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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1. 2017

#서평 9 :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

스티븐 드로브니 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부자들들의 특별한 자산관리 수단'이라는 이미지부터 '금융시장을 어지럽히는 투기꾼들'이라는 이미지까지 헤지펀드에 대한 인상은 사람마다 온도차가 꽤 큰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분명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그들이 상당히 명석한, 아니 괴랄하게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분명 사실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그러하듯 금융산업에도 계층이 존재한다. 당연히 PEF와 헤지펀드는 그 계층 구조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만큼 최고로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는 곳이고, 동시에 가장 탁월한 수익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 물론 수수료 차감 이전 기준으로, 수수료 차감하면 확신할 수 없다. - 동시에 그만큼 알려진 것이 없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용자도 소수, 종사자도 소수이다 보니 헤지펀드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대부분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다. 하물며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사고체계에 대한 정보는 정말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사고체계, 생각의 틀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 회의>라는 책이다. 앞의 소개만으로도 읽고 싶은 욕구가 막 샘솟지 않는가? 내용은 더 좋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어떤 사상이나 철학에 대해서 저자가 설명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다룬 부분이 앞에서 나오고, 이어서 13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들 혹은 트레이더들과 한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책에 딱히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가 이것이다! 하고 말하기가 좀 어렵다. 따라서 인상 깊은 부분들 위주로 소개하는 형식으로 서평을 작성하려 한다.


 아, 매니저들의 인터뷰 내용에 앞서서 이전에 <버핏도 따라한 케인즈의 주식투자 비법>이라는 책에서 케인즈의 성과에 대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는데, 그 데이터가 이 책의 앞부분에 있다! 간단히 그래프 사진을 첨부한다.  



이제 정말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처음 소개할 매니저는 팔콘 매니지먼트의 짐 라이트너이다. 자신의 가족 펀드를 운영하는 독립 투자자의 전형으로서의 나오는 매니저다. 대부분의 내용이 인상 깊었지만, 분량 관계상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만 추려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당신은 가격이 언제 궤도에서 벗어나는지를 "충분히 근거를 갖고 말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천부적인 재능도 갖고 있지 않다. - 뻥이다. - 재능은 시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항상 모든 것을 주시하는 데에서 나온다. 수년간 그렇게 함으로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했다. (중략)


그가 말한 "지적인 데이터베이스"라는 개념을 나는 찰리 멍거의 "정신 모형"과 같은 맥락의 의미로 해석했다. 역시 일단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생각의 틀의 중요성에 대해서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년 뒤에 당신과 같은 위치의 트레이더가 되고자 하는 젊은 트레이더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그들은 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나는 결코 하나의 방식이나 한 나라에 투자하는 식으로 나 자신을 얽어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거래는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충고는 한 분야에서만 지나칠 정도로 전문가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날 비효율적인 영역이라고 해서 그것이 미래에도 비효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중략)


이 부분에서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이 생각났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원칙에 대해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선문답 같이 느껴지는 워런 버핏의 대답인데, 짐 라이트너의 조언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그 선문답 같은 버핏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아주 본질적인 부분을 빼고는 스스로를 구속시키지 않는 원칙 아닐까? 다만, 사실 이건 대가의 레벨에서나 가능한 철학인 것 같다. 난 나 스스로를 어떤 원칙 하에 구속시키지 않기에는 내가 너무 불안하다. 실제로도 실수를 아주 자주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나 자신을 제어해줄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하긴 한데, 그 철학을 제어와 구속의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재앙과 비극은 항상 매수 기회 인가?


그렇다. 러시아와 보츠와나 또는 터키를 보라. 예를 들어 1999년 터키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유리 제조업체의 주식을 샀다. 모두 창문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략) 기회는 뉴스에 근거해 사람들이 당황할 때 온다. 뉴스는 마구잡이로 나온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일 때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분석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는 않다. 뉴스로 인해 입장을 바꾸는 것은 보통은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다. 


