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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Jul 17. 2017

#서평 17 : 역발상 주식 투자

켄 피셔 저, 상관관계 0을 향해서

[역발상 투자에 대한 개론서]
[상관관계 0을 향해서]

 켄 피셔의 신작, 역발상 주식 투자입니다. 사실 원서를 기준으로는 출간되고 시간이 조금 흐르긴 했습니다만 번역서를 기준으로는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저자는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를 집필한 켄 피셔이며, 역자는 이건 선생님입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역발상'이라는 매력적인 제목까지 달고 있는 책이라서 정말 얼른 주문해서 읽어봤습니다. 역시나 만족스러워서 다른 책들 서평도 밀렸지만 얼른 이 작품의 서평부터 작성합니다.

 책을 읽고 머리에 남은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역발상'은 군중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가 새로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도 꼽는 '역발상 투자에 대한 오해'의 가장 전형적인 예가 바로 역발상 투자를 '군중과 반대로 가는 투자' 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중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군중의 거울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정한 역발상 투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역발상 투자를 강조하는 수많은 대가가 있습니다. 사실 디테일에서는 다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요점은 전부 '독립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군중과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 이는 독립적으로 생각한다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립적이라면 군중의 생각 및 행동과 나의 생각 및 행동 사이에 규칙성이나 추세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데, 군중과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결국 군중의 행동이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독립적인 사고를 한다면 군중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가 '0'에 가까워야 할 텐데, 군중과 반대로 사고한다는 것은 군중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가 '-1'에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결국 군중을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무리라고 정의할 때, 군중의 반대로 사고하는 사람은 그저 또 다른 군중에 불과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대가들이 강조하는 '역발상 투자자'와는 거리가 먼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제 우리는 역발상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막연한 답을 얻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책값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은 조금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래서 역발상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저자도 서문에서 두뇌훈련지침으로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으니 우리의 욕심이 과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자는 도움이 될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우선 시간 지평에 대한 부분입니다. 워런 버핏은 '10년을 보유할 것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라는 말을 했지만 범인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을 기억해보시죠. 잘 기억이 나지 않으시죠? 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해서 어렴풋이라도 기억해보시죠. 그때의 내가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추정할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전 당시에 문과로 진학할 것이라는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때라서(... 그대로 쭉 갔어야 했는데) 현재 모습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미래의 나의 모습으로 추정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2년 뒤 내 모습은 대충 추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을 테고, 계획대로라면 과학고 입시 준비를, 만약 중간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일반고 입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됩니다. 각 시나리오별 가능성도 어렴풋하게 그려졌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시간 지평 수준도 딱 이만큼입니다. 예측 가능성도 심각하게 떨어지는 10년 이상의 미래를 추정하려고 애쓰느라 괜히 기운 빼지 말고, 포지션 방향을 12~18개월 전망에 기운 빼지 말고, 결정하라고 말합니다. 사실 12~18개월 정도의 미래도 꽤 흐릿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 수출 중심 경제이기 때문에 수출실적이 국가 경제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수출실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선진국의 소비 등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부터,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을 결정하는 요인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10년 뒤 상황을 그려보는 것보다는 훨씬 예측 가능성도 높고, 어렴풋한 그림은 그려볼 만한 주제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12~18개월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도 이와 같이 해볼 만한 주제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12~18개월 전망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요? 결국 지표를 바탕으로 전망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지표라는 것도 정말 다양합니다. 그래서 어떤 지표가 좋을지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저자는 <경기선행지수>부터 보라고 조언합니다.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데이터를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경기선행지수만큼 좋은 지표도 드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주식투자를 위한 지표로써 보기에는 살짝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적용하기 위한 지표에 대한 설명은 홍춘욱 박사님의 <돈 좀 굴려봅시다>가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투자 포지션 방향을 결정할 때는, 위험요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투자자는 홈런을 치는 투자자가 아니라 아웃을 잘 안 당하는 투자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기하평균과 산술평균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문병로 교수님의 <메트릭 스튜디오>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험요인을 바라보는데 필요한 시간 지평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간단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합니다. "30개월 내에 문제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30개월 이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면, 진짜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고려해서 포지션을 결정하고, 30개월 이내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낮다면, 일단은 30개월 이내 문제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사실 30개월이면 2.5년인데, 2.5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심지어 그게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위험요인이라면, 30개월 이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될 때 포지션에 반영해도 크게 늦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매력적인 개념이 "방 안의 코끼리"라는 개념입니다. 영어 속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는데, 영어권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생소한 개념입니다. 의미는 단순합니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으면 얼마나 신경이 쓰이고, 중요한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이걸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애써 무시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무시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정말 방 안에 코끼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져서 잊어버리게 될 텐데(사실... 아, 아닙니다.), 결국 역발상 투자자는 이런 잊혀버린 방 안의 코끼리를 찾아서 그걸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방 안의 코끼리' 사례로, 총영업이익률이나 수익률 곡선 등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방 안의 코끼리'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1) 아주 중요한(치명적인) 문제이다. 2) 하지만 모두 잊어버렸다. 3) 모두 잊어버렸으니 당연히 가격에 반영이 안되어있다. 

