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시작

by 어려운 평범함

매일의 하루를 살아가면서 문득 느끼는 공허함과 지루함에 즐거움을 더해줄 새로움을 찾게 된다. 사실 이런 마음으로 브런치를 접한 건 한 2년 전쯤이었으려나. 글을 쓰고 내 기억의 흔적을 어딘가에 남긴다라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지만, 부끄러운 단어들과 부족한 어휘력이 방해가 될까 싶어 늘 망설이게 됐던 것 같다.


알람 소리로 시작하는 아침, 비가 오는 오후, 그리고 그저 무기력해지는 저녁에 무언가를 더 채우고 싶어 비로소 발자국을 남겨보려 한다. 웃긴 건, 이런 시도는 재작년부터 했던 것 같은데 늘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고, 꾸준함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지의 끝을 보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 오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실 거창할 필요가 없는데 대학생 때 주야장천 보내야 했던 에세이들 덕분일까. 하나의 주제로 거창한 말들을 써 내려가며 페이지를 채워야 하는, 그런 우스운 강박이 내 안에 아주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문제는 이 작지만 무거운 강박이라는 녀석은 내 안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일기가 아닌 다른 글들의 마지막 마침표는 끝내 못 찍게 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보아하니 나는 6월에도 글을 쓰려고 했었던 것 같다. 단 두 줄 뿐이었던 내용을 잠깐 읽어보니 나의 귀여운 파우치 속, 늘 자리 잡고 있는 립밤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늘 나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중한 물건들에 대해 그때의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싶었을까. 그렇게 사라져 버린 문장들만 모아놔도 참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끝을 보지 못하고 내 손에 의해 지워져 버린 그 짧은 문장들에 그저 아쉬움만 남는다.


미술을 처음 배울 때, 지우개를 쓰지 말고 선을 쓰는 것에 두려움을 없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단어와 문장에 조금 응용해 보려고 한다. 나의 짧고 화려하지 못한 글들은 이렇게나마 모이고 모여서 후회가 아닌 값진 시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에, 이 새벽의 사소하지만 무거운 시작이 분명 내일의 나에게는 둘도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끝을 먼저 생각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소한 시작을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