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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Sep 12. 2017

#서평 19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먼 막부의 일본 이야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신상목 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먼 막부의 일본 이야기]


 한국인에게 일본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해협 하나를 두고 이웃해온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서로 상대 역사에 조연으로서, 악역으로서 등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억의 강렬함은, 일본이 우리 역사에 조연으로서 등장했을 때보다는 역시 악역으로 등장했을 때가 강합니다. 예컨대, '정명가도'를 외치며 조선을 침공했던 16세기 말 그리고 식민지배했던 20세기 초의 일본이 그렇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공부하는 일본도 그 시기 즈음의 일본입니다. 비중 작은 조연으로 등장했던 시기에 일본 열도에서 일어난 일까지 관심을 두기에는 생각보다 한반도에 산 우리 민족의 역사에 굴곡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16세기와 20세기 일본만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문물을 배워가던 후진적인 국가였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 서양세력과의 조우가 빨랐고, 덕분에 빠르게 근대화하여 국력이 우리를 '추월한' 나라다.'라는 맥락의 생각 말입니다. 디테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머리 속의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과 한국 사이에 격차가 발생한 것이,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일까요? 정말 우리는 무능한 군주를 만났고, 일본은 유능한 군주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사실 상관없지만, 조금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요? 

 

 저자는 우리가 아는 일본들 사이의 일본이라고 말합니다. 즉, 16세기부터 20세기 사이의 일본, 에도 시대의 일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역사는 필연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우연의 산물입니다. 역사의 흐름이 아주 작은 계기로 인해 확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인통제를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연구대상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어떤 사실 하나로 이후에 벌어진 모든 일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 생각하더라도, 에도 막부 시대의 일본에는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흥미로운 일들이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도 타당해 보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책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 

 

 제가 주목했던 일본과 조선의 극명한 차이가 발생한 지점은 '소비'였습니다. 막부 시대의 일본의 정치체제가 조선의 정치체제보다 우월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치체제 자체만 놓고 본다면, 조선의 정치체제가 더 선진적인 체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막부-번 체제와 천하보청 그리고 참근교대제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는 일본은 대규모 소비를 발생시켰습니다. 더욱이 천하보청이나 참근교대제는 그 성격상, 행동 주체가 효율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촉발합니다. 자원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주기적으로 대규모 소비까지 발생한다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입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촉발된 대표적인 예가 교통망입니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상호 간의 자유의사에 의해 발생하는 거래는 거래하는 양자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제대로 된 거래라는 전제 하에, 활발이 거래만 발생해도 동일한 생산력 수준 하에서 효용이 개선됩니다. 그리고 활발한 거래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물류가 원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도시대 일본은 물류망이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참근교대제와 천하보청 덕분입니다. 참근교대제는 주기적으로 지방의 번주가 에도에 머물러야 한다는 제도이며, 천하보청은 지방정부(번)에 대해서 조세징수권이 없었던 중앙정부(막부)가 조세 대신에 지방정부에 부과하던 역의 일종으로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의미합니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영지인 번과 수도인 에도를 왕래해야 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행하기 위해서 많은 자재와 인력이 필요했던 당시 사회지도층인 번주 입장에서 잘 정리된 교통망은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지방 번주 입장에서 필요하니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정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기본적으로 중세의 영지 개념인 '번'은 일본 열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번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인 에도로 향합니다. 따라서 교통망은 각 지역의 번에서 에도로 뚫립니다. 국토의 전역에 퍼져있는 각 번에서, 수도인 에도까지 갈 길을 뚫었기 때문에 에도에 사는 A 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다 보니 전국 어디를 가고자 하던 상관없이 정비된 교통망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전국 단위 교통망이자 물류망이 건설된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조선은 기존에 있던 교통망도, 외세의 침입을 이유로 망가뜨려버렸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진짜 조선과 일본의 차이가 19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발생한 것이 맞을까?라고 자문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 이야기가 순도 100%의 날 것은 아닙니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이해의 편의성을 위해서 비슷한 현대 개념으로 치환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의 자세로 일본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전국시대의 일본과 메이지유신시대의 일본도 좋지만, 에도시대의 일본을 꼭 봐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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