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P 킨들버그, 로버트 Z 알리버 저, 금융위기의 역사에 관하여
투자 대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의 학부 전공 중에 흔한 전공 중에 하나가 바로 '역사학'이다. 그만큼 '역사'라는 것이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야 뭐 학부에서 경제를 전공하고 있으니, 역사를 전공할 방법은 없고 그저 역사에 대한 책이나 몇 권 훑어 보는 방식으로나마 역사에 대한 무지를 줄여보고자 금융위기의 역사에 대한 책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집었다.
음, 이 책은 고전이다. 안 읽어 본 사람은 있어도 못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책의 질은 이미 검증이 끝난 셈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왜 고전이 되었을까? 생각해봤을 때 결론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 본 역사 서적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2장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역사가들에게 각각의 사건은 고유하고, 그 각각의 사건이 가진 고유성, 특수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역사의 일반성에 초점을 맞춘다. 최대한 도식화하고 간단히 만들어서 일반화를 시켜야 모델로 만들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관점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의 주요 독자인 금융위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일반성이나 전형적인 특징 따위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 본 책을 조금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책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2장에서는 분석의 배경과 모델 - 민스키 모멘텀을 중시로 분석한다. - 3장에서는 경기 확장기의 광기 국면, 시장이 항상 합리적인지에 대한 검증 4장에서는 광기와 통화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5장과 6장에서는 광기와 위기의 국내 측면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7장과 8장에서는 국제적 파급력과 위기 간의 관련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9장은 광기의 시대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기 등에 대해서 다루고, 10장과 11장은 국내 차원에서의 위기관리 12장은 국제 차원에서의 위기관리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총괄적인 정리를 한다.
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보면 알겠지만, 일단 광기와 위기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 통화와의 관계, 그리고 국내외 파급력과 관리 방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책 자체가 좀 묵직하고,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주욱 읽어가면서 논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광기와 패닉 그리고 위기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하이먼 민스키의 관점에서 위기를 분석한다. '신용공급의 순환'의 관점에서 금융위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접근법은 하이먼 민스키의 모델 - 민스키 모멘텀 - 이 여전히 유효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민스키 모멘텀에 대한 주요 반론들을 소개하고, 그 반론들에 대해서 다시 반론함으로써, 여전히 민스키 모멘텀은 위기를 설명하는데 탁월한 설명력을 가진 모델이라는 점을 주지 시킨다.
3장에서는 '광기'에 대해서 주로 다룬다. 광기라 함은 합리성의 결여를 의미한다. 따라서 광기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사전에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3장의 주요 내용은 바로 이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내용이다. 우선 저자는 '합리성'의 의미를 4가지로 분류한다. 각각의 합리성의 의미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게 은근히 시장의 현상을 설명할 때 큰 차이를 초래하기 때문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4가지 투자자의 합리성의 유형은 1. 대부분의 투자자 - 대부분의 시간에 합리적 2. 모든 투자자 - 대부분의 시간에 합리적 3. 각 시장 참여자들이 동일한 능력, 정보, 목적, 모델을 갖고 있음 4. 모든 투자자 - 항상 합리적이다. - 난 개인적으로 1번 유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투자자' '대부분의 시간에 합리적'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투자자가 합리적이라는 가정도, 모든 시간에 합리적이라는 가정도 현실에서 모순점이 너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자의 합리성에 대해서 고찰한 후 저자는 시장의 합리성과 개인의 합리성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여기서도 몇 가지 유형이 나오는데, 난 구성의 오류로서의 관계가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대체로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는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자 외부자 사례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또한 '거미집' 유형이라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재미있었다. 이런 거미집 유형의 관점에서, 시장의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변위 요인'이라는 개념도 굉장히 유익했다.
아, 그리고 흔히 갖고 있는 선입견이 국가별 국민의 투기적 기질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국민의 투기적 기질은 어떤 특정 국가 국민의 특성이 아니라 해당 시기의 국민적 분위기, 시대 등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라틴 계열 국가들은 게으르고 투기적이야, 중국 사람들이 도박을 참 좋아하지 등의 통념이 존재하는데, 이런 현상이 실제로 맞다고 하더라도 그건 국민 자체의 기질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라던가 시대상 등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장은 통화량에 대한 부분이다. 민스키의 관점 자체가 신용 순환이 금융의 광기와 위기를 초래한다는 관점이기 때문에 신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통화량에 대한 고찰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일단 자산 가격 거품의 필요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신용의 증가라는 점을 시작으로 고찰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신용의 증가가 전통적인 은행권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비은행권의 대체수단을 통해서 창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 특히 광기 국면에는 - 통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이때 대체수단이란, 흔히 Repo라고 하는 단기성 신용, 콜머니, 환어음 등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화폐의 역사를 주어진 통화량 공급을 형식적인 규정을 우회해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행위들의 연속으로 정의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통화 공급량에 대한 통화 학파와 은행 학파의 논쟁도 인상적이었고, 비은행권 신용창출에 대해 깊이 우려한 나머지 "모든 금융자산을 확정된 현금지급 계약이 없는 지분 형태로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은행 이외에 어떤 기관도 효과적인 화폐 대체 상품을 창출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주창한 시몬스의 관점도 꽤 흥미로웠다.
