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뱃멀미도 안 하는 내가 유일하게 견디지 못하는 탈 것이 택시이다.
버스를 탈 때에도, 지하철을 탈 때에도, 비행기를 탈 때에도, 하다못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도 듣는 귀는 늘 소음과 단절시키고, 두 눈은 작은 화면 속에 가둬둔다. 사람 구경을 좋아해도 어쩐지 단절시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살아가는 중이긴 하지만.
이런 내가 고작 멀미 때문에 택시는 귀를 소음으로부터 가까이하고, 눈을 가둬두지 않아야 흔들리는 장기들이 평온을 찾는다. 자연스럽게 귀는 라디오와 기사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눈은 창 밖을 바라본다.
그때 드는 생각은 글쎄.. 아무런 생각이 없다. 의식하지 않아도 생각하기를 멈춰버리는 순간이다. 초록색, 파란색, 갈색… 그러다 문득 들은 생각은 붉은색이 없다는 것이다.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들이 가냘프지만 생동감 있게 존재감을 나타내던 것들 말이다. 어쩐지 오랜 허전함이 드는 찰나의 마주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