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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Jan 28. 2018

#잡상 변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사고방식

# 변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사고방식 : 포인트 투 포인트

# 변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사고방식 : 포인트 투 포인트 


 현대 재무학은 위험을 변동성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가치투자 구루들은 변동성은 위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워런 버핏의 경우, 투자자가 고민해야 하는 위험은 '영구적 자본 손실 가능성'이지 '변동성'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구체적으로 그는 1998년 주주서한의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안정적인 수익률 12%보다 변동성이 높은 수익률 15%를 선호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저는 '포인트 투 포인트' 사고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진지하게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벤저민 그레이 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증권분석의 아버지이자 월가의 스승으로 이름 높은 투자계의 거인입니다. 특히 그가 자신의 저서인 '현명한 투자자'에서 설명한 '미스터 마켓'이라는 개념은 가치투자에 입문하는 투자자라면 모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위대한 사상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괴리에 투자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가치투자의 철학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핵심 철학이 바로 미스터 마켓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워런 버핏이 주주서한을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동업자들에게 미스터 마켓에 대해서 소개한 부분을 이용해서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미스터 마켓은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얼마에 팔 것인지, 당신이 보유한 주식을 얼마에 살 것인지 가격을 제시한다. 당신이 보유한 주식의 기업이 경제적으로 건전한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가격은 항상 이 사항을 완전히 무시한다. 왜냐하면 불쌍하게도 이 친구는 감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치병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기업에 호재가 되는 사항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미스터 마켓이 이런 기분일 때는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데, 그 이유는 당신이 그의 관심 종목을 낚아채서 자신의 이익을 가로챌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또 어느 날에는 기분이 매우 우울해져 기업과 전 세계에 닥칠 어려운 문제에만 골몰한다. 미스터 마켓이 이런 기분일 때는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데, 그 이유는 당신이 관심종목을 자신에게 내려놓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미스터 마켓은 사랑스러운 면도 있는데, 남들로부터 무시를 당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오늘의 가격이 당신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면 내일 다시 새로운 가격을 들고 찾아온다. 거래를 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미스터 마켓의 조울증적 행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여러분은 더 유리하게 된다. 당신은 미스터 마켓보다 기업의 가치평가나 회사 자체에 대해 월등히 잘 이 애 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게임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간단히 소개한다고 했는데, 막상 소개해보니 간단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막상 읽어보면 간단합니다. 


> 이웃에 미스터 마켓이라는 감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산다. 매일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매도 호가와 당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매수 호가를 제시한다. 그의 매도 호가, 매수 호가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매력적 이게도 미스터 마켓은 거절을 당해도 내일 다시 온다. 그러니 답을 알고 있을 때만, 미스터 마켓과 거래해라. 그러면 돈을 벌 것이다 


 라는 정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소개에도 적었다시피 저는 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중증 활자 중독 환자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현명한 투자자는 물론이고, 버핏의 주주서한도 아주 예전에 모조리 읽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미스터 마켓 이야기를 할 때, 크게 호응하면서 "위대한 사상이다"라고 격찬을 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미스터 마켓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이해를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해한 바로는, 미스터 마켓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포인트 투 포인트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미스터 마켓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그의 호가와 기업의 경제적 실질 간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레이엄이 논의를 편하기 위해서 미스터 마켓이 기업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서 '완전히' 무시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현실에서 시장 가격이 경제적 실질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분명히 무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미스터 마켓이 내일 어떤 호가를 제시할 것인지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스터 마켓의 호가는 미스터 마켓의 감정에 따라서 결정이 됩니다. 그런데 미스터 마켓은 감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치병에 걸려 있기 때문에, 미스터 마켓의 감정을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그의 감정에 따라서 결정되는 호가를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즉, 개별 투자자인 우리는 해당 자산의 가격의 시계열 분포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개별 주식의 차트 모양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우리가 분명히 인지해야 하는 우리의 한계입니다. 따라서 현대 재무학이 주장하는 '변동성 = 위험'이라는 정의가 항상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한 자본을 충분히 긴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없다면(미스터 마켓이 좋은 호가를 던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변동성 그 자체가 곧 위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미스터 마켓이 언젠가 던질 좋은 호가를 기다릴 여유만 있다면, 투자 구루들이 말하는 '변동성!= 위험'이라는 말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변동성이 곧 위험이 아니고, 위험은 영구적인 자본손실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투자 구루들은 그 말을 하면서 동시에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서 미스터 마켓이 긍정적인 호가를 던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제부터 우리에게 변동성은 위험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격의 형태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10 -> 50 -> 5 -> 60'이나 '10 -> 30 -> 50 -> 60'이나 처음 사서 만기까지 쭉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처음 숫자가 '10'이고, 마지막 만기 시점의 숫자가 '60'이라는 사실뿐입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투자자가 되어보도록 합시다. 우리가 추정하는 A라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100입니다. 그리고 현재 가격은 10입니다. 즉 '10 -> ( ) -> 100'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고 해봅시다. 이때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는 '( )' 안의 가격 형태가 어떤 형태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예컨대, '10 -> (30 -> 50 -> 70) -> 100'이나 '10 -> ( 5 -> 20 -> 95 -> 90 ) -> 100'이나 상관이 없습니다. 애초에 뒤에 벌어질 가격의 형태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인지를 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그 가격의 호가가 나오는지만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기서부터 정말 더 적극적인 투자자가 되어보도록 합시다. 가격 형태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합니다. '10 -> ( 5 -> 3 -> 40 -> 110 -> 40) -> 100'입니다. 이 경우,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생각하는 현명한 투자자라면 엄청난 수익률을 보일 것입니다. 처음 가격이 10에서 5로 떨어지고, 또 3으로 떨어질 때 현명한 투자자는 자신의 분석을 되돌아봅니다. 특히 자신이 가정했던 경제적 실질에 대한 사항과 실제로 벌어진 경제적 실질의 사항을 비교해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정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10에서 5로 떨어졌을 때, 그리고 5에서 3으로 떨어졌을 때 추가로 더 해당 자산을 삽니다. 왜냐하면 원래는 900%(= (100-10)/10 )로 기대했던 해당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1900%(= (100 - 5)/5)로 바뀌고, 3233%(= (100 - 3) / 3)로 바뀌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현명한 투자자는 미스터 마켓이 '110'이라는 호가를 던졌을 때 자신의 보유 주식을 미스터 마켓에게 넘깁니다. 그러면 애초에 900%, 1900%, 3223%로 예상했던 기대수익률이 실제로 1000%(=(110-10)/10), 2100%(=(110-5)/5), 3667%(=(110-3)/3)라는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 시나리오에는 아주 강력한 암묵적인 가정이 존재합니다. 투자자가 분석을 통해서 낸 결론(해당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100이라는)이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가정은 충족시키기가 썩 녹녹지가 않습니다. 사실 그래서 '안전마진'이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사상이 위대하다고 칭송을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뭐, 이 주제는 또 하나의 글감이니까 묵혀두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물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위대한 투자자는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투자 구루들도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수많은 격언을 남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점은 분명 저 경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경지로 가기 위한 시발점은 자산의 가격을 그림 맞추기 놀이가 아니라, 포인트 바이 포인트로 비교해가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가볍게 든 잡상에 대해서 끄적거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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