아, 그리고 민스키의 채무의 질에 대한 고찰도 인상적이었다. 헤지 채무, 투기 채무, 폰지 채무로 채무를 분류하고, 투기 채무와 폰지 채무에 의해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높아진다는 고찰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떤 투자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으로 채무의 이자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어서 자산의 가격이 상당히 올라서 자본이익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그 대출받은 돈으로 이자를 지급해야만 하는 폰지 채무에 대한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5장은 위기의 결정적 단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선 위기의 전개 양상에 대한 서술로 시작된다. [위기는 어떤 충격이 경기 확장을 야기하고, 곧이어 확장국면은 경기 호황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경기 호황으로 경제 전반에 '풍요 감'이 성숙해지고 확산된다. 그런데 이어서 일정 시점이 되면 자산 가격의 상승이 멈춘다. 자산 가격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불안 국면이 뒤따르고, 이런 과정을 거쳐 패닉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패닉이 오면 붕괴가 뒤따른다.] 이게 위기의 전개 양상이다.
저자는 이 5장에서 이런 위기의 양상에 대해서 소개하면, 이때 정부의 역할이 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물음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정부 관계자의 경고는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 이 부분은 앞에서 시장과 개인의 합리성 관계에서 내가 구성의 오류 관점을 취한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경고를 던졌을 때 효과가 있으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버블 상황이라는 것을 몰랐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경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개개인의 참여자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버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붕괴가 언제 될지 모르기 때문에 랠리의 행렬에서 내리고 싶지가 않은 것뿐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에는 춤을 춰야 한다"라는 말이 이런 개개인의 행위에 대해서 설명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버블인 것을 몰라서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경고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불안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부가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장 플레이어의 걱정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젠장, 이게 가능할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정부로서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서 예금자보호 프로그램도 만들고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은행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적으로 불안을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인 견해다.
앞의 위기의 전개 양상에서 '불안 국면'이 패닉이 발생할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불안 국면이 패닉으로 이어지려면 '매도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은 '최초의 매도자'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다시피 이걸 식별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종종 최초의 매도자들은 '외국인'들이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 내 견해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충분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해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경우 누구도 완전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 약간의 통제력이라도 선사해주는 것은 '정보'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부자보다는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당연히 인식하고 있는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불안만 느껴도 바로 매도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6장은 풍요 감과 경제 호황에 대한 부분이다. 즉 광기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고층빌딩과 자산 가격 거품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인상적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제일 링 타워 등의 착공 시기는 대부분 해당 국가의 자산 가격 버블 시기와 겹친다. 즉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가 거품의 시각적 증명인 것이다. 이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동시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관계도 인상적이었다. 주식시장이 버블이 생기던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 생기던 결국 버블은 다른 시장으로까지 전파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면 신규 매수자 - 보통 외부인 -이 유입된다. 그러면 당연히 매도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그들은 내부인들이다. 매도를 했으니 현금이 생기고 그 현금으로 해당 시장의 물건도 다시 사들이지만 - 자본이익을 예상하고 - 자산을 분배하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시장의 자산에 관심을 갖게 되어 다른 시장의 외부인으로서 신규 매수자가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어느 분야에서 버블이 발생하던지 간에 버블은 결국 국가 전체 시장으로 전파된다는 점이 아주 재미있었다.
