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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Aug 28. 2017

#서평 18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권용진 저, 전략만큼 전술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 권용진 저]
[전략만큼 전술도 중요하다.]


 '퀀트'라는 단어가 참 익숙합니다. 요즘 매체에서는 꼭 한 번씩 언급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저처럼 커리어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20대들에게 퀀트라는 단어이자 직업군은 하도 자주 들어서 익숙하긴 한데, 막상 그 속의 이야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미지의 세상입니다. 그런 정보의 부족에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라는 책입니다. 

 다만 쉽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표지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저자의 문체 등은 접근성이 좋아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풍깁니다만, 실제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퀀트의 개괄적인 설명부터, 월가 옵션 퀀트로 일한 저자의 경험담 등 깊이 있는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쉬워 보이는 문체나 표지에 현혹되면 다 읽고 난 후 


오, 퀀트 멋있네!                           

 

라는 감상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고민하면서 읽어도,      


오, 퀀트 멋있네! ... 근데 좀 어렵네                                  

 

라는 감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머리 속에 남을 테니 부디 쉬운 문체라고 스스륵 넘겨서 읽지는 않으시길 권합니다. 


 1부는 퀀트 투자의 개괄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소프가 카지노를 이기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캘리의 공식 등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대 퀀트 베이스 헤지펀드들의 기상천외한 접근방법들 - AI를 이용한 금융시장의 패턴 찾기 (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 등 -에 이르기까지 쭉 읽고 나면, 퀀트라는 분류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정리한 바는 이렇습니다. 퀀트라는 접근법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양적, 질적 요인을 모두 녹여낸 객관적인 확률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퀀트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은, 최초의 퀀트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소프가 보여줍니다. 소프는 카지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의사결정에 확률 개념을 도입합니다. 블랙잭을 할 때, 블랙잭이라는 게임 속 확률 분포를 바탕으로 자신의 한계적 의사결정에 따른 승/패의 확률을 계산하고, 이 확률을 기준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이때 전체적인, 객관적인 관점에서 유리한 승리 확률을 확보해주는 일련의 행동 방식이자 기준을 '좋은 전략'이라고 합니다. 
 
 즉, 퀀트 투자에 있어서 좋은 전략이란, 확률 분포를 바탕으로 전략 수행자에게 상대적인 확률적 우위를 선사해주는 의사결정 유형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좋은 전략'만으로는 퀀트 투자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좋은 전략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근거하기 때문에, 많은 시행 횟수가 확보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저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이자 투자)에서는 많은 시행 횟수라는 것이 사고 실험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 횟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좋은 전략은 그저 반쪽짜리가 되어버립니다. 시행 횟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간구하지 않으면, 확률에 근거한 좋은 전략이란 그저 "체계적인 도박"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실제로 에드워드 소프도 경험합니다. 분명 확률적으로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고안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파산을 해버리면 이론적으로는 이기는 게임도 실제로는 져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에드워드 소프가 카지노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발견한 탁월한 전략뿐만 아니라 그 전략이 충분한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시행 횟수를 확보해줄 탁월한 전술 또한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소프는 벨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교수였던 J. L. Kelly의 켈리 공식이라는 탁월한 전략을 얻습니다. 켈리 공식은 기본적으로 '최대 수익률은 정보의 확실성과 비례한다'라는 이론에 근거한 공식입니다. 그 내용은, '베팅 비율 = (배당 * 승리 확률 - 패배 확률)/배당'입니다. 즉 베팅은 승리 확률과 배당률이 높을수록 크게 해야 하며, 승리 확률에 있어서 우위를 가질 수 없다면 한 푼도 베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탁월한 전략과 전술을 모두 확보한 에드워드 소프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카지노를 휩쓸고 다닙니다. 오죽하면 카지노에서 소프 교수를 입장 금지시키고, 입장 금지를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해서 입장하고, 나중에는 카지노에서 수면제가 타진 커피를 몰래 건넬 정도로 카지노와 소프 교수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발생합니다. 이런 실제적 위협에 불안감을 느낀 소프 교수가 찾은 더 크고, 고객을 가리지 않는 새로운 도박장이 바로 금융시장이었습니다. 물론 금융시장에서도 소프 교수는 초반에 고전을 극복하고 다시금 탁월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1부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좋은 전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어떠한 확률 분포 하에서 상대적인 확률 우위를 확보하는 일 또한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확률 분포가 알려져 있기만 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전략을 알아냈다고 해도 시행에 있어서 치밀한 계획과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행운의 여신의 잠깐의 외면에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개념을 통해, 왜 같은 전략을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행자의 결과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켈리의 공식을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은 아니지만, 상세한 이야기와 함께해서 그런지 이번 기회에 켈리 공식의, 정확히는 확률적 전략 수행에 있어서 탁월한 전술의 필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부는 실제 저자의 퀀트 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으로, 인턴십 기간의 프로젝트, 정식 일원이 된 후의 이야기, 실제 퀀트로의 데뷔(알고리즘 데뷔), 사내 정치 등 진짜 필드에서 활동하는 퀀트가 경험한 것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2부를 통해, 퀀트라는 직업을 커리어로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경험담 등이 특히 그랬습니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에(5초) 빠른 암산을 할 것을 시험하는 것이나 통계 개념을 구체적인 경우에 대입해서 빠르게 답을 찾아낼 것을 요구하는 것, 그리고 프로그래밍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것 등을 통해서, 퀀트라는 일을 수행하는 필요한 능력이 어떤 것들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 퀀트 팀만의 문화, 외부인들에게는 모두 같아 보이겠지만 실제로 안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 퀀트들의 유형 등 디테일하고 재미있는 정보가 넘쳐서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또한 저자의 알고리즘이 실제 시장에서 활용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양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과 통계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노하우'라는 것이 존재할까 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생각을 정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실제 시장에 적용하기까지 거쳤던 수많은 검증 과정과 그런 검증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에러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양적인 자료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 역시 경험, 시행착오 등을 통해 쌓는 노하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대부분의 퀀트 아이디어가 논문 등을 통해서 공개되는 상황에서, 소수의 퀀트 하우스가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원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퀀트 아이디어 중에서 논문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는 아이디어가 훨씬 많다는 것, 그리고 아이디어를 공개한다고 해도 그건 아주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수학적으로 성립되는 그야말로 이론적인 영감 수준이고 그걸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시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 퀀트' 일을 하는 저자가 쓴 자신의 경험담이자 이야기이기 때문에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다만, 커리어로서 고민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쉬운 문체에 속지 않고 차근차근 읽는다면, 굉장히 건질 것이 많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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