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처음이라
프롤로그 : 아이 있는 삶을 선택하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은 사회 구성원들이 부여하는 그 거창한 의미와 호들갑스러웠던 준비 과정에 비해 (다행히) 내 인생에 그리 큰 변화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던 이유는 첫째로, 나를 며느리가 아닌 아들과 교제하는 다른 집 귀한 딸내미로 대하시며 늘 적정 거리와 예의를 잃지 않는 시댁 어른들 덕이기도 둘째로, 연애때와 다름없이 늘 따뜻한 내편인 남편 덕이기도 했다. 행복에 겨워 깨춤을 추며 일상을 소비하던 신혼 시절의 나는,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우습지만) 다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혼조차 내게 있어선 별거 아니네 하며 삶에 대한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생에 대한 충만한 자신감과 (무료하기까지 했던) 평화로운 행복이 연속인 일상, 이 두 가지 요인이 적절히 조합되어 결혼 2년 차에 내 인생 새로운 이벤트로 덜컥 아이를 갖자 생각했다. 아니, 덜컥이라는 표현은 다소 극적이고,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관념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게 결혼 후 아이를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일은 사실, 그 시기만 미정인 인생의 과제로 늘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었다. 그 과제를 지금쯤이면 수행하는데 알맞겠다 생각했던 시점이 결혼 2년 차에 찾아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무튼, 요즘 커플들은 아이를 언제 가질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있는 삶을 택할지 말지를 먼저 결정한다고 하던데,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나는 아이를 인생의 옵션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단순한 회로를 거쳐 아이 있는 삶을 결정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엄마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고(남편은 아이 있는 삶을 택할지 여부, 그 시기 등 모든 것을 내게 전적으로 위임했다.)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만, 만약 그 세계가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아니 내가 조금 더 삶에 대한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더라면 그렇게 단순/대담한 이유로 이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무지했기에 당당하고 용감했다. 어쩌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 마냥 오만방자하게 굴었던 선택의 대가로 나는 엄마라는 세계에 생각보다 빨리 입성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엄마의 세계' 매거진에서는 앞으로 임신-출산-육아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초보 엄마가 겪고 느낀 바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가 아닌, 여자 사람이 엄마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물리적/심리적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