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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1. 2017

#서평 3 : 소음과 투자

리처드 번스타인 저, 정보 과잉 시대의 투자자들에게 

요즘은 그야말로 '정보 과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아침이면 계좌를 갖고 있는 증권사마다 보내주는 레터가 가득 쌓이고, 그 밖에도 개인적으로 구독하는 블로그 등에서 온 글도 가득합니다. 거기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투자 등에서 종목 정보를 구할 수도 있고,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전자공시 어플에서 알림이 꽤 많이 옵니다. 개인적으로 소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이 정도로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으니, 전문적인 투자자나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으는 투자자라면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정보가 얼마나 많을지 감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꽤 오래 이런 상황 속에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걸 진짜 다 써먹고 있긴 한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이걸 다 써먹으면 투자 성과가 좋아질까? 그건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리처드 번스타인의 <소음과 투자>는 "이걸 다 써먹으면 투자 성과가 좋아질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 믿음이 가는 분들이시고, 감수를 이건 선생님이 하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리처드 번스타인의 <스타일 투자전략>이 참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듣긴 했습니다만, 절판돼서 구하기도 어렵고, 여전히 읽을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분들께서 추천사를 쓰셨길래 얼른 구입해서 읽어봤습니다. 뭐, 결과는 역시 믿고 보는 추천사입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음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소음이 가득한 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소음을 필터링하는 구체적인 기법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소음이 주식시장에 정확히는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소음 발생 - 과잉 정보 - 행동(매매) 증가 - 매매비용 증가 - 수익률 하락]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꾸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니까.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자꾸 "뭔가 하려고" 하게 되고,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금융시장에서도 "뭔가를 하려고"하면 자꾸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과연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 간의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었느냐?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정보를 얻는데 드는 수고는 줄어들었지언정 사실 정보의 질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자공시'의 도입은 꽤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의 정보 증가는 저자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딱히..."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자의 정보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또한 최신 정보라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정보가 얼마나 핵심이 되는 정보인지, 통찰력을 갖고 있는 분석인지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최근에 나온 것이냐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왜 투자자들이 '소음'에 반응하게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말도 재미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소음은 자극적입니다. '붕괴, 붐, 뉴 노멀, 버블' 등 들으면 "응!?" 하고 반응할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단어가 주로 쓰입니다. 당연히 이런 짜릿한 감정을 일으키는 소음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기서 회사라는 것 자체가 매일 X% ~ XX% 씩 가치가 변동할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진짜 '신호'라면 짜릿하기보다는 지루한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셀프서비스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꾸 직접 운영을 하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심리적 편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직접 투자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서 내가 셀프서비스 증후군인가? 하는 의심을 하면서 책을 읽어봤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단기간의 수익률만을 갖고 "역시 내가 직접 투자하는 것이 우월하네"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위험 수준인지 - 한 종목에 큰 비중을 두면 성과도 크게 날 수 있지만 손해도 크게 날 수 있기 때문에 - 내 실력 덕분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였는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모부신의 <미래의 투자>라는 책에서, 금융시장처럼 복잡계 특성을 갖는 분야에서는,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가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물 - 이 경우 수익률 - 만을 보는 것으로는 "합리적인"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마이클 모부신도 해당 저서에서 과정에 초점을 두고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를 체크해보라고 조언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의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저자의 "이익 예상 라이프 사이클"이라는 개념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평균 회귀"라는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간을 쪼개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듯 계속해서 어닝서프라이즈만 기록할 수도, 계속해서 어닝쇼크만 기록할 수도 없으니 순환 사이클을 그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시간 지평을 길게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맥락으로 이해했습니다. 여기서 '기대'에 대한 부분도 다루었는데, 기대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의 실적 자체는 시장 투자자들의 기대와 무관하다. 하지만 그 기업의 주식 실적은 시장 투자자들의 기대의 함수다."라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해서 기업의 실적이 더 잘 나오거나 더 안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말 그대로 여러 경제 환경의 영향과 경영의 결과로써 산출되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지금까지 과거의 기업 실적을 혹은 기업의 어떤 이야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기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의 "이익 예상 라이프 사이클"을 바라보면 더 이해가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서 2부로 소음의 시대에 과연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합니다. 요약해보면, [과거 수익률보다 미래 예상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분산투자는 수익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자신의 위험 수용도를 명확히 파악해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라, 시간 지평을 길게 잡아라 시간에 따른 분산 효과를 누려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익률보다 미래 예상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내가 적용받는 수익률은 미래에 그 주식이 보여줄 수익률이지 과거에 보여준 수익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과거에 탁월한 수익률을 냈다면 조금은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현실에서도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주가를 볼 때도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런지 내 포지션에서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는 좀 불안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저자의 말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산투자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혹자는 분산투자를 수익률을 위해서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분산투자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분산투자는 철저하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분산투자는 위험을 축소함으로써 "멘틀 관리"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평균 수익률이 연간 20% 수준이면서 큰 변동성을 갖고 있는 상품이 있다고 할 때 이 상품에만 투자할 경우 상품의 변동성 때문에 "나쁜 시기에"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상품과 낮은 상관관계의 - 음의 상관관계라면 더 좋을 테고요 - 변동성을 가진 다른 상품을 추가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이 감소하고, 투자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감소하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의 변동성만 크지 않다면, 주가의 변동성은 커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은 아니라서 - 애초에 주가 확인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난 별 상관없는데" 싶기도 하지만 분산투자의 의미를 확실히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 지평을 길게 보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시간 지평을 길게 잡을 것이 아니라면 아예 적금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가장 좋아하고, 또 주식이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여기는 이유가 바로 "주식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만기가 없다"라는 점 때문입니다. 사업이 박살 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여유자금으로 투자했다면 신경 쓸 이유가 별로 없고, 때마다 배당금 나오고, 매년 사업보고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내가 침대에서 누워서 빈둥거릴 때 누군가 내 돈을 위해서 - 물론 자신의 월급을 위해서겠지만 - 일해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시간 지평을 1년, 3년 단위로 잡으면 - 물론 그 안에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왕이면 일주일 단위로 달성해주시는 것도... - 이런 주식이 주는 효용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적극 동감했습니다. 1년 동안 투자한다고 하면 사업보고서를 1번밖에 못 보는 것이고, 3년 투자한다고 해도 사업보고서를 3번 밖에 못 보는 것인데, 투자하려고 하면 적어도 5년 치 보통 10년 치 사업보고서는 뽑아서 읽어보는 성격이라서 들어간 종이값이 아까워서라도 시간 지평은 길게 잡고 있습니다. 


