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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15. 2018

[잡상]내가 보유한 주식은 햄버거일까? 아닐까?

# 내가 보유한 주식은 햄버거일까? 아닐까?

 최근에 몸살이 나는 바람에 글을 못썼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시장에 조정이 있었습니다. 경제의 기본 할인율인 금리가 올라갔으니 당연히 위험자산 보유자로서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다만, 금리가 올라간 이유가 거시지표가 잘 나왔기 때문이기에 사실 호들갑을 떨 주제는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정을 보면서 떠오른 워렌 버핏 옹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잡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If you are a net eater of hamburger over the next ten years, you want hamburger to go down unless you are a cattle producer. If you are going to be a buyer of Coca-Cola and you don't own coke stock, you hope the price of Coke goes down.


 워렌 버핏의 유명한 말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햄버거를 먹을 사람이라면, 햄버거 가격이 저렴해지길 원할 것이라는 겁니다. 처음에 이 말을 봤을 때는 - 저야 직접 들은게 아니라 글로 옮겨진 것을 본 것이니까 - "그래 주식이 싸지면 좋다는 것이지!" 라고 기계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가치투자를 교조적으로 신봉하던 시기에 접한 터라 일단 인정하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계적인 습득은 정작 햄버거가 싸지는 시기가 오면, 워렌 버핏에 대한 의심, 워렌 버핏의 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을까라는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기뻐하기는 커녕 햄버거 가격이 떨어지는데 절망하는 멍청한(?) 소비자가 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햄버거 가격이 싸지기 전에, 정말 내가 앞으로 햄버거를 먹을 것이라면 햄버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좋은 것일까? 라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따져보고 결론을 내려두면 정말 그 순간이 왔을 때 덜 불안할테니 말입니다. 


 전 찰리 멍거가 말한 "거꾸로" 생각법을 좋아합니다. 제가 이해한 찰리 멍거의 거꾸로 생각법은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하기 어려울 때, 그 명제의 대우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함으로써 명제의 참 거짓을 효율적으로 판단하는 사고법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거꾸로 생각법을 사용하기 이전에 명제 자체를 명료하게 정리해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명제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서 참 일수도, 거짓 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워렌 버핏 옹의 저 유명한 말도, 말 속에 담긴 암묵적인 가정이 무엇이고, 그 가정이 현실적이고, 그 가정 하에서 저 말이 정말 참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다음 구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If you are a net eater of hamburger over the next ten years


무슨 의미일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net eater 이라는 것은 당신이 햄버거라는 메뉴에 아주 만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앞으로 10년 간 net eater 로서 산다는 것은 햄버거라는 메뉴가 주는 효용이 햄버거라는 메뉴를 먹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대가를 차감한 후에도 여전히 양의 순편익인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을 가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당신에게 햄버거라는 재화가 타인과의 거래를 통해서 효용 수준을 높여주는 재화가 아니라 그 자체를 소비함으로써 효용 수준을 높여주는 재화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 가격 수준이라면, <strong>소유 및 소비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그 비용을 지불을 합리화할 수 있을 정도</strong>로 햄버거라는 재화가 좋은 재화라는 것입니다. 

 그럼 이 가정은 현실적일까요? 네, 당연히 현실적입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햄버거가 소비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는 전제는 상식적이니까요. 그럼 이런 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다음 구절은 참일까요?

you want hamburger to go down unless you are a cattle producer.


 햄버거의 재료 중 하나인 패티의 원료 소를 공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햄버거를 자가생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거래를 통해 획득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거래에 있어서 재화와 재화 간의 교환비율인 가격이 높을 수록 좋을까요? 낮을 수록 좋을까요? 당연히 낮을 수록 좋습니다. 나는 수요자니까요. 따라서 이 명제는 참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햄버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햄버거 가격이 내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몰라서 저 말을 듣고 "오오"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투자를 할 때, 우리의 주식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가 궁금하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역으로 따라가보겠습니다. 일단 우리는 투자를 고려하는 시점에서 주식의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입니다. 그리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보유분을 팔 수 있을 뿐이지. 주식을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 공급자가 아닙니다. 그러면 햄버거 가격이 내려가기를 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그건 주식이 햄버거와 같은 속성의 재화인지 고민해봄으로써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유하는 것 자체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해당 투자자에게 해당 주식은 버핏이 말하는 햄버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보유함으로써 얻는 수익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면, 그 경우는 버핏이 말하는 햄버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매매가 아니라 보유를 통해서 기대를 충족시키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느냐라는 것입니다. 보유를 통해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해당 자산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얼마 전에 소개한 [워런버핏 바이블][1]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실물자산에 대한 워렌 버핏 옹의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십년 전에 산 농장과 NYU 근처에 있는 건물 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당 부분에서 버핏은 그 건물 자체의 현금창출능력을 할인한 가치가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투자를 했고, 쭉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실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버핏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주식에 대한 설명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즉, 버핏이 말하는대로 시세 변화로부터 초연하고, 가격이 하락했을 때 좋아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 그자체의 생산성과 현금창출능력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확신이 생긴다면, 사실 가격이 떨어지면, 현금이 있을 경우 추가 투자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고, 현금이 없는 경우 그냥 무시하면 되는 노이즈입니다. 반면에 가격이 오를 경우, 현금이 있는 경우 추가 투자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고, 현금이 없는 경우 그냥 무시하면 되는 노이즈입니다. 즉, 현금이 없는 경우 - 추가 투자를 할 자금이 없는 경우 - 홈런을 칠 수 있는 좋은 공이 들어와도 휘두를 배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공이 들어오나, 나쁜 공이 들어오나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에 현금이 있는 경우,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홈런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온다는 것이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배트를 휘두르기에는 아쉬운 공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버핏 옹의 말이 확실하게 이해가 갑니다 :) 

 오늘도 가벼운 잡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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