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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Jun 18. 2017

#서평 16 : 글로벌 투자 전쟁

영주 닐슨 저 

  이번에 소개할 책은 <글로벌 투자 전쟁>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감사하게도 한상경 대표님께서 선물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저자 분은 2015년까지 헤지펀트 CIO로 활동했던 투자 분야 전문가입니다. 전문가가 쓴 책이면서, 챕터 끝 부분마다 현직 금융계 인사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라서 우선 흥미가 동했습니다. 


 회사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스태프를 고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이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금융지식수준 그리고 일생을 살면서 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의 경우를 상정하고, 그가 투자에 뛰어들었을 때 요구되는 최소의 지식수준, 여기에 강의 수준을 맞추겠다.


책의 서두 부분에서 저자 분이 이 책의 근간이 된 수업의 수강생들에게 전한 말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 분의 이런 생각이 잘 녹아든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산배분의 필요성, 이자율, 채권, 주식, 포트폴리오 이론, 대체투자, 자산분석, 퀀트, 팩터, 성과분석 방법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쉬운 투자론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금융경제학자이자 전직 금융인인 저자 분이 쓴 책이기 때문에 '쉬운 투자론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보아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보는 Bodie의 투자론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부분에서 '왜 투자론 교과서가 아니라 이 책을 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 글이 쉽고, 분량이 적다 


  Bodie의 투자론 등 투자론 교과서를 보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 등 투자의 대가들이 금융경제학이 해롭다는 말을 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현대 금융의 시스템을 이루는 기본적이 개념들을 - 화폐의 시간가치, 이자율의 결정요인, 자산 간 상관관계 등 - 이해하고, 가장 기본적인 분석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잘 조직된 교과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융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 효율적 시장 가설)는 틀렸습니다. 워런 버핏의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위대한 투자자들'이라는 명문을 보지 않더라도 당장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상황을 통해서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맞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소위 말하는 가치투자의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내가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해당 자산의 가치에 가까워질 것이다.'라는 것 자체가 시장이 지금은 비효율적이지만 언젠가는 효율적이 될 것이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영원히 비효율적이라면, 효율적인 상태를 기대하고 포지션을 잡는 가치투자 등은 영원히 밸류트 랩에 갇혀있을 뿐입니다. 즉 시장이 완전하게 효율적이라는 말은 분명 틀렸지만, 시장이 (대체로) 효율적이라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EMH의 아버지 유진 파마는 언제나 시장이 100% 효율적이라는 말도, 효율적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2. 실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투자론 교과서도 좋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이 참 좋겠다고 느꼈던 두 번째 포인트는 실무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를 직접 경험한 저자의 글이기 때문인지, 책의 곳곳에서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짤막한 설명들이 있습니다. 또한 책의 챕터 끝마다 해당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과 관련된 일을 하는 현직 종사자들의 인터뷰가 붙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인터뷰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블랙록에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라이언 킴이라는 분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학계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이 좋았습니다. 사실 개인투자자들 머리 속에 '학계 =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그렇지, 효율적 시장가설에 반대하는 학계도 꽤 있고 그런 이론들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은 글을 공유해주고 계시는 강환국 님 등이 소개하는 이론들도 그런 학계 이론들 중 하나고요. 그런 점에서 실제 학계에서 나온 최신 이론들과 현장 실무의 관계에 대해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 꽤 분량을 할당해서 설명해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그레이엄은 적극적 투자자라기보다는 가치투자라는 큰 틀 안에서 소극적 투자를 하는 것을 원했던 거인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계량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을 좁히고, 알파가 확보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어떤 특성을 가진 기업을 많이 보유해서 해당 성질로부터 알파를 확보하는 팩터 투자자였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Factor 투자'라고 하면 EMF의 아버지인 유진 파마 교수가 쓴 3-Factor, 5-Factor 논문이 가장 대표적이고, 또 그레이엄 본인이 교수였기 때문에 가치투자라고 해서 굳이 학계와 거리감을 둬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읽었던 관련 글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서 필요 없는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두 가지 이유로, 투자론 교과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 전쟁>이라는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필요가 존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쉬운 투자론 교과서라도 - bodie의 기본 투자론 - 900페이지를 넘기는 분량이고, 좀 두꺼운 책은 1000페이지를 가뿐하게 넘기는데,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뼈대를 잡기 위해서 10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분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또 그런 10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는다고 해도, 실제 이 개념들이 실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물론 상대적으로 깊이는 얕겠지만 300페이지 남짓한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읽어야 할 이유와 인상 깊었던 부분만 소개하면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앞서 줄기차게 언급했다시피 교과서의 구성을 따릅니다. 정말 딱 쉬운 교과서의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저리주저리 옮기는 것보다는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내용은 옮기지 않았습니다. ( 직접 읽어보세요!) 

p.s 이자율과 채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책을 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내용을 옮기지는 않지만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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