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지역의 변화, 원을 더하다.
본 아티클은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의 개인 브런치 글을 발췌하였습니다.
https://brunch.co.kr/@jbshowta/20
'2018 J-Connect Day, 원을 만들다'에서 만들었던 '원'이 전국의 지역 혁신가들이 제주에 다같이 모여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였다면, '2019 J-Connect Day, 원을 더하다'에서는 그 원을 '혁신자본'이라 명명하고 이에 '교육혁신', '공공혁신'이라는 새로운 원들을 더하였다. 지역이 사람과 같다면 지역이 태어나고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할텐데 이번에는 그 지대한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공감했다. 현재 '지역'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크리에이터, 정부, 지자체, 투자자들까지 다양한 영역의 플레이어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혁신자본'에 이어 다른 분야와의 연결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2019 J-Connect Day, 원을 더하다'의 패널토의는 3개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지역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혁신자본'에서는 지역에서 크리에이티브 시티로의 전환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다섯명의 패널이 참여했다.(왼쪽에서부터 완도살롱 이종인 대표님, 공유를 위한 창조 박은진 대표님,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 이사(나),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님, 공장공장 홍동우 대표님) 그리고 모더레이터는 메타기획컨설팅 최도인 본부장님이 맡아주셨다.
다섯 명의 패널, 이종인(완도), 박은진(거제), 최지백(강릉), 김철우(영도), 홍동우(목포)은 각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도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사전에 패널토의를 상상하며 한시간은 분명히 다섯명의 지역혁신가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역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 그리고 패널 토의에 참가하신 지역혁신가들을 위해 나와 회사의 이야기를 단순명료하게 설명하는데 집중하고자 했다.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도시, 강릉
단순명료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더 어려웠다.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어떻게 섬세하게 또 과장되거나 축소되지 않는 비유를 들어 설명할까 고민했다. 그래도 가장 잘 말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강릉의 속내를 잘 설명한 부분이다.
"다른 도시들보다 비교적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가진 것 외에 강릉은 강원도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동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동네라는 게 부정적인 어감일 수도 있겠지만 강릉 사람들은 스스로 보수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릉에서는 대학교보다 고등학교가 중요하고 강릉김씨, 강릉최씨가 더 중요한데요. 저는 이 보수적인 색채가 강릉이라는 도시로 하여금 자기한테 알맞은 옷을 갈아입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바다 도시들이 어시장과, 대형 호텔로 승부를 볼 때, 강릉에서는 바닷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순두부처럼 정갈한 한정식을 먹는 것, 별이 잘 보이는 정동진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을 지역 문화로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트렌드를 따라 급진적인 문화가 계속 들어오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동네 분위기를 만나 오히려 더 성공적으로 지역색을 잘 드려내면서 창의적인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강릉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강릉에 대해 물어보면 파란 하늘, 하얀 파도, 노란 모래, 초록 소나무가 유독 잘 보이는 곳을 소개한다. 하지만 앞으로 강릉에 살 생각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릉의 모습들에 대해 소개한다. 내가 1년 동안 강릉에 살며 지역의 일상을 경험하고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조금은 강릉의 깊숙한 매력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1시간의 패널토의는 부족했지만 짧은 기간 내에 다른 지역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슷한 질문으로 들을 수 있어 혼자 "강릉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스스로 답변도 해보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혁신자본' 패널토의로 참가하면서 다른 패널토의에 참가할 수 없어서 듣고 싶었더 '교육혁신'과 '공공혁신' 토의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오갔을텐데 아쉽지만 결과발표집을 통해 이해하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을 해소해야겠다.(기다려지는 2019 J-Connect Day 결과발표집...)
회사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
사실, 패널토의는 J-Connect Day 1일차에 모두 진행이 되었지만 기조강연과 사례발표처럼 발표의 형태는 Review A로 토의의 형태(컨퍼런스, 언컨퍼런스)는 Review B로 묶었다. J-Connect Day 2에는 '지역혁신가'들이 짧게 본인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과 '지역혁신가'들끼리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언컨퍼런스가 열렸다.
Day 1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것일까? Day 1 이후 네트워킹 이후 몸이 급 피곤했던 나와 하은이는 이어지는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못하고 1일차 일정 이후 숙소에서 쉬었다. 기조강연과 사례발표를 백분 집중하여 듣고 패널토의 참가에 대한 긴장 때문일까? 잊지못할 피로감이었다.
그래서 둘째날은 조금 더 가볍게 시작했다. J-Connect Day도 또한 가볍게 서로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사실, 첫날에 끝날 줄 알았던 발표가 또 시작된다는 것에 또다시 긴장하였지만 지역혁신가 대부분이 케주얼하게 소개하셔서 발표할 때 많이 긴장하지는 않았다.
