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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15. 2018

[잡상] 안전마진에 대한 생각

[잡상] 안전마진에 대한 생각 

 지난 며칠동안 투자에 대한 잡상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독자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저도 시간이 날 때면 잠깐 잠깐이나마 글을 써보게 됩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 범위에 대한 글은 썼으니, 그와 관련해서 안전마진에 대한 글을 써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전마진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안전마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안전마진에 대한 정의부터 확실히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마진이란 본질적으로 '보험'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치투자는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를 포착하고, 괴리의 크기가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로 크다는 '확신'이 들면 자본을 투자하고 시장이 해당 자산의 가치에 적절한 가격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법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시장에서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가치는 다릅니다. 개별 투자자들이 스스로 평가를 하는 주관적인 값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확신'을 했던 가치가 틀릴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위대한 투자자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이 틀릴 수 있다는 것마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위대한 투자자들이 바로 자신들이 틀릴 경우를 대비해서 들어놓는 '보험'이 바로 안전마진입니다. 즉, 충분히 할인된 가격일 때만 투자를 함으로써 설령 가치평가가 빗나가더라도 영구적 자본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안전마진의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안전마진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분명 아주 정확한 가치평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요. 바우포스트만 그룹의 세스클라먼 회장은 자신의 저서 [안전마진 Margin of safety]에서 가치평가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요소로서 '기업 가치의 변동성'을 이야기합니다. 즉, 기업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의 신용 사이클에 따라서 변화할 수도 있고, 자산에 시장이 인정하는 '멀티플' 자체가 변할 수도 있고, 외생적인 경제 여건의 변화로 인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애초에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기 때문에 안전마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기업의 가치라는 것 자체가 변동성을 갖기 때문에 핀 포인틀 가치평가를 하고 그걸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마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기업의 가치평가를 할 때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면, '정확하게' 빗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맞춰야 하는 대상인 기업가치 자체가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가치평가 단계에서 기업의 가치를 점이 아니라 밴드로 평가해야합니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얼마나 잡느냐는 것은, 곧 그 밴드의 폭을 얼마로 잡느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100 정도가 된다고 평가가 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가치평가가 아주 정교하고 실수가 없어서, 오직 신만 알고 있을 해당 기업의 실제 가치가 100이라고 할 지라도 결국 그건 찰나의 값에 불과합니다. 결국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경제가 변화하기 때문에 가치도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확하게 100이라는 가치를 '측정'했다고 하더라도(물론 현실에서는 '추정'입니다.) 경제 자체의 변동성을 감안해서 해당 기업 가치의 변동을 감안해줘야 합니다. 즉, 가치평가가 완전무결해서 기업가치를 완벽하게 평가하더라도,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안전마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잔혹하게도 우리의 가치평가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완전할 수가 없습니다. 평가의 주체도 불완전한 인간이고, 평가의 객체인 기업도 결국에 인간에 의해서 작동하는 조직일 뿐인데 어떻게 가치평가가 완전하고 완벽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가치평가를 했을 때, 오직 외부 환경 변화를 염두해서 설정한 마진의 폭을 키워야만 합니다. 얼마나 키워야 할까요? 나 자신의 가치평가가 부정확할 가능성만큼 키워야만 합니다. 

 결국 우리가 설정해야하는 안전마진이란, 우리의 분석이 정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자체가 달라져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틀릴 위험에 대한 보험으로서의 안전마진과 우리의 분석 자체가 틀릴 위험에 대한 보험으로서의 안전마진의 합계인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안전마진의 폭을 설정하고 나면, 우리가 도출한 가치의 추정치를 중심으로 upper, lower bound를 설정하고 lower bound에 해당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자 자신의 요구수익률을 적용하여 진입할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하게 됩니다. 

 복잡합니다. 다만 그래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와 같이 안전마진 폭을 충분한 수준으로 잡고, lower bound 수준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충분한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값을 투자 가능한 가격으로 설정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투자를 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자산은 보통 '아주 탁월한 기회'가 아니라 '예상이 맞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즉, 적절한 가격 수준이라는 것 자체가 lower bound 값을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수준이 아니라 mean 값을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mean값을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간다면, 해당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다른 적절한 가격에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기대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몰릴테고, 수요가 몰리면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기회가 lower bound값을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가격 수준에 이르기 전에 올라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투자할 기회를 찾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마진의 진정한 의미는 정말 드물게 발생하는 '정말 무슨 일이 발생해도 잃은 위험이 적은' 기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 자체가 아주 드물고, 또 일단 안전마진이 충분히 확보되면 영구적인 자본손실 위험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과감히 비중을 가져가야만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안전마진을 철저히 지키는 투자자는 집중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또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가능한 대상이 가능하면 많을 수록 좋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가능한한 가치평가를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안전마진을 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에도 상황이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틀릴 경우를 대비한 안전마진과 분석이 틀릴 경우를 대비한 안전마진의 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에는 외생적인 변수에 대한 안전마진이기 때문에 항상 넉넉히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투자자 자신의 지식 격자무늬틀을 착실히 갈고 닦음으로써 줄일 수도 있는 마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범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그 능력범위를 넓혀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마진을 줄이려는 시도는 결국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진이라는 것이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이기 때문에 마진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워런 버핏의 스트라이크 비유에 적용해보면, 타자의 능력을 키워서 '덜 칠만한 공'이 와도 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게시물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투자의 절대 원칙은 잃지 않는 것인데, 실력을 키워서 '덜 칠만한 공'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그런 절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실력은 키워서, 원래도 칠만한 공을 더 잘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할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들은 언제 투자하느냐라고 불만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한 버핏 옹께서는 명언을 선사하셨습니다. 

“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결국 기다리면 꼭 기회가 오긴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안전마진을 넉넉히 잡고 준비를 착실하게 하면서 기다리다가 정말 기회가 오면 그때는 시장과 함께 패닉에 빠지지 말고 넘쳐나는 금덩이들을 얼른 주워담으라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언제는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 

 오늘의 잡상은 여기까지 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눈팅보다는 보팅, 보팅보다는 코멘트를 좋아합니다. 물론 보팅과 코멘트를 다 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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