난 짐 라이트너의 이 조언을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나쁜 뉴스에 움직일 것이라면, 사는 방향으로 움직여라.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 나쁜 뉴스에 팔지는 마라." 나쁜 뉴스가 나왔을 때 파는 건 솔직히 사고가 난 후에 보험을 해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젠장 맞게도 무엇하나 확실하게 단언할 수가 없다. - 만약 그 나쁜 뉴스가 더 나쁜 파국의 신호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포지션을 신속하게 청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뉴스를 보자마자 반응하는 것보다는 잠깐의 여유를 갖는 편이 더 옳은 선택일 것 같다.


당신은 항상 거래가 잘못될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는가?


나는 위험에 대해 매우 중립적이며 양쪽 방향 모두 염두에 둔다. 내가 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일반적으로 호가 증적인 증거를 찾는데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중략)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비 확증 증거를 찾고자 자신을 훈련시킨다. (중략) 내가 거래에서 하는 일은 비 확증 증거를 찾는 것이다. (중략) 왜 어떤 것의 가격이 올라야만 하는지가 아니라 하락한다고 믿는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 것이다. 


확증 편향을 정말 진부할 정도로 투자의 심리적 측면을 다루는 책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진부할 정도로 자주 범하는 실수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서평을 쓴 <워런 버핏처럼 투자심리 읽는 법>이라는 책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왔었다. 진화의 결과로써 확증편향이라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역선택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그나마 확증편향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다섯 개의 주요 자산 범주 뒤에 우리가 절대적 수익이라고 부르는 마지막 범주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비상하고 엉뚱한 생각들을 물고 늘어지면 일 년에 두 번 정도 찾아낸다. 때때로 운이 좋으면 일 년에 한두 차례씩 가격이 잘못 매겨진 주요 투자 대상을 찾아낸다. 반면 이따금 운이 나쁘면 다음 거래에서 성공하기까지 18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중략) 절대적 수익의 범주는 이처럼 비체계적인 돈을 벌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어두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비체계적인 기회를 찾기 위해서 체계적으로 세계의 시장을 매일 살펴본다. 세계는 매우 크며 그곳에는 우리가 거래할 수 있는 수천 가지의 거래 대상들이 있는데 우리는 모든 기회의 99.99%를 놓치게 된다. 비체계적인 기회는 그것이 비체계적이기 때문에 속성상 발견하기가 어렵다. 세상에서 언제 무언인가가 다른 것에 비해 제대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함축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짐 라이트너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다. '절대적 수익 거래',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아비트리지 거래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엄밀한 조건 - 무위험, 무자본, 즉시 이익 확정 -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무자본과 즉시 이익 확정 조건은 포기하더라도 무위험에 가까운 상태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아비트리지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직업 투자자가 아닌 개인 투자자라면 철저하게 이런 '절대적 수익 거래' (= 넓은 의미의 아비트리지 거래) 기회만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버핏이 일찍이 투자의 세계에는 스트라이크가 없기 때문에 그저 타석에 서서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었다. 사실 직업적 투자자들은 이게 여러 가지 제한들로 인해서 불가능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기회만 찾아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라이트너가 말하는 것처럼, 수많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난 그 체계적으로 찾는 노력으로서 사전에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대해 분석해놓는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이런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화 시킨 투자자만이 좋은 기업에 '잘못된 가격'이 매겨져 있을 때 이걸 빠르게 캐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골드만삭스에서 프랍 트레이딩 부문 헤드로 일하다가 셈퍼 매크로라는 자신의 헤지펀드를 만들어서 독립한 크리스티안 시바 조시라는 매니저의 인터뷰이다. 


일반적으로 프랍 데스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편인가?


열정과 겸손이 내가 찾는 주된 인품이다. (중략)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성실함이다. 


물론 이때의 열정과 겸손함, 그리고 성실함이라는 인품을 갖춘 사람은 당연히 (지적인 능력에 대한 검증이 된 사람들 중에)라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일 것이다. 그래도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부문의 헤드였던 트레이더의 트레이더로서의 인재상을 볼 것 같아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매니저가 아니다. 리서치 회사의 전략가인데, 학계에 있다가 투자업계에 몸을 담았다가 다시 드로브니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라는 리서치 회사를 설립한 사람이다. 


