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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배 Sep 11. 2022

[진로칼럼]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자.

추석 ... 보름달이 떠오를 시간이 기다려진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저녁 7시 30분쯤이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째깍째깍 초침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달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서 대문 밖으로 나가보지지만 어둑해진 하늘에 구름들과 가로등불만 보이고 달은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서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며 달이 떠오르길 두근두근 기다린다.



지인이 달을 보내왔다. 나도 보이려나 다시 밖을 내다봤지만 아직 내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여보 달이 보여요"

아내의 말에 후다닥 스마트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주변의 구름 때문에 선명해보이지는 않지만 한가위 보름달은 따뜻하다.

두손 모아 기도부터 했다. 그 동안 내 마음속에 담겨진 속내를 달님에서 털어놨다. 아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털어 놓으면서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나의 질문과 이야기에 달은 밝게 빛나면서 나를 이해주는 듯한 미소를 보내온다.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은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 하지 않는다면

-도종환 "폐허 이후"-


도종환 시인의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생각하게 한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왔을까? 그래도 나를 내가 먼저 포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에 할 일은 많다. 세상은 정말 넓고 내가 해야할 일들은 쌓여있다. 폐허가 된 땅에서도 물이 고이서 물줄기가 만들어지면서 생명들이 태어나듯 메말랐던 삶에도 햇볕이 비칠 날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이다. 어떤 목적으로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지는 말자.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삶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인 생활이다. 내가 나 다운 생활을 할 때 주변 사람들도 보살피고 함께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세월 뜸 들여 깊은 맛 우려내려면

우선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자는 거야

햇장이니 갑갑증이 일겠지 펄펄 끓는 성질에

독이라도 깨고 싶겠지

그럴 수록 된장으로 들어앉아서 진득하니

기다리자는 거야 원치 않는 불순물도

뛰어들겠지 그것까지 내 살로

품어보자는 거야 썩고 썩다가 간과 허파가 녹고

내장까지 다 녹아나고 그럴 즈음에

햇볕 좋은 날 멀쩡하게 말린 몸으로

식탁에 오르자는 것이다.

-이재무 "항아리 속 된장처럼"-


진로교사 10년을 해 오면서 청소년들에 어떤 것을 줘야할지 많은 고민들을 해왔다.

진로교사로서의 사명감, 진로교사로서의 정체성 등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스스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진로교육을 해야하겠지. 우선은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까?


우리 어른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들볶는다. 추석연휴만이라도 쉬게 해주면 좋으련만 공부해야한다면서 가족들 모임에도 데리고 오지 않는다. 일년에 두어번 만나는 자리에 명절만이다로 얼굴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웃고 떠들고 기도하면 안될까?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지는 않는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배워나가야 자기주도적인 생각들이 왜 소중하고 중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 아이들은 공부만 하라고 도서관에 보내고 부부만 고향으로 간 사람들은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보름달을 보면서 기도만 하면 뭐하는가?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기도할 기회마져도 주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파란 하늘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스스로 어떤 삶을 살 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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