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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Sep 09. 2021

남는 장사를 해야 한다

'남는 장사를 해야지!'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른들의 대화에서도 미디어에서도 기왕 장사할 거면 손해보지 말고 남겨야 한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말이었고, 당시엔 너무 어리기도 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야 그 말이 얼마나 합리적이면서 현실적인 지 깨닫고 있다. 어른은, 직장인은 남는 장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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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패티: 9권 연속! 신기록이야!

마시: 어떤 신기록인데?

페퍼민트 패티: 여름 독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거든...

페퍼민트 패티: 그런데 9권 연속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페퍼민트 패티가 독서 프로그램으로 아홉 권째 읽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이해하지 못했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 아들도 이번 여름 방학 때 영어 책을 읽게 해서 열 권 넘게 읽었는데 그중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래도 되는 시기다. 이해 못했더라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잠재력을 키울 것이다.


그런데 어른은 다르다. 언제까지 경험이라는 가치로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없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가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 체력, 열정의 절대량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바로 남는 장사를 해야 하는 시기다.


솔직히 이런 사실을 오래전부터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생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졌다. 아직 인생에 낭만이라는 것이 있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솔직해져야 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남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싫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이들이 있다. 지인 중에 1년 365일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이가 있고, 저녁마다 5km 달리기 기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도 있다. 누구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주말마다 독서평을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패션에 관심 많은 후배는 OOTD(outfif of the day, 오늘의 패션) 사진을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고 보면 많은 직장인이 팔로우하는 KT 신수정 부사장님도 페이스북에 주말마다 직장인들에게 인사이트가 되는 글을 올린다. 꾸준함이 지속되면 결실을 맺기도 하는데, 신 부사장님의 경우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아 <일의 격>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나 역시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꾸준히 했다. 4년 정도 매일 새벽마다 테니스를 했고, 7년간 교회에서 초등부 교사를 했다. 그리고 최근 1년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쓰고 매주 한 편 이상의 글을 발행했다. 테니스는 건강을, 초등부 교사 경험은 행복을 선물했다. 글쓰기도 꾸준히 했을 때 퍼블리 콘텐츠 저자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저자로 활동하게 되었고, 적지만 소정의 돈도 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내 상황이 조금 그렇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캐나다 토론토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 나도 아내도 아직까지 진로를 100%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금 더 젊었다면 경험의 가치에 무게를 뒀겠지만 지금은 경험보다는 '남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도 다들 비슷한 의견이다. 적어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5만큼 노력해서 얻는 것을 굳이 내가 10만큼 노력해서 얻을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솔직히 거부하기 힘든 논리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여러 가치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당장에는 결과물이 없지만 꼭 거쳐야 하는 과정도 있고, 때로는 다른 가치를 위해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에 눈길이 많이 간다. 앞으로 오래 즐겁게 일하고 싶은데 경험과 지식만 가지고 일하기보다는 모두가 인정해주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해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나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왕 고생할 거면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는 자격증까지 얻을 수 있는 분야를 택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선택의 기로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끔씩은 지나치게 객관적이 되어보라고 말이다. 우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떠올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선택했거나 선택하려는 것이 남는 장사인지 밑지는 장사인지를 판별해보면 가끔씩 도전적인 길을 택하지 않을까?




시간은 속절없이 간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쨌든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중간에 잠시 쉬어가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한 번쯤은 냉철하게 자가 진단해보자. 내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인지, 다른 것으로 갈아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남는 장사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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