7장과 8장은 이 버블의 전파를 구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부분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외환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버블은 자본의 이동과 외환 가치 변동을 통해 결국 다른 나라로까지 전파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의 실증적인 증거는 20세기 마지막 15년 동안 연속적으로 발생한 4개의 자산 가격 거품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버블은 자본이동을 매개로 노르딕 3개국 버블을 초래하고, 동시에 방콕 등 동아시아 국가로 전파된다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의 버블과 붕괴는 다시 자본을 미국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면서 1990년 대 말 미국의 닷컴 버블 붕괴를 초래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국제적 자산 가격 버블과 붕괴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버블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고찰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미국 시장의 자산 버블은 대부분 주식시장 내에서 그쳤기 때문에 경제 자체에 큰 후유증을 남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의 버블은 결국 부동산 시장 버블이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에 버블이 터져버렸을 때 각 국에 아주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는 점의 차이가 있었다. 즉, 버블과 그 붕괴가 그 나라 경제에 미치는 후유증의 차이가 버블의 형태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9장은 거품 형성과 붕괴 시기에 반드시 수반되는 부정과 사기에 대해 다룬 부분이다. 엘론, 월드컵, 타이코 등 수많은 사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사기의 속 사정에 대해서 다룬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부정과 풍요 감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부정행위는 보통 경제기 활황기일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일까? 결국 탐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기꾼이 제일 사기 치기 어려운 상대가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는 것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 물론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린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 - 그래서 활황기 개인들이 부의 증식 과정에 끼어들기 위한 탐욕에 빠지게 되고, 사기범들은 그 탐욕을 이용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정확히는 소름 돋았다. 역시 부보다는 탐욕이 훨씬 더 급속히 커지고, 이게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아 그리고 1980~1990년대의 부패 발생이 1920년대보다 많은 원인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인상적이었다. 3 가지 설명을 한다. 1. 도덕규범을 고수하려는 자세가 약해졌다. 2. 위험과 보상이 서로 상쇄되는 양자 간의 대칭 관계가 예전에 비해 좀 더 일그러졌다. 3. 공인회계사들의 부상
1번은 솔직히 별 동의 못하겠고, 2번과 3번이 흥미로웠다. 2번은 결국 위험과 보상의 관계가 비대칭 규모를 갖게 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할 유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실제 주식을 보유한 사람보다 랠리 행렬에서 더 늦게까지 빠져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 잃으면 조금 잃고, 벌면 왕창 벌 테니까. 3번은 결국 회계사들이 그들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기업의 재무관리자들에게 받는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는 것인데, 이건 뭐 항상 지적되는 문제긴 한데 그래도 특별한 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10장은 정책대응에 대한 관점들이다. 방임 - 청산 주의 - 이냐 개입이냐의 문제이다. 결국 방임을 주창하는 쪽에서는 "대가를 치러야 다음부터는 위험에 조금 더 신중해지지."라는 주장이고 개입은 "다음이 있으려면 일단 오늘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 다 죽게 생겼다니까?"라는 주장이다. 뭐 난 개인적으로 당연히 후자다. 젠장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는 거다. 그리고 청교도적 관점에서 '탐욕은 대가를 치러야 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탐욕의 대가를 탐욕을 부리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까지 같이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2008년도에 금융위기는 분명 불량 모기지 대출로 시작되었지만 그 파급력은 불량 모기지 대출 이용자뿐만 아니라 건전한 모기지 대출자와 건전한 대부자 모두에게 전파되었다. 누군가를 징벌하기 위해서 선량한 다른 사람을 징벌해야 한다면, 차라리 선량한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징벌하지 않는 쪽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러면 답은 사전에 규제와 감독으로 그걸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긴 하다. 어쨌든!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고 해도 일단 청산 주의는 반대다. 나쁜 놈 잡자고 착한 사람까지 때려잡는 미친 짓은 문명사회에서 할 짓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11장과 12장은 궁극적 대부자, 최종적 대부자에 대한 부분이다. 11장은 국내 차원에서 12장은 국제적 차원에서 다룬다. 11장의 경우 먼저 궁극적 대부자의 필요성, 그리고 그 궁극적 대부자는 정부의 재무부인지? 아니면 중앙은행인지?, 궁극적 대부자는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얼마만큼을 언제" 대부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결론만 간단히 하자면, 누구에게 - 모든 희망자에게, 어떤 조건으로 - 건전한 담보를 조건으로, 얼마만큼 - 필요한 만큼 무한히, 언제 - 채무 지불 능력이 없는 기업이 파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동시에 채무 지불 능력은 있지만 단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살릴 수 있는 시점에 라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각 조건들이 정말 실제로 적용하기에 더럽게 까다롭다. 모든 희망자에게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유동성이 필요한 시기에 건전한 담보인지 불완전한 담보인지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까? 당시에는 전부 완전한 담보로 보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은 뭐 그렇다고 쳐도, 부실한 기업이 망하고, 건전한 기업이 망하기 전이라는 것도 거의 예술의 영역이다. 요점은 더럽게 어렵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12장에서 다루는 국제적 최종 대부자는 결국 외환 측면이다. 경제의 펀더멘탈적 요인을 벗어나는 불필요한 변동성을 잡아줄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전 세계가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적 최종 대부자가 막강한 규제와 법적 토대 위에 서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IMF만 봐도 사실 뭐 그리 썩 탁월한 최종 대부 자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니까 뭐. 이 부분에서도 뚜렷한 답이 없다 젠장 ㅠ_ㅠ 정도로 답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의 정도?
마지막 13장은 총괄적인 정리를 해주는 장이다. 통화 충격, 신용 충격에 의한 금융위기/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있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까? 등의 물음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가는 부분인데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고, 사실 앞의 12개의 장을 다 읽었으면 추론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서 내가 정말 앞의 장들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보는 기회도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면, 페이지 수는 500페이지 남짓이니까. 평소보다 분량이 늘어난 것은 아닌데 다루는 내용이 내용인지라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책이다. 하지만 분명 명료한 관점을 바탕으로 발단부터 전개과정 결과까지 차근차근 다뤄주고 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역사는 분명 금융시장처럼 특별한 나침반이 없는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템플턴의 명언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줄인다. 아, 물론 강추다.
The four most expensive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are "this time it’s diffe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