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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엽 Jan 10. 2018

[76세 배우 나문희의 문학작품]  

- 수상소감은 진짜 문학 작품이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애독자 여러분.


올해부터는 <일상에 스민 문학>을 통해서

여러분과 매주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문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제가,

여러분과 매주 <브런치>를 통해서 편지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참, 막막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히려 문학에 대해서 여쭈어보고, 수다를 떨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수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끼중 하나거든요.


자- 그럼 이제 매주 열심히 수다를 떨어보겠습니다.      


저는 연말이 되면, 즐겨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상식 소감입니다.


각종 영화제나,

연말 프로그램 시상식,

연기 대상에서부터

가요 대상까지

연말에는 즐비한 시상식들이 열립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 위에

자기이름이 호명 되는 순간,

휘황찬란한 박수 소리를 비집고 무대로 올라가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5분까지 이야기하는 그 장면.

언제 봐도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그 순간에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많은 배우와 영화 관계자들,

그리고

그 밤의 주인공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누구에게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하다못해

오늘 드레스를 골라준 의상실 디자이너와

머리 손질을 해 준 미용실 원장님까지...

물론 이 영광을 본인이 ‘잘나서 받는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할 주위의 인물들에게 돌리는 것은

겸손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임했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끝을 맺게 되었는지,

주인공인 ‘자기 자신’은

쏙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대에서 언급을 하지 않으면

혹시나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 때문일까요?     


한 배우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본인이 감사해야 할 인물들을

전부 다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시상식을 보는 관객들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지루하고요.

우리 모두는 오늘 밤 주인공인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답니다.        


작년에 본 수상 수삼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 <아이캔 스피크>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나문희의 연설입니다.      


아흔 여섯이신 친정 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의 할머니 친구들!
자신의 자리에서 모두 저처럼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76세인 딸은

96세의 어머니의 신앙을 존중했고,

시상식에서만큼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마이너리그’인 자신의 신앙 또한

당당하게 존중해 달라는

위트있는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뉴스에서는

‘종교 대화합적인 상생의 멘트’였다는

거창한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거창한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가슴에서 울리는 조그만 감동을 느껴봅니다.      


‘감사’의 대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간결한 이야기 속에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는

적절한 인물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까지의 수상 소감의 일반화된 패턴을

극복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도와 재치,

그리고 유머는

연말에 생생한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우리시대의 또 다른 ‘문학 작품’이 아닐까요?      


올해 상복이 터지실 <브런치> 애독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수상 소감의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어떤 문학작품을 만들어보시겠어요?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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