그것은 마치 시장 포지셔닝이 당신의 거래 방법에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렇다면 시장 포지션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그것은 조금 까다로운 문제다. 나는 주위에서 듣고 또 읽은 것으로부터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얻는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달러 약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 비록 나 역시 달러에 대한 약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는다. 예를 들어, 올해 나는 달러 랠리를 놓쳤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잠재적인 달러 랠리에 대해 얘기들을 하고 있어서 나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포지셔닝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단지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느냐와 관련된 것이다. 포지셔닝에 대해 생각할 때, 매우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중략) 지난 2-3년 혹은 5년 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군중과 거꾸로 가는 것이 성공 투자의 충분조건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필요조건은 맞다고 생각한다. 군중과 함께 가면 만약 그것이 맞다고 해도 이미 너무 비싸져서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드로브니 박사의 견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박사의 사례처럼 랠리를 놓쳐버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군중을 따르다가 잘못되었을 때 치를 대가는 수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손실을 본다는 것이니까. 차라리 저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다소 혼자 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싸게 먹히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트레이더 존 포터 박사다. 바로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가자. 


 보통 주니어 트레이더들에게 시장과 관련된 어떤 책을 추천하는가?


 나는 CFA 프로그램을 지지한다. 그것은 모든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채권시장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포커 게임을 알아야 하며 파보 찌의 책들은 기본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LTCM의 얘기를 다룬 로저 로웬스타인의 <천재들의 실패>이다. 나는 모든 트레이더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한 다음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굉장히 똑똑하더라도 이들보다 더 똑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드림팀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보아라." LTCM의 확실한 문제점은 그들이 지나치게 경제를 수학적 모델로 공식화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학적이고 계량적인 접근 방법이 유일한 접근법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숫자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모른다. 그들은 좀처럼 그 숫자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또 그것들이 얼마나 안정적 일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들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존 포터 박사는 심리학 박사, 경제학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투자 결정을 하면서 숫자를 참고하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상당히 많은 숫자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포터 박사는 숫자에 대한 맹신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숫자들이 어디서 오는지, 그것들이 얼마나 안정적 일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공식이나 숫자를 사용할 때는 공식의 논리와 숫자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사용해야지 맹목적으로 '숫자다!'라고 이용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접근법이 아니라는 의미의 충고로 생각된다. 

 또한 최근 CFA 준비를 해볼까 말까 고민하던 차라서 CFA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었고, "당신들이 굉장히 똑똑하더라도 이들보다 더 똑똑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부분에서 괜히 다른 트레이더들도 겸손 등의 기질을 중요시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다음은 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었으며 와드 하니 에셋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는 수실 와드 하니 박사다. 중앙은행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점이 일단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은 인터뷰 내용은 이것이었다. 


폴 튜더 존스와 같이 일하면서 당신이 배운 트레이딩 교훈은 무엇인가?

그에게서 배운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는 좋은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특별한 것이었다. 폴에게서 배운 또 다른 중요한 교훈 하나는 지적인 유연성이다. 어떤 내용을 아주 강하게 신봉하고 있고 그것이 아무리 논리가 분명하다 해도 첫째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두 번째는 중기적 관점에서 틀리지 않았다고 해도 단기로 포지션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좋은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좋은 투자는 잃지 않는 투자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고, 버핏이 버크셔의 투자담당자를 스카우트할 때 주로 보는 것이 시장 폭락 시기에 얼마나 계좌를 방어했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글을 본 기억도 있어서 좋은 방어가 중요하다는 문구가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적인 유연성은 사실 다른 매니저들 또한 다들 언급한 내용인데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이 와드 하니 박사라서 인용해보았다. 결국 와드 하니 인터뷰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다."라는 것이다. 


