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lany Oct 16. 2017

#서평 21 골목의 전쟁

김영준 저, 자영업자들의 전쟁터, 골목

 [골목의 전쟁 - 김영준]

 [자영업자들의 전쟁터, 골목] 


 제게 '골목'이라는 공간은 낯선 느낌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후미진 골목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 '골목'이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골목은 주요한 소비의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래'란 한 사람이 아니라 최소 2명 이상의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주요한 소비의 창구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주요한 소득의 창구입니다. 즉, 골목은 대도시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그만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철저하게 소비자로서 골목이라는 세계를 접하고, 공급자는 철저하게 공급자로서 골목이라는 세계를 접합니다. 물론 소비자가 공급자가 되기도, 공급자가 소비자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공급자가 소비자가 되는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셨던 할아버지나 사업을 하고 계신 아버지나 아무리 소비자로서 시장에 참여해도 공급자로서의 시각은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즉, 공급자는 대부분의 경우 완전한 소비자로서 골목이라는 세계를 잘 보지 못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로서 골목이라는 세계를 접한 사람들도 경우에 따라서 공급자로 골목이라는 시장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이때 '이상적인 공급자로서의 시각'의 부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건 굳이 저희 집안의 예를 들 필요 없이, 당장 신문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골목이라는 시장이 필연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는 대도시라는 형태의 지역에 살면서, 소비자로서 또는 공급자로서 그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몰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꽤 답답한 일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잊을만하면 "생닭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치킨값 고공행진", "아메리카노 한 잔 원두값 xxx원에 불과해" 등의 기사에 놀아나곤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부화뇌동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잘못된 인식이 정치를 통해 제도나 규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곤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공급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공급이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자신도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골목의 전쟁>이라는 책은 이런 문제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공급자의 시각에 대해서, 공급자에게는 소비자의 시각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부분으로는, '원가'라는 개념에 대해서 일깨워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것과 같이 '원가'라는 개념은 사후적인 개념이고, 심지어 사후적으로도 엄격한 원가관리는 자영업자 수준에서 쉬이 도전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제조원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크게 직접재료원가, 직접노무원가, 제조간접원가로 쪼갤 수 있습니다. 직접재료원가나 직접노무원가는 그런데로 추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조간접원가는 추적조차 불가능합니다. 거기에 원가에는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비제조원가도 포함되어 있으니, 비제조원가도 추적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혹여 그걸 다 추적했더라고 하더라도, 안타깝게도 모든 경제활동이 월별 결산이나 연간 결산에 딱 맞춰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추적된 원가를 당기 원가로 봐야 할지, 차기 원가로 봐야 할지도 결정을 해야 합니다. 상당히 복잡합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보면 이런 복잡한 '원가'라는 녀석이, 아주 다루기 쉬운 '원가'로 변신합니다. 물건을 딱 보면 원가가 툭 튀어나옵니다. 치킨은, 생닭이 1,600원인데 가격을 16,000원씩 받고 있으니, 원가가 10%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합니다. 물론 그런 기사를 읽으면서 분노하지만, 어떻게 그 치킨을 매장이 아니라 내 집 현관에서 수령할 수 있는지는 무시합니다. 하지만 <골목의 전쟁>이라는 책을 읽고 나면, 아주 복잡한 원가관리회계까지는 모르더라도, '아, 생각보다 원가라는 것이 복잡하구나', '최소한 생닭 가격만 보고 원가를 논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복잡한 계산은 전문가들이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내가 열을 내면서 분노할 정도로 뒤집어쓰고 있지는 않는구나'라는 것만 알면 되지 않겠습니까? 


 공급자에 대한 부분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사실 '창업'이라는 짧은 단어가 갖는 무게감이 가볍지 않습니다. 변변한 울타리 없이 맨몸으로 시장에 들어가, 내 호구지책을 해결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창업을 하는 창업자들 또한 절박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시작할 것입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어이쿠? 여기에 왜 저런 걸 하지? 요즘 개나 소나 창업한다고 난리라니까?"라고 한마디 툭 던지면 그만이지만, 직접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닥쳐올 리스크를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책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조금 더 심도 깊은 분석과 연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연어 무한리필 식당 유행의 경우가 그랬고, 대만 카스텔라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드는 일의 원인이, 창업자들이 '열심히 고민하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참여자들이 완전 합리적이지는 않더라도, 대체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일까요? 운칠기삼이라고, '기삼'을 100%로 만들어놔도, 70%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쓴 맛을 볼 수 있는 일에 뛰어들면서 왜 '기삼'조차도 100%를 만들지 못하고 시작하는 것일까요?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어쩌다 창업자가 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분석과 연구를 할 시간적, 물질적 여유와 능력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도 100%를 만들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두 번째는, 인간의 심리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이미 마음속으로 창업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창업을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편향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주식을 투자할 때도, 이미 투자한 기업 또는 이미 투자하려고 마음을 먹은 기업에 대해서 분석을 할 때는 대체로 데이터들이 좋게 해석이 되기 마련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것처럼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연구한 학자가 올해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아주 어렵거나,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일부는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고, 혹시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읽어보면 '아! 그렇네!' 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로켓 사이언스에 해당하는 내용도, 그걸 다루는 책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이유도,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소위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종종 놓치지만, 상당히 중요한 사실들을 글 잘 쓰고, 객관적인 외부자로서의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자가 체계적으로 엮어놓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작가가 열심히 정리해둔 것을 차분하게 읽고, 소비를 할 때에 또는 공급자로서 시장에 참여하게 될 때에, 내가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혹은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해서 큰 손실로부터 나를 지키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소중한 책입니까? 


 골목이라는 시장에 소비자로서, 또는 창업자로서, 또는 투자자로서 참여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절대 손해가 되지는 않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읽고, 서평까지 남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22 스마트베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