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국 저, 체계적인 입문서이자 퀀트 레시피 북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 강환국]
[체계적인 입문서이자 퀀트 레시피 북]
전 개인적으로 주식이라는 자산이 자본규모에 한계가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생각해보아도, 특정한 몇몇 시기를 제외하면 주식은 항상 다른 자산군 대비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다른 시장에 비해서 자본규모에 따른 한계가 적습니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좋은 상품을 발견해도 상품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본조달이 어려워서 투자에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은 애초에 한 기업의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을 잘게 쪼개서 거래하기 때문에 상품의 규모와 투자에 요구되는 자본의 규모가 상이하고, 덕분에 자본 규모로 인해 발생하는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 거래비용이 적습니다. 이런 까닭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목적으로 자본을 투자해야한다면, 주식이라는 자산군을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군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제 우리는 2가지 리스크를 생각해야합니다. 첫 번째는 영구적인 자본손실 위험입니다. 대부분의 투자가 그러하듯 주식이라는 자산군도 위험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피같은 자본을 투자한 기업이 도산해버리거나, 현금창출능력에 영구적인 손실이 발생해버릴 경우, 해당 기업에 투자한 자본의 영구적인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상대적 수익률 위험입니다. 현대 재무학은 기업(주식회사)에 대해서 '계속기업'을 가정합니다. 수명의 한계가 존재하는 자연인(인간)과 다르게 법인격으로 만들어지는 주식회사의 경우 수명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유자가 바뀌고, 근로자가 바뀔 수는 있지만 법인격인 주식회사 자체는 계속해서 존속된다고 가정하는 것 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현금흐름의 청구권을 의미하는 주식 또한 계속해서 존속될 것을 가정합니다. 이런 까닭에 주식이라는 자산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복리 수익률'이라는 것에 목숨을 겁니다. 워렌버핏, 월터 슐로스, 피터린치 등 대부분의 투자구루들이 장기적으로 눈부신 자산증식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일정한 수익률을 복리로 유지하는 어려운 과제를 성취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리의 세계에서는, 현재의 아주 작은 차이가 장기적으로 천문학적인 차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초기 투자금 30,000,000원/ 투자기간 30년'이라는 조건 하에서 수익률만 A라는 사람은 15%, B라는 사람은 10%라고 가정해봅시다. 30년 뒤의 각 투자자가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각각 A = 1,986,353,159(=30,000,000 * (1.15)^30) , B = 523,482,068(=30,000,000 * (1.1)^30) 입니다. '5%'라는 어찌보면 작은 수익률 차이가 30년간 누적될 경우 3.8배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주식이라는 자산군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하였다면, 우리는 두 가지 리스크를 확실하게 통제해야합니다. 즉,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회피하면서, 시장의 평균수익률보다 떨어지는 성적표를 받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정답은 하나이지만 풀이과정은 여러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이런 방법을 달성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비정량적 기법을 사용하는 투자가도 있고, 정량적 기법을 사용하는 투자가도 있으며, 둘을 적절하게 혼합해서 사용하는 투자가도 있습니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저 두가지 리스크만 잘 제어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방법을 선택할지는 그야말로 각 투자자의 능력과 선호에 따라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을 해봐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재현가능성' 입니다. 예를들어서, 워런버핏이라는 위대한 투자구루는 엑셀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시대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영구적 자본손실을 피해고, 시장평균(S&P500) 대비 두배에 가까운 연평균 수익률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워런버핏의 방법을 모든 투자자가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면 버핏에게 '오마하의 현자'라는 영예로운 별명이 붙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즉,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은 여러개가 있지만, 분명 그 방법들 사이에 난이도의 차이는 존재한다라는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할 수 있다! 퀀트투자>라는 책에서 강환국이라는 저자가 소개하는 퀀트접근이, 이런 난이도 측면에서 꽤 매력적인 방법론이라는 것 입니다.
우선 기본적인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는지 확인해보아야 할 것 입니다. 영구적인 자본손실 리스크과 상대적 수익률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우선, 저자도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MDD나 CAGR 의 수치가 그대로 미래에 재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각 퀀트 레시피가 갖고 있는 논리적 함의와 과거의 기록을 살펴볼 때, 충분히 두 가지 위험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십년 간 지속되어온 PBR 지표의 알파가 당장 내일부터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년 간 꾸준한 알파를 보여준 지표가 내일 당장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PBR이라는 지표가 담고 있는 경제학적 함의와 과거 기록을 볼 때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난이도 - 즉 재현가능성 - 측면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이 탁월합니다. 퀀트투자의 장점이자 단점은 철저하게 계량적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이라는 것 입니다. 기본적인 데이터와 툴만 다룰 수 있다면 재현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아주 적습니다.
또 한가지 장점은, 해당 저서가 다양한 퀀트 레시피를 담고 있다는 점 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방법론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 다양한 방법론 중에서 한 방법론을 선택에서, 꾸준하게, 잘 수행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영구적 자본손실 없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투자자의 능력과 선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컨대, "과연 내가 최대로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같은 그야말로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별 것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현황을 2주나 1달 간격으로만 확인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발생을 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꽤 있고, 변동성이 크게 발생을 한 것을 확인한다하더라도, 일명 '빠심'으로 극복하곤 합니다. 정말 버티기가 힘들면 책장에서 '증권분석'을 꺼내서 한번 더 읽는 것으로 멘탈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리가 어렵고, 스트레스 수준이 너무 크다면 최대한 변동성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장점으로 언급했다시피 해당 저서가 워낙 다양한 레시피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 감내 수준에 따라서 또는 기본적은 투자철학의 선호에 따라서 얼마든지 본인에게 최적화된 레시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매력적인 것은, 퀀트 투자 레시피를 만드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책에서 담고 있는 레시피 중에서 나에게 맞는 레시피를 못찾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품을 들여서 직접 자신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아보면 됩니다. 이런 레시피를 찾는 과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절차를 책에서 깔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탁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산상의 일로 정신이 없어서 독서가 다소 지지부진 합니다. 그러던 차에 흥미가 가는 내용과 제목 때문에 책을 선택했는데, 후회 없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처럼 아주 본격적인 퀀트 투자에 나서지 않는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퀀트 투자의 철학과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f-score 같은 지표의 경우처럼 '우량주'라는 카테고리에 속할만한 기업을 정량적으로 골라낼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을 정성적인 분석에 접목할 경우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P.S. 이동 중에 쓰는 서평이라 내용이나 형식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점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