 다음은 제로 투 원의 저자로도 유명하고,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도 유명한 피터 틸이다. 피터 틸이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라는 순간 의문도 들었었는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매니저라고 한다. 오오... 바로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리서치 팀장은 회사에서 첫날 맞은 인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만일 여러분 가운데 누구라도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해고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여기에서 그 사람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고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이곳과 비슷한 수준의 직장을 바로 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무도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기에서 "시장은 효율적입니다!"라고 외칠 놈이 어디 있겠냐?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물론 시장이 비효율적인 기간도 존재한다는 견해에는 당연히 동감이다. 사실 인용한 것 자체는 이 리서치 팀장이라는 사람의 왜냐하면~ 이하 구절이 꽤 인상적이어서 그랬다. 그 지나가던 경제학 교수가 땅에 떨어진 100달러짜리 지폐 이야기는 이제 슬슬 진부하다 싶었는데, 저 예시는 참신해서 그런가 재미있다. 


 다음은 베 센트 캐피털의 매니저 스캇베센트다. 이 사람이 흥미로운 이유는 일단 주식운용 가라는 점이 가장 먼저 그렇다. 소개를 주식운용가로 소개한 것은 유일해서 일단 관심이 갔다. 그리고 이 사람의 상사들의 목록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조지 소로스, 스탠리 드루켄 밀러, 닉 로디티, 짐 로저스, 짐 차노스 등 알만한 트레이더들이 전부 한 사람의 상사 목록에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부유한 집안사람들이 그들의 돈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보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들은 그들이 매입한 주식의 기업 경영 상태를 알고 싶어 했고, 오직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산업의 종목들만 매수했다. 그들의 접근 방법은 1975년 처음으로 도날드슨, 러프킨 앤 젠 레티라는 회사에 실제로 지분 투자를 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 회사의 주가는 30달러에서 2달러까지 폭락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25%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었다. 그 집안의 아버지는 DLJ의 창업자들 가운데 한 명과 친구였는데 그가 창업자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일 자네가 이것이 좋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이 물량을 모두 사겠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했다. 7년 뒤 그는 그 주식을 30달러에 되팔았다. 그들의 투자철학은 경영자에 대한 신뢰 뒤에 세워져 있었다. 

이야 사람보고하는 투자는 이런 거구나 싶어서 인상 깊었다. 사실 나는 이런 투자는 못할 것이다 아마. 인간보다는 설비가 설비보다는 땅이 땅보다는 현금이 더 믿음이 간다. 근데 내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보니까. 뭐 모방할 수 없는 기질의 차이이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어서 밑줄을 치고, 접어둔 곳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걸 모두 옮길 수는 없으니, 인터뷰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한다. 정말 책 읽는 내내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깝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배웠고, 유익했다. 베일 속에 숨겨져 있던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사고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 인터뷰의 공통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찾은 공통점은 2가지이다. [1.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를 강조했다. 2. 모두 최악의 투자를 했었다.] 이렇게 2가지이다. 

 일단 이코노미스트는 정말 다들 어디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어요? 혹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요?라고 하면 여러 가지 소스들이 나왔지만 공통적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들어 있었다. 한참 구독해서 보다가 영어가 좀 어려워서 시간이 오래 걸리길래 요즘은 잘 안 보고 있는데, 꾸역 꾸역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일괄적으로 일간지보다 주간지나 월간지를 꼽은 부분에서, 트렌드를 알려면 역시 일간지보다는 주간지나 월간지처럼 텀이 좀 있는 매체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모두 최악의 투자를 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공통된 질문이었는데, 누구나 최악의 투자를 한 경험이 있었고, 그 피해 또한 객관적으로 봐도 굉장히 컸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는 최악의 투자를 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동시에 그 최악의 투자로 죽지 않았다는 - 물론 투자업계에서 - 공통점도 공유하고 있었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밖에 없고, 그 실수 가능성을 인식하고, 만약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가 게임 아웃으로 이어지지 않도록만 하면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고 탁월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이게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다. 


이 책은 당연히 추천이다. 그것도 강추다. 어렵지도 않다. 실용적이다. - 분량 상 담지 못했지만 아주 구체적인 접근법까지 소개한 부분들도 더러 있다. - 그리고 아주 희소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안 볼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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