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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Jan 27. 2018

#잡상 밸류에이션 수준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

#밸류에이션 수준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

 밸류에이션이라는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밸류에이션 수준이 적절한지 판단하기에 애매하다면 해당 투자는 포기하는 것이 대체로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판단이 가능한 밸류에이션의 영역이 넓은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결국 그건 그 기업의 경제성에 대한 전망을 얼마나 자신감 있게 긍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냐에 좌우될 것입니다. 오늘은 그런 방법론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평소 밸류에이션 수준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두괄식으로 쓰겠습니다. 전 밸류에이션 수준을 운전 중인 자동차의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수단으로써의 자동차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능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함으로써 유용합니다. 그런데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라는 위험이 같이 높아지고, 혹시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입는 피해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래서 운전자는 '적절한' 속도로 자동차를 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적절한' 속도란 무엇일까요? 최고 속도를 규정하는 도로교통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실 '적절한' 속도라는 것은 애매합니다. 70km/h라는 속도로 운행한다고 할 때, 어떤 경우에 해당 속도는 적절한 속도일 테지만,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느린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적절하다', '지나치게 빠르다', '지나치게 느리다'라는 판단의 기준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해당 자동차의 성능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의 조향 성능과 제동 성능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00km/h 상태에서 정지 상태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제동거리가 매우 짧은 성능이 우수한 자동차의 적절한 속도는 제동거리가 긴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자동차의 적절한 속도보다 높을 것입니다. 속도는 다르지만, 어떤 상황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다를 테니 말입니다. 기업의 경우에 위와 같은 기준은 기업 내적인 상황에 대한 기준일 것입니다. 높은 OPM을 확보한 기업이라면,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는 소리고 이로 인해 높은 자본효율성을 갖춘 기업(고 ROE)을 오랜 기간 보여준 기록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기업들 중에서는 제동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이라고 해도(높은 속도로 주행한다고 해도) 용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도로에서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자동차와 도로라는 공간을 공유합니다. 따라서 외부 상황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이동하는 구간의 교통량이 많다면 같은 성능을 갖고 있는 자동차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서 조금 더 높은 성능으로 다니는 동일한 성능을 갖춘 자동차와 비슷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기상 조건을 갖고 있다면 동일한 성능의 자동차가 동일한 교통량을 구간을 기상 조건이 나쁘지 않을 때보다 낮은 속도로 운행해야 동일한 위험 수준을 부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로 말해보자면, 경제의 중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금리' 수준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같은 수익성과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라도, 시장금리가 다르다면, 다른 밸류에이션 수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금리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조건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고금리 시대보다 조금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용인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이 자동차를 출고 단계부터 소유해서 지금까지 매일 운전해온 운전자가 아니라는데서 발생합니다. 예컨대, 카쉐어링을 통해서 대여한 자동차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이 자동차의 성능에 대해서 아주 대략적인 정보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략적인 정보가 틀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더 잘 알고 있는 내 소유의 자동차보다 속도를 낮춰서 운행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소유한 자동차이고, 오랜 기간 경험해온 자동차이기 때문에 성능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상황에서도 주의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운행 구간에 사고가 발생해서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단위 구간당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고, 기상 조건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는 대부분 사전에 신호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앞에서 멀쩡이 잘 주행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펑크가 나서 휙 돌아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이런 외부 환경 변화나 내부적인 성능 파악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해당 조건 하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해당 조건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주행을 하다가, 혹시나 내가 내부적인 성능에 대해서 과신을 했다거나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해버리면 큰 위험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상대적인 조건에 따라서 '적절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존재합니다. 시속 600km/h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안전할 수 있을까요? 이는 자동차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인간의 인지 속도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자마자 100km/h에서 정지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 추돌을 해버리면 소용이 없으니 말입니다.

 밸류에이션 수준을 자동차 속도에 비유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적절한 속도가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의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 외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림짐작은 가능합니다. 현대자동차의 LF소나타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적절한 안전속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대충 40km/h 수준보다는 높고 150km/h 수준보다는 낮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고속도로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량도 알 수 없고, 시점을 모르니 기상 조건도 모르고, 그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확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핀 포인트로는 모르겠지만 대충 저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애매모호하지 않냐는 말씀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애매모호하니까 투자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명한 말씀을 소개하면서 마치겠습니다.    

 

You don’t need to know a person’s exact weight to know whether they are overweight or underw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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