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강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의 소감 간단히 채팅창에 올려주시고 회의실에서 퇴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두 시간의 온라인 강의를 마치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2022학년도 고등학교 입시 전략이란 주제로 늦은 밤까지 강의했다. 학교 교실에서 학부모님들 모셔놓고 강의하는 것보다 온라인 강의가 훨씬 수월하다. 노트북만 준비하면 끝이다. 학교 집합 연수에는 준비할 것이 많다. 방명록, 간식, 음료, 강의장 점검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온라인 학부모 강의는 준비할 것이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강의가 끝나면서 화면에 가득했던 얼굴들이 한 명씩 사라진다. 모두가 퇴장할 때까지 나는 기다리며 퇴근 준비를 서두른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필수 연수이지만 요즘 코로나 시대에는 가정통신문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온라인이지만 그래도 부모님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온라인 강좌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문을 잠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복도는 열쇠 돌리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내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길고 긴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향했다. 낮에는 짧았던 복도가 밤이 되니 100미터로 늘어난 것 같다. 현관을 나서면 어둠이 가득한 운동장이 보인다. 학교 밖으로 나오면서 오늘도 목표를 채웠다는 뿌듯함이 피로함을 녹여준다. 관악산 정상에 올라서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공기를 입안 가득 머금으며 엔도르핀을 솟게 했던 쾌감을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교문을 나서면 4시 30분 정시에 퇴근할 때 보지 못한 풍경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기분이 좋게 술을 마셨는지 몸을 비척이며 가방을 품에 안고 올라오는 직장인, 학원 갔다가 집으로 부리나케 걸어가는 학생들, 식당에서 밖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 연기에 세상의 불만들을 날려버리는 사람들. 유치원 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 가는 어린이 등. 사람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들이 밤의 고요함을 깨워주고 있다.


‘이대로 집으로 가야 하나. 누구에게 전화나 해볼까?’

활기찬 사람들 모습을 보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졌다.

‘이 시간에 한가한 사람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열어서 카톡 목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땅히 연락할 사람이 없이 집이 가까워지고 있다.

‘저 횡단보도 건너면 집인데’

몇 년 전만 해도 집 가기던 들리던 방앗간이 있었다. 그 치킨집이 사라지면서 가야 할 곳을 잃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전화를 했을 텐데 가까워지는 집을 보면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불빛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일찍 퇴근하다보니 요즘 밤 문화를 잘 모른다. 가끔 늦게 퇴근을 하다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 감각을 자극한다. 내 느낌대로 방향성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길거리만 뱅뱅 돌며 사람구경만 하게 된다. 이십여분 네온사인의 밤거리를 걷다가 방향을 바꿔서 집으로 향한다.


가끔은 밤거리를 느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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