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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엽 Jan 17. 2018

[사형제도는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

안녕하세요?

지난번 소식에 말씀드렸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작품, 기억하시죠?

그 책을 읽고는

몰입도와 가독성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의 작품 몇 편를

더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말에 도서관에 갔더니

그의 최신작들은 이미 대여가 되어

자리에 없었습니다.

다만,

2014년에 출간된 <공허한 십자가>라는 작품이 있어서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다가와서

대출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없애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일본 추리소설 섹션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분들이 서성이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양식을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어서

사실 잘 몰랐거든요.

그 작품은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따스한 환상문학’이라고하는 편이

나을 듯 싶습니다.

작가는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자, 그래.

그럼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하는지 알아보자.’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은 한마디로

‘사형제도’와 ‘속죄’에 대한 키워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죽여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를 하는 것이

진정한 속죄의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시작합니다.      


아빠가 출근을 하고,

엄마가 잠깐 시장에 간 사이에

8살짜리 여자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됩니다.

범인은 어렵지 않게 잡히고,

유족들은

범인이 사형을 선고 받도록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립니다.

작가는

사형선고를 진행하는

유족들의 심리에 주목합니다.

범인이 사형을 받지 못하면

부모는

‘나는 죽은 우리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자책할 것이고,

설사

범인이 사형을 선고 받아도

그 가슴의 응어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형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범인이 사형집행으로

목숨을 잃게 되면,

사죄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모순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목이 <공허한 십자가>라는 것은 바로,

누군가 십자가를 져야 하지만,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이

진정으로 참회를 하며

어깨에 십자가를 이고 가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작가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사형제도의 여러 가지 의견들을

다양하게 풀어 놓습니다.

또한 작가가 어떤 인물에게 더 애착이 있고,

사형제도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일본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7년 12월30일 이후에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기에

실질적으로

사형집행 폐지국가라고 분류되지만,

법적 최고형으로 명시되어 있는 한,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새해부터

8세 소녀의

잔인한 살인 과정에서부터

피가 낭자하는

살해 현장을 묘사한 작품을 읽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빠른 장면 전환과

생생한 대화체 덕분에

진도는 술술술- 나갔습니다.

각 장면들을 시각화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집중했던 그 시간을 통해

무언가 얻었다는 보다는

소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아마도

가족 살인으로 인한 한 가족의 붕괴 과정과

가해자에 대한

대책 없는 강렬한 분노의 표출방식이

정서적으로

낯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휴.

이제 잠시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는

떨어져있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좀 더 따스한 감성의 작품들을

만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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