트에서도 불리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YDG(양동근)가 비긴어게인에서 커버했다. 그는 DJ DOC 이하늘의 동생 이현배를 추모했다. 밝은 비트의 담담한 추모곡, 내 취향이다. 힙합은 추모도 멋있게 한다.
비기와 투팍은 동시대를 풍미했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이 둘의 음악을 비교하며 내 취향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The Notorious B.I.G.
The Notorious B.I.G. 줄여서 비기라고 불리는 그의 음악은 투팍에 비해 톤이 무게감 있다. 실제로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비기는 이름에 걸맞게 190cm, 150kg의 거구다. 울림통이 크면 내는 소리가 분명 다르다. 묵직한 랩이지만 듣는 사람의 머리와 어깨는 가볍게 만들어 주는 점이 놀랍다. 끈적끈적한 그루브를 얹은 덕이다. 비기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는 자연스럽게 끄덕여지고 어깨는 살짝살짝 들썩여진다. 크게는 아니고 ‘살짝살짝’이다. 그가 던지는 랩과 멜로디의 높낮이의 차는 크지 않고 잔잔에 가깝다. 미니멀한 바이브다. 그래서 지금 들어도 크게 촌스럽지 않고 클래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이런 고개 까딱까딱 그루브가 주는 에너지가 내 취향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비기 - 할 말이 있어>(Biggie: I Got a Story to Tell)에서 이런 리듬감은 재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비기는 재즈 뮤지션과 어울리며 배워 재즈의 영향을 받았다. 재즈 뮤지션이 될 뻔도 했기 때문에 드럼 연주에서 멜로디가 느껴지는 아티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리듬으로 멜로디를 만드는 느낌을 터득하기도 했다. 그의 라임에서 비밥 드럼 솔로의 모든 특징적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옛날 노래를 많이 들었고 알앤비 작곡가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음악은 펑키한 느낌도 있다. 흑인 음악의 좋은 점을 고루 탑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루비하고 미니멀하며 재치 있고 센스 있다.
2Pac
투팍은 비기와 상반되는 느낌이다. 비주얼에서부터 크게 차이 난다. 체형의 문제는 차치하고 비기의 스타일이 미니멀하고 기름기 빠진 담백한 느낌이라면 투팍은 온몸으로 ‘내가 멋이다’를 내뿜고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상반신 탈의를 하고 옷대신 금 액세서리를 입었다. 반다나와 데님 등 당시 기준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패션에다 함께 출연한 동료들도 콘로우를 하는 등 까리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심지어 그 당시의 패션 유행이 지금 돌아온 상태라 촌스러운 느낌도 적다. 비기는 그에 비하면 무난한 정장이나 셔츠를 입고 있고 얌전한 편인 것 같다. 멋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겠다.
투팍의 비트는 비기보다 훨씬 멜로디컬, 드라마틱하다. 멜로디컬 하기 때문에 지금 들으면 옛날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투팍의 음악은 좀 더 세고 신나고 파티음악에 어울린다. 사실 엄청 신난다고는 생각은 못했는데 슈퍼볼 하프타임쇼 Westcoast 특집 편 ㅎㅎ 무대에서 갑자기 <California Love>가 울려 퍼지는 순간 흥이 올라와서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투팍의 이런 열정 뿜뿜한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도 특유의 바이브가 있다. 불구덩이가 여러 번 나온다. 불과 어울리는 비트라는 뜻이기도, 화려함과 열정의 표식이기도 한 것 같다. 가사 또한 열정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류층 흑인의 삶과 현실, 미혼모 등의 약자를 다루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컨셔스 랩을 하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를 내려면 꽤 뜨거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투팍은 뜨거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두 아티스트의 음악에 동시에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됐다. 내 취향은 비기다. 우선 멋에 대한 태도가 나와 비슷하다. 비기와 투팍 둘 다 멋을 보여줬지만 그 방식에서 비기의 쪽이 나와 잘 맞는다. 비기의 멋은 자연스럽고 은은하다. 투팍도 멋있기는 하지만 멋이 넘쳐흘러 주체할 수도, 숨길 수도 없어 온몸으로 화려하게 내뿜는다. 이런 바이브는 에너지로 느껴진다. 개인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에너지가 있을 텐데 투팍의 에너지는 내게 조금 과하다. 평소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고 화도 많지 않고 차분한 편인 내가 매일 듣기에는 조금 피로하다. 드물게 흥을 돋우고 싶을 때 투팍의 노래를 찾을 것 같다. 나는 늘 비기 정도의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다. 나와 비슷한 에너지라 더 자주 듣고 싶은 비기의 음악, 내 취향이다. 비교는 취향을 뚜렷하게 한다.
덧)
두 아티스트의 가사는 다음 간헐적 중독 타이밍이 오면 분석해 보겠습니다 ^_ㅠ
참고로 환승연애2 지연(2001년생)은 투팍을 좋아한다고 했다. 흥이 많은 분인가보다. 비기와 투팍 둘 다 훌륭한 레전드 아티스트다. 취향차이일뿐!ㅎㅎ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비기가 더 마음에 드신다면 동부힙합 아티스트 Nas, Jay-Z, Wu Tang Clan, J.cole, Joey Bada$$, Cordae 같은 붐뱁을 더 찾으시면 되고, 투팍이 더 마음에 드신다면 서부힙합 아티스트 스눕독, 닥터드레, 50센트, 켄드릭 라마 등을 찾아보시면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취향은 한번 파면 고구마줄기처럼 무더기로 나오는 것…!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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