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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부모의 기대, 자녀의 진로

부모님들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의 생각과 다른 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다. 뭐 그럴 수도 있다.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미대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일단 고등학교 진학부터 부딪히고 갈등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남들 앞에서도 자랑스러운 직업을 갖길 바라고, 아이는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따라 조금은 불안정하지만 창의적인 길을 가고 싶어 한다. 이처럼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진로가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이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부모의 기대는 대부분 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부모는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아이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그래서 부모는 현실적인 조건과 사회의 흐름을 기준으로 자녀의 진로를 조언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과정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해야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중심으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랑스런 조언이 자녀에게는 통제나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녀가 느끼는 부담감은 부모의 선의조차 거부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대화는 단절되고, 갈등은 깊어진다. 그렇기에 부모는 먼저 자신의 기대가 어떤 감정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자각해야 한다. 사랑이 불안과 결합될 때, 기대는 때로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 자녀들은 괜찮은데 부모가 분리불안증에 시달린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대신 이루게 하거나, 자신의 직업적 성공의 길을 아이에게도 강요한다. 그러나 자녀는 독립된 존재이며,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자녀의 진로는 부모가 설계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삶이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여정을 함께 걸으며 조언하고 지지하는 일이지, 진로를 결졍해 주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감당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은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의 진로 갈등은 직업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 바라볼 때 더욱 심화된다. 그러나 진로란 단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자녀가 원하는 분야가 다소 불안정해 보이더라도, 그 안에 삶의 가치와 열정이 담겨 있다면 존중받아야 한다. 오히려 부모가 자녀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너는 왜 그 일을 하고 싶니?”, “그 길을 가면서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길을 선택하려 하니?” 이러한 대화는 자녀의 생각을 깊게 하고, 부모의 우려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부모는 자녀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존재여야 한다. 자녀가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 주고,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멀리서 빛을 비추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방향을 정해주는 것은 자녀 스스로 해야 할 몫이다.

등불은 빛나되, 앞서 나가지 않는다. 부모의 조언은 자녀가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 자녀가 길을 잃은 듯 보일 때, 조급함보다 기다림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진로를 두고 부모와 자녀가 충돌할 때, 많은 가정에서는 말이 곧 싸움이 된다. 하지만 이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오히려 가족 간의 유대는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일방적 설득이 아닌 쌍방향 공감이다. 부모는 자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도 진솔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네가 불안정한 길을 선택하려는 것이 걱정돼서 그런 말을 했어.”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면 자녀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자녀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근거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정보를 함께 찾아보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자연스럽게 협력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진로는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 안에서 어떻게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자녀의 진로는 인생의 주제와 같다. 부모는 그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조력자이며,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의 삶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돕는 지혜로운 부모의 역할이 지금,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훗날 아이가 말할 수 있기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믿음 덕분이었어요.”

여름방학 아이들과 갈등하지 마시고 아이들과 즐기는 방학을 보내세요.


20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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