 3장에서 소음 필터링 기법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칩니다. 개인적으로 각 장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좋은 회사가 아니라 좋은 주식을 찾으라는 저자의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그대로 회사 자체는 기대와 무관하지만, 회사 주식의 실적은 '기대의 함수'이기 때문에 소외되고 구박받는 주식일수록 잠재적인 수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 대가에 대한 부분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식의 품질이 A, B, C등급이 있다고 할 때 보통 수익률은 B, C 등급의 주식이 A주식보다 우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일관되게 말하는 "공짜는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무언가 대가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변동성'을 그 대가로 말합니다. B, C 등급 주식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보유하는 동안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나쁜 X"이죠. 하지만 친절한 저자는 해법까지 제시합니다. 결국 시간 지평을 길게 두고 보라는 것입니다. 변동성은 시간 지평을 길게 볼수록 비중이 작아집니다. 주가를 하루 1번 확인할 경우와 1개월에 1번 확인할 경우 그리고 1년에 1번 확인할 경우, 주가 자체가 갖는 변동성은 동일하더라도 투자자가 느끼는 변동성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시간 지평을 길게 잡고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을 읽으면서도 접했었고,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을 읽으면서도 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반기 최소한 한 달 단위로만 주가를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기보다 짧은 기간은 회사 사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접할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주가를 봐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기 보고서도 잘 안 보지만, 최소한 분기 보고서라도 나와서 실적이라도 나와야 회사 가치가 이렇구나 저렇구나 감이라도 잡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매달 기준금리를 재조정하니까. 할인율은 조금 달라지겠지만요. 


 아무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믿는 편인데, 이번에는 틀려버린 것 같습니다. 추천이 가득하고 칭송이 가득한 만큼 얻을 것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소음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따끔한 일침도 유용한 조언도 가득한 책이라서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 그동안도 게으른 투자자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게으른 투자자가 될 것 같습니다. ^_^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독서였고,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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