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CITY_1_프롤로그

낯선이

by JbYun

프롤로그


드넓은 이곳,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언제나 무언가 떠도는 곳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그 먹이사슬의 관계는 늘 끊이지가 않아서 한결같이 사냥이 한창인 이곳은 하늘만은 유난히 화창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이곳,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곤 길에 피어난 커다란 바위산이 전부다. 수백년 동안 깎이고 깎여서 만들어진 이 바위산들은 언제나 사냥꾼과 사냥감들의 길목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자신들이 내준 위험한 시험들을 그들이 얼마나 잘 풀어내는지를 내기하고 있다.

저멀리, 한가닥 먼지가 그들의 두꺼운 눈꺼풀을 간지럽힌다. 사냥꾼과 사냥감은 그들의 시선을 느낄새도 없이 그져 서로의 발걸음의 속도만을 잴 뿐이었다. 허나 그 속도는 충분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서 누구하나가 쓰러져야만 끝나는 끝없는 마라톤과도 같았다. 다만 변하지 않는건 조금씩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이다.'

아직 사냥꾼은 총을 쏠 생각이 없다. 그에게는 총알이 몇 발 없었고 사냥감은 고작 하나이지만 거리가 충분치 않았다. 사냥감은 여전히 꽤나 빠르다.

그가 가진 그만의 낡은 스프링필드 M1866 트랩도어는 남북전쟁 당시의 전장식 소총들을 금속 탄피를 쓸 수 있도록 개량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낡아서인지 총기의 결함 때문인지 자꾸만 빗나가서 이제는 탄알이 두발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사냥감은 지치는 법.'

사냥꾼은 끈기를 가지고 달아나는 사냥감을 추적했다. 태양은 오늘따라 뜨거웠고 끝나지 않을듯한 이 추격전도 어느덧 결승선이 보이는 듯 하였다.

사냥감은 곧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지는 그의 발걸음이 그에게 포기하라고 명한다. 맞는말이다. 그는 아마도 이곳에서 지쳐죽거나 사냥꾼의 총알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더니 결국 죽음과 대면하리라는 결과를 이미 예감하고 있다. 그의 예감에 답변이라도 하듯 벌써부터 하늘엔 검은 그림자들이 그의 종말을 서성이며 무리짓는다.

그들의 크기는 다양했다. 작은 것부터 해서 중간 그리고 가장 큰 것까지. 물론 작은 것들이 많았고 그 다음은 중간, 제일 큰 건 한 마리 정도 보였다. 마리? 그래. 그것은 짐승이다. 사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드는, 머리카락이 없고 흭지주끈한 살결에 날카로운 부리와 붉은 눈의 날이 선 존재들. 그들은 참으로 죽음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들을 보며 사냥감은 어떠한 불길함보단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죽으면 그들이 그들의 날개에 실어 그를 자유롭게 해주리란 확신이 그에겐 존재했다.

뒤를 보았다. 제법 가깝게 사냥꾼이 걸어왔다. 그도 역시 죽음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는 날카로운 부리나 발톱이 없었다. 물론 날개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아는 것이라곤 사냥꾼의 그림자는 조금더 잔인했으며 하늘에 날고 있는 저 무리들처럼 그저 순수하게 그를 양식으로 삼기 위해 쫓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철컥'

장전소리가 들린다. 사냥감은 본능적이지만 간신히 바위 뒤로 숨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는 없다. 결국, 그림자는 그에게 도달할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짐승들은 하늘을 더 이상 날지않고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그저 사냥감보다 조금 높은 곳에 걸터앉아 기다릴 샘인거다. 이로써 사냥감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곧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고요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태초의 우주처럼 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전에 할 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그들의 전통. 일명 '죽음의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그들의 언어는 대략 3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소멸되고 그 잔재들만이 그들 사이에 남아 맴돌뿐이라한다. 이를 기억해 이제 이 알 수 없는 그의 흥얼거림에 음을 구체적으로 더하면 그것이 완성된다. 결국 그 울림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오래된 숲, 아마 올빼미의 날개짓을 떠올려야만 될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그에겐 날개가 없었다. 그래도 이 노래가 완성될 때 쯤이면 올빼미까진 아니더라도 조용한 숲 안쪽의 유령쯤은 될 수 있겠노라고 그는 생각했다.

노랫소리는 처음엔 잘 들리지 않았으나 사냥꾼과 가까워질수록 마치 환영인사라도 하듯 그는 그 음소리에 흥을 더하였다. 어느덧 주변에 있는 짐승의 수도 많아졌다.

때마침 한 마리가 운다. 이로써 사냥꾼은 그가 멈춰 섰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발걸음에 신중함을 더했다. 그럼에도 둘의 거리가 좁혀지는건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둘의 거리가 바위 하나로 갈릴때쯤 사냥감은 들을 수 있었다. 그 자신것과는 다른 또다른 어떠한 흥얼거림을.

'죽임의 노래인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사냥꾼의 손에 있던 낡은 총구에서 불꽃이 일더니 굉음이 더해졌다. 결국, 방아쇠는 당겨졌고 총알은 멈춰서있던 사냥감에게 덤벼들었다. 사냥감은 고통스러운 무언가가 자신안에 들어온게 느껴졌다. 이 묵직한 쇳덩이는 감정이 없이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내뿜는 붉은 핏줄기에 높은 곳의 그림자들이 일제히 환호한다. 그의 선혈은 붉은 사막을 더욱 깊게 물들이며 마른모래바닥을 촉촉하게 적신다. 그리고 가슴의 구멍은 원망하듯 그 커다란 눈망울을 사냥꾼에게 겨눈다. 하지만 바람과는 반대로 보고 싶었던 그의 마지막 잔상은 새하얗게 점점 흐려지더니 이내 일그러져 어둠안으로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말을 내기하던 거대한 그림자들이 자신들의 승기를 축하하며 높은곳에서 일제히 내린다. 하늘은 이제 텅 비어있었고 그 존재들만이 지상을 메꾼다. 검은 깃털들이 이리저리 뒤엉키며 또 하나의 존재를 지워간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한조각이 남았을때 그들중 하나가 식사를 멈추고선 그에게 속삭였다.

'이제 그만 일어나.'



cover.png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