 여기서 '방 안의 코끼리'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부분이 교과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교과서는 치워라'라는 챕터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책도 버려라!'라고까지 합니다. 사실 이 챕터를 봤을 때 순간 고민했습니다. '또 학문적인 이론은 쓸데가 없으니 다 갖다 버리라는 건가' 싶어서입니다. 사실 대가들의 책을 보다 보면, 학문적인 이론은 필요가 없다는 맥락의 이야기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아주 쓸데가 없나? -> 쓸데가 없다! -> 에잇! 왜 배워야 하는 거야!! -> 더러운 세상(?)'이라는 과격한 방향으로 생각이 나아가는 바람에 큰 고생을 했습니다. 제가 나름 고민해보면서 찾은 저만의 답은 이렇습니다.


교과서는 꽤 중요하다. 다만, 학문적 이론들은 보다 극적인 결론을 보여주기 위해서 '과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면 큰일이 난다. 하지만 기본적인 컨셉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래서 괜히 또 글발 좋은 대가인 저자가 "이론은 쓸데가 없어"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어버리면 괜히 헷갈릴까 봐 읽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페이지를 넘겼는데 다행히도(?) 친절하게 풀어서 써준 글이라서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자도 주장도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닿아 있었습니다. 저자가 교과서는 치우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미 교과서에서 다뤄서 '모두가 아는 것'이라면 웬만하면 소용이 없기도 하고, 때때로 아주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인해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과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던지지는 말라고 합니다. 결국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기본'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방 안의 코끼리'는 그 기본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익률 곡선 등이 그렇습니다. 교과서를 다 내던져버리고 읽지 않은 사람은, 수익률 곡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면 방 안의 코끼리 중에 하나인 코끼리 자체를 모르는 것입니다. 애초에 코끼리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방 안의 코끼리를 찾겠습니까. 그러니 방 안의 코끼리를 찾으려면 일단 교과서 속 기본들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교과서는 과최적화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 교과서를 통해 공개되어버린 기법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 PER, CAPE 등 - 교과서를 쓰여있는 그대로 규정집처럼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잊지 않습니다. 즉 '역발상'은 말했다시피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탁월한 과거 실적과 함께 공개된 기법은 더 이상 역발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군중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 물론 시간이 흘러서 관심이 시들해져 버린다면 그 기법과 이론은 또 하나의 '방 안의 코끼리'가 되어 역발상의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밖에도 행동 재무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대부분의 책이 행동 재무학에 대한 찬사를 품고 있는 것과 달리 명확한 한계를 지적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행동 재무학적 이론들은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통제 수단으로써의 효용이지, 마케팅 수단이나 초과수익의 수단으로써의 효용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행동 재무학 이론을 통해서 자기를 통제하고, 군중으로부터 벗어난 후에 무시당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방 안의 코끼리)을 통해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들 외에도 좋은 배움의 장이 되어줄 수 있는 책에 대한 소개 등도 담고 있어서 특히 유익했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역발상이라는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그렇고, 특유의 데이터 깔아놓고 이야기하는 방식도 그렇고 역시나 피셔들의 책은(아버지, 아들)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실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라면, 서두 부분의 '역발상 투자의 올바른 정의'만 이해하고 난 후에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독립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번에 그렇게 점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켄 피셔라는 투자 구루의 힌트가 그 자체로도 탁월한 사고의 틀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역발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강력히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읽는다면 더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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