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햇살이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저녁 6시가 넘어서고 있다.
마루에 할머니와 소년이 앉아서 텔레비전으로 만화를 보고 있다. 텔레비전 위에는 짐을 넣을 수 있는 시렁이 있고 그 안에는 간식뿐만 아나리 집안에서 사용할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
"할머니 사탕 먹고 싶어요"
"애그 그래 조금 있다가 엄마 오면 밥 먹을 텐데"
"그래도 먹고 싶어요"
"저 시렁 위에 있는데 할머니 손이 안 닿네"
할머니는 손자가 먹고 싶어 하는 사탕을 시렁에서 꺼내 주기 위해 의자를 찾았다.
의자를 텔레비전 앞에 놓고 발을 올려 사탕이 담겨 있는 항아리를 손으로 잡아서 내리려는 순간....
'와장창'
사탕 담긴 항아리가 떨어지면서 산산조각 나고 할머니는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지셨다.
순간 소년은 놀랐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소년은 판단도 서지 않았고 어떻게 어른들에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어른들의 다급해진 소리들, 할머니를 깨우는 소리들, 병원으로 옮겨가는 소리들이 소년의 귀에서 맴돌고 있으면서 소년은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 때문에, 그런데 슬픔에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감정이 어떻게 된 것일까? 슬픈데 슬프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소년은 먼 산 위에서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을 보고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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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