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공부시간
## ㅍㅍㅅㅅ 권용진 님 강연 후기
1월 23일 서울시 서초구에서 진행된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 권용진 님의 강연들 들어봤습니다. 밖은 한파경보가 내릴 정도로 추웠지만 강연장은 참석자들의 열정 때문인지, 강력한 난방기 덕분인지 퍽 더웠습니다.
강연은 [퀀트 트레이딩] 중 HFT(High-Frequency Trading)라고 불리는 고빈도 매매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강연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도입부에 퀀트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퀀트, 특히 퀀트 트레이딩을 수행하는 직무의 퀀트가 하는 일의 성격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사 분의 말에 따르면, 퀀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확률 상의(또는 통계 상의) 우위를 찾아내고, 찾아낸 우위를 '큰 수의 법칙'을 통해서 실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퀀트 트레이더에 대한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카지노 사례가 등장하는 것이 상기되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카지노라는 사업이 바로 사전에 카지노 측이 확률적으로 우위를 갖도록 게임을 설계하고, 이를 많은 게임이라는 큰 수의 법칙으르 통해서 장기적으로 돈을 벌어가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위의 연사 분의 퀀트에 대한 말을 듣고 보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퀀트라는 직군의 사람들이 하는 일을 개념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카지노라는 잘 설계된 특수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시장이라는 큰 공간에서 카지노와 같은 특수성을 띄는 경우를 찾아내서 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퀀트 트레이딩과 HFT가 궁합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HFT라는 방법론을 수동으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퀀트 트레이딩과 주로 결합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확률적 우위를 포착하고, 그걸 '큰 수의 법칙'을 통해서 실현하는 퀀트 트레이딩의 개념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큰 수의 법칙'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시행 횟수가 충분히 크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상 만물에 적용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시행 횟수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단위를 쪼개는 방법이 가장 확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생각해보면, 시간을 잘게 쪼갬으로써 시행 횟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확률상의 우위가 상당히 크지 않더라도 51:49처럼 한쪽이 아주 약간만 우위를 갖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무조건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퀀트 트레이딩은 HFT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구체적으로 사례를 통해서 위에서 언급된 퀀트라는 직무에 대해서 이해시켜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HFT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들, 예컨대 PIN(특히 VPIN), BOP 등, 을 소개하고 이 개념들을 활용해서 실제로 수익을 창출했던 연사 분의 실제 전략을 통해서 설명해준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릴린치 250번', 'VIX 매도 전략' 등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이런 실제 전략을 사례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사 분도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한국에서 HFT 메커니즘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학술적인 이론과 아이디어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경제성을 띄는 '전략'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예컨대, 복잡계 경제학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시장의 미시구조 이론에 대해서 접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이론을 보면서도 이게 실제로 무슨 경제적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을 갖었던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법론의 선택에 따라서 시장의 미시구조가 실제 경제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이런 학술적인 이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번외로,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만이 전해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연사 분의 전문 분야인 '마켓 메이킹'이라는 전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이라는 큰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제 그 데이터 분석의 현장에 살고 있는 연사 분의 기본적인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복잡해 보이고 심오해 보이는 일련의 결과물 조차도, 도식적으로 살펴보면, 여러 가지 소스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데이터를 통해서 그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검증이 완료되면 실제 현실에 도입을 해보는 순서로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큰 틀에서 이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숙련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많이 해보는 것'이상 가는 방법이 없겠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걸 다 추려서 후기를 남기려다 보면 결국 귀찮아서 후기를 안남길 것 같아서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이라도 후기를 남겨봅니다. 좋은 공부의 기회를 만들어주신 ㅍㅍㅅㅅ 이승환 대표님과 권용진 저자님 등 관계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P.S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참석자들이 워낙 많았던 까닭에, 사인받으려고 책을 가져갔는데 사인을 못 받은 게 하나 아쉬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