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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Oct 31. 2017

적당히 낯선 생활

#프롤로그


우리 부부의 적당히 낯설었던 25일간의 기록입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이야기한,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함께 여행을 해보자고요. 일년이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6개월, 그것도 안된다면 한 달이라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며, 결혼 후 1년이 되는 해에는 그 꿈을 이루자며 다짐했습니다. 조금은 막연한 소망이기도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꿈을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쓰려는 것은, 여행기이자 성장기입니다.


사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마련한 우리는 이 한 달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관광지를 구경하고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이 주는 가르침으로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랐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한 달, 어쩌면 욕심일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후 똑같은 현실로 돌아오긴 싫었습니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뀌어야 했습니다.



왜 생활은 익숙해지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생활은 늘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서른이 되도록 인생이란 것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늘 떠나고 싶어했습니다. 휴가철만 되면 소비하듯 여행을 가려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생활이란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짓누르는 이 현실을 직면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생활의 무게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두 사람의 도전입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여행을 하자


우리의 주 목적지였던 토트네스Totnes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대안적인 생활방식에 대해 찾아보던 중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습니다. 토트네스는 영국의 남서쪽, 데번Devon지역의 작은 마을입니다. 전환마을Trasition Town이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토트네스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의 기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로 주저없이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낯선 생활’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생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생활하는 여행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몇 가지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숙박시설이 아닌, 에어비앤비를 통한 현지 가정집에서 묵기. 시장에서 장보기. 저녁은 직접 해먹기. 관광지보다는 동네를 산책하기. 기회가 닿는대로 현지의 사람들을 만나기... 아마 생활이라 말하기엔 적잖히 부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낯선 생활’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낯설게’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낯선 생활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 삶에서 짧지만 무척이나 선명하게 지나간 한 달. 우리는 이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토트네스를 비롯한 다섯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이야기들부터 우리가 평생 기억하고 지키고 싶은 생활의 작은 수칙들까지 차근히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들의, 적당히 낯선 생활 입니다. 





글쓴이 소개 _

보람, 아내, 세 번의 퇴직 후 작은 가게 운영 중. 

영원, 남편, 3년차 광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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