전날 네트워크가 길았던 까닭에 많은 지역혁신가들의 소개를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전 일정에 참가했던 모든 분들의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지역혁신가들 모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 누구다라는 소개 이후에 왜 지역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혹은 지역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서 짧은 순간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 긴장하면 말이 잘 안 나오는 성격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1일차보다 확연하게 긴장감이 풀린 것 같았다. 여기서 또 하나 느낀 점은 나 혼자 J-Connect Day를 왔다면 더 긴장하고 더 말을 잘 못했을 것 같다. 하은이와 같이와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했고 또 강원도에서 온 soho259가 곁에 있어 든든했다.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슈들에 대한 논의
지역혁신가 소개 이후부터는 언컨퍼런스가 오후 내내 진행되었다. 전에는 언컨퍼런스가 무엇인지 개념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 언컨퍼런스가 이루어지고 참가해보니 J-Connect Day의 묘미(?)는 언컨퍼런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J-Connect Day는 약 60여명의 지역혁신가들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60명의 지역혁신가 한명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는데 보통 1-2시간정도 걸리지 않을까? 만약 60명과 모두 만나 이야기한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네트워킹 시간에 지역혁신가와 만난다고 하여도 식사, 주변 사람, 어색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J-Connect Day에서 이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 같은 해결책이 언컨퍼런스인 것 같다. 언컨퍼런스는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역혁신가가 발제를 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포럼의 형태인데 내가 듣고 싶었던 주제들을 선택할 수 있어 좋았지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정말 듣고 싶었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장 잘 모르고 관심이 가는 분야인 '투자'를 중점적으로 골랐다.
비플러스 박기범 대표
'무이자로 대출받기'라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참가한 첫번째 언컨퍼런스는 비플러스의 소셜 임팩트 투자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2018 J-Connect Day 사례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였던 소셜 임팩트 투자 플랫폼 비플러스는 1년 후 현재, 많은 지역혁신가들에게 재무적, 비재무적 도움을 주고 있었고 그 사례들을 통해 현재의 소셜 임팩트 시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제목 '무이자로 대출받기'는 새마을금고에서 'MG희망나눔 지역상생 시민펀딩'이라는 이름의 사업인데 혁신가들이 지역과 상생하는 프로젝트를 비플러스를 통해 제안하고 이를 시민들이 펀딩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금융 비용(이자)을 새마을금고가 지원하며 2020년 (주)공유를위한창조의 '거제 원도심 재생 사업'을 시작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https://benefitplus.kr/campaigns/161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중은행에서 이렇게 파격적으로 이자 비용을 지원한다니 금융권에서 임팩트 투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 놀랐다. 더웨이브컴퍼니 입장에서는 아직 추가 대출이나 투자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지만 추후 지역과 같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재무적으로나 비재무적으로나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옵션이지 않을까?
RTBP Alliance, 김철우 대표
사례 발표에서는 RTBP Alliance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투자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면 언컨퍼런스에서는 사례 발표에서 다 들을 수 없었던 김철우 대표님의 투자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비플러스에서 열렸던 첫번째 언컨퍼런스와 마찬가지로 지역혁신가가 자금을 끌어들이기위한 방법으로 임팩트 투자 방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역혁신가의 입장에서는 지역 콘텐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자연환경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지역혁신가는 이 두가지 콘텐츠를 풍부하게 키워 이를 토대로 지역이 가진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제안으로 제시하여야 한다고 한다. 나 또한 강릉에 살며 강릉이 가진 자연과 사람들 이야기를 얼핏 듣고 있는 정도였는데 이를 구체적인 사례하고 이야기들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임팩트 투자를 위함이 아니여도 말이다.
또, 지역 콘텐츠를 모으는 과정에서 지역민과 다양한 괴리감들이 생겨나는데 예를 들면, 지역 주민이나 건물과 구축물의 주인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그들과 신뢰를 가지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역 콘텐츠를 아카이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지역혁신가의 시선만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 콘텐츠를 진정성 있게 오랫동안 들여다보아야한다는 중요한 말을 들었다.
전통적인 벤처투자자들처럼 그리고 비영리단체처럼 나 역시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없이 지역에게 사회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재무적인 이익을 함께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분명히 탁월한 지역 콘텐츠는 재무적인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역 콘텐츠를 진정성 있게 오랫동안 들여다보아야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크립톤 민욱조 대표
마지막으로 앞서 두번째 언컨퍼런스를 같이 들은 크립톤벤처스, 민욱조 대표님의 언컨퍼런스, Liquidity가 열렸다. 앞선 두 언컨퍼런스가 많은 부분 발제자가 전달하는 내용이 많았다면 마지막 언컨퍼런스는 그곳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Liquidity는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역혁신가들이 보여주는 환금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
지원금, 융자, 투자 등 다양한 방법에 재무적으로 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고 지원이 필요할 때 지역혁신가들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에 대해 고민했고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언컨퍼런스가 이루어졌다. 더웨이브컴퍼니 입장에서 보았을 때, 현재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많은 부분을 브랜드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경험하면서 좋은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탁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앞서 참가했던 언컨퍼런스 내용과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지역에서 탁월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이에 필요한 대출, 투자, Liquidity를 이야기했던 것이고 지역혁신가 각자 다른 입장이 있기에 그 방법과 의견이 다양하고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로컬 콘텐츠 시장은 오랜 시간동안 존재했지만 수면 위로 들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성숙된 비즈니스 시장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들 간의 다양한 접근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각자의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찾을 것이고 이에 따라 시장의 결과를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로컬 콘텐츠 시장도 다른 시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시장 자체의 특성 상 사회적인 가치를 뗄 수 없는 시장이기에 벤처가 아닌 임팩트 투자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탁월한 기업과 콘텐츠는 언제나 최고가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생각해온대로 언제나 기업의 중심에는 미션과 팀이 있고 외부의 환경에 대한 전략 또는 네트워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