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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내 꿈을 어떻게 찾을까?

매년 3월이면 교정이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중학생이 된 신입생들의 눈망울은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첫 수업 시간 아이들은 조용히 필기도구와 책을 펼쳐놓고 선생님 눈과 입에 주목한다. 흰머리에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 선생님의 첫 마디가 궁금한 것이다.


“얘들아, 안녕, 중학생이 된 걸 축하하고 환영해요.”라는 이야기로 수업이 시작된다.


“꿈이 있는 사람 손들어볼까?” 나의 첫 질문에 서너 명이 손을 든다. 잠시 후, 한 아이가 손을 들더니 질문한다.


“선생님, 저는 꿈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꿈이 없어서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불안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해준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공부하고 체험활동에 집중해서 하다 보면 저절로 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준다.


‘꿈이 없다’라는 질문은 진로 수업 시간에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미래를 상상해야 할 시기, 많은 학생이 오히려 혼란스럽고 막막하다고 말한다. 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조급함, 그리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느끼는 불안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아직 꿈이 없어도 돼.”


꿈은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면서 발견해 가는 것이다.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꿈을 '정해 놓고 반드시 그 길로 가야 하는 목표'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꿈은 살아가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출발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서 경험을 쌓고, 실패하고, 우연한 기회와 사람들을 만나며 점점 선명해지는 것이다.

한 번은 수업 시간에 이런 활동을 했다.

“최근 내가 가장 즐겁게 했던 활동은 무엇인지 누가 얘기해 볼까?”

처음에는 대답을 주춤하던 아이들이 손을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기술가정 수행평가 때 친구들이랑 영상 찍고 편집했던 것이 재미있었어요”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전략 짜는 게 재밌었어요.”

“동생이 숙제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봐주는 게 생각보다 좋았고 뿌듯했어요.”

우리는 누구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속에는 각자에게 어울릴 수 있는 진로를 함께 탐색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상 편집이 즐거웠던 아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게임 전략 세우는 것이 재미있었던 아이는 게임기획자, 동생에게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보람 있었던 아이는 교육 전문가나 심리 상담사와 연결될 수 있다. 이 활동이 끝난 후 한 학생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건 처음이에요.”


이 아이처럼 작지만, 꾸준한 경험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만든다. 꿈은 생각만 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꿈은 배우고 경험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서서히 자라게 된다.

진로 수업을 하며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다양하게 경험하고 체험할 것을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진짜 나와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활동이라도 시도해 보는 용기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여학생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화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웹툰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본인의 작품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몇 개월 뒤에는 직접 굿즈를 만들어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디자인과 관련된 꿈을 향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경험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시작하는 용기'다. 실패도 꿈을 찾는 과정의 일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실패를 두려워한다. 한 번의 도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이건 내 길이 아니야"라며 포기한다. 하지만 실패는 꿈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험이다.

내가 지도했던 한 남학생은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그리기를 했는데, 1학년 때는 그리는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학생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교실에 앉아서 그리기 연습했다. 중학교 3학년 이 학생의 그리기 실력은 엄청나게 뛰어났다. 엄마도 공부에 집중하라고 반대했었는데 엄마의 마음을 바꿔놓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나서 미술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 결국 이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매일 훈련한 결과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그 학생의 그림 실력을 인정했고 원하는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부모의 반대로 또는 친구들의 좋지 않은 반응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자신의 꿈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꿈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진로교육의 핵심은 결국 '나를 아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꿈을 찾는 첫걸음이다. 나는 진로 수업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까?”

“친구들이 나에게 자주 부탁하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화날 때는 언제일까?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잘 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직업보다 더 중요한 삶의 방향성을 알려준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나면,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알게 된다. 꿈은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질문과 스스로 답을 찾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패와 성찰의 과정을 거쳐 나만의 의미로 완성된다. 어떤 학생은 꿈을 빨리 찾았다고 해서 부러워하고, 나는 아직도 몰라서 조급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흘러가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서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 하루에 10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그건 꿈을 향한 소중한 첫걸음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조용히 응원의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꿈은 이미 당신 안에 있어요. 이제, 발견하러 떠나볼까요?”


2025.7.8.

작가 김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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