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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un 13. 2021

누군가 돈을 내고 내 글을 읽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9개월째 되던 지난 4월 말, 퍼블리(PUBLY)로부터 콘텐츠 저자 제안을 받았다. 유료 멤버십 콘텐츠 플랫폼인 퍼블리는 브런치보다도 먼저 알고 있었다. 전문가 느낌이 나는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제대로 읽으려고 하면 유료 멤버십 등록을 해야 해서 '대체 이런 곳에서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랬던 나였는데, 퍼블리 측에서 먼저 저자 제안을 했고 며칠 후 정식으로 계약했다. 물론 부담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유료 멤버십 회원들만 볼 수 있기에, 내 글이 돈을 내고 볼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시 고민했다. 물론 짧게 고민하고 기쁜 마음으로 수락 메일을 보냈다. 




한 달 동안 글쓰기는 처음


6월 11일 처음 선보인 내 퍼블리 데뷔 글은 <일에 끌려 다니기는 그만! 상황으로 배우는 주도적 일하기 3가지 방법>이다. 유료 플랫폼 글이기 때문에 멤버십 회원들만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다. 다만 무료 체험이 가능하고, 특히 저자인 내가 제공하는 링크로 회원 가입하면 1만 포인트를 준다고 하니 읽어 보는 것을 권한다. 


절대로 글을 잘 써서 읽어 보길 권하는 것이 아니다. 내 브런치의 글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글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실 문체는 동일하다. 퍼블리에서 내 브런치 글을 보고 저자 제안을 했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 Mark의 느낌 그대로 살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걸까?


가장 큰 차이는 '준비 과정'이다. 브런치 글은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두고 발행한다. 하지만 퍼블리 글은 최소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 브런치 글은 '즉흥적'이다. 때마다 떠오르는 글감을 바로 글로 옮기거나 제목이라도 잡아 놓고 며칠 뒤 글을 쓰는 식이다. 하지만 퍼블리 글은 준비하는 큰 틀이 존재한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퍼블리의 타겟 독자층은 2535 직장인이라는 사실이다. 먼저는 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내가 써봄직한 글의 주제에 대해서 퍼블리에서 세 가지 안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써보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개요를 작성한다. 솔직히 개요를 처음 써봤다. 개요에는 기획 내용이 프롤로그부터 본문,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순차적으로 들어간다. 특히 본문은 소주제 별로 어떤 내용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간다. 즉, 개요는 완성될 글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음으로 개요에 대한 퍼블리의 피드백을 일부 반영해 원고 초안을 쓴다. 브런치 글은 짧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퍼블리에서 요청한 초안의 분량은 구글 문서 기준으로 10 페이지나 된다. 최근 1년 동안 쓴 글 중에서는 단연코 가장 긴 글이었다. 이후 퍼블리에서 다시 초안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데, 내용뿐 아니라 구성까지도 다시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히 글의 분량이 길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으려면 탄탄한 구성이 정말 중요하다. 


이후 최종 합의한 구성에 맞게 원고를 보강한다.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완전히 새로 추가되기도 한다. 초안에서 많이 바뀐 버전이기 때문에 한번 더 피드백을 거쳐 최종 원고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퍼블리 측에서 최종 원고를 콘텐츠화해서 이해를 돕는 삽화까지 포함해 최종 발행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이 훌쩍 지난다.


브런치에서는 퍼블리와 똑같이 글을 쓰기 어렵다. 글감이 넘쳐 나는데 한 달에 겨우 한 차례 글을 발행해야 한다면 굉장히 답답할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느낀 것이 있다. 퍼블리처럼 글을 쓰면 정말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누군가 돈을 내고 내 글을 읽는다면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해서 글을 발행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이렇게 준비하고 글을 써야 누군가 살 수 있는 책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도 실제 책을 내는 것처럼 기획해야 한다는 글을 썼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는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200% 이해한다. 앞으로 브런치에서도 퍼블리만큼은 아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준비된 글을 써볼 생각이다. 


그럼에도 내 글쓰기 본캐는 브런치


퍼블리에서 발행된 글을 읽고 난 솔직한 내 소감은 '생각보다 괜찮은데?'였다. 한 달 동안 매달렸으니 괜찮지 않으면 정말 창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런치 글과 뭔가 달랐다. 이를 글로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브런치가 마치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캐나다 같다면, 퍼블리는 시스템에 올라타면 알아서 공부하게 되는 한국과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알아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시스템을 잘 따라가는 것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내 글쓰기 본캐는 브런치라고 단언할 수 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마음껏 글을 썼기 때문에 퍼블리 같은 공간에서도 어느 정도 틀을 갖춘 글을 긴 호흡으로 쓸 수 있었다. 


그래서 퍼블리를 비롯해 글쓰기와 관련한 여러 플랫폼에서 글을 발행하고 있음에도 브런치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러면서 동시에 초심을 잃고자 한다. 브런치에서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글을 쓰게 되면, 그 글들이 흘러넘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플랫폼이 될 거라는 초심 말이다. 


퍼블리 글은 유료 회원들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내게 더 많은 수익금이 돌아온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수익금은 좋은 곳에 사용할 생각이다. 어느 곳에 쓸지는 계속 글을 발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슬기로운 직장 생활> 오리지널의 귀환


다들 눈치챘겠지만 매거진 <슬기로운 직장 생활>의 이름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나왔다. 마침 다음 주에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가 시작한다. 어느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병원 생활이 드라마처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라고.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내 <슬기로운 직장 생활> 내용처럼 낭만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나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의 연속이고, 아예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슬의생>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은 것은, 드라마의 모습이 이상적이면서도 실현 불가능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한 번쯤은 꿈꿔봄 직한 모습이지 않은가? 내가 <슬직생>을 통해서 알리고자 하는 모습 역시 한 번쯤은 시도해봄 직한 직장 생활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바람이 있다. "내 글 하나에 한 명씩 큰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70편의 글을 발행했으니 내 바람이 이뤄졌다면 70명이 내 글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엄청난 것이다. 내가 한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글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 맞다. 어제 발행한 퍼블리 글에도 이런 댓글이 달렸다. 


조직문화 바꾸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1인으로써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큰 욕심 낼 것이 없이, 이렇게 한 사람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을 썼다면 그걸로 족하다. <슬의생 시즌2>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나로서는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아마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그것이 또 내 글의 '글감'이 될 것이다. <슬기로운 직장 생활>도 누군가에게 기다리는 기쁨과 설렘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며칠 전 프리랜서 업무를 하면서 잘못을 하나 했다. 그리고 그것을 만회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잘못은 짧은 시간에 만회하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 노력해도 온전히 만회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마음의 복잡함 속에서 발행된 퍼블리의 데뷔 글은 내게 좀 더 진실하고 프로다운 작가가 되라는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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