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이벤트 1탄
직장인에게 은퇴, 노후란 어떤 의미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대개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은퇴를 고민하는 눈치다. 40대 초반인 나의 경우 아직까지는 은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후는 더더욱 먼 얘기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많은 글을 썼지만 은퇴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그러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주년이 되어 구독자가 원하는 주제로 글을 발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첫 신청 주제가 다름 아닌 은퇴와 노후 전략이었다. 그렇게 해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은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많은 경우 노후보다 은퇴가 먼저 오기에 우선 은퇴에 대해서만 다뤄보자.
목차
아름다운 은퇴가 있을까?
일시적인 은퇴를 통해 느낀 세 가지
은퇴 전략까진 아니지만 은퇴 준비 팁 세 가지
한가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주변에서 은퇴하는 사람을 직접 보는 것은 생각만큼 흔한 일은 아니다. 나 역시 햇수로 17년 직장 생활 동안 같이 밥 먹어 본 사람들 중에서 은퇴하는 경우를 직접 목격한 것은 손에 꼽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임원이었다. 그런데 임원들의 경우도 은퇴하면 불과 며칠 사이에 회사에서 빠르게 잊혀져갔다. 임원도 이런데 평범한 직장인은 퇴사와 동시에 잊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은퇴가 있을까?' 직접 은퇴를 본 경우는 적어도 한 다리 건너서는 제법 보기도 하고 전해 듣기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바로 미국에서 의사로 은퇴하자마자 아프리카로 건너가 무료 의료 봉사를 하신 아버지의 지인 분이다. 물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그분이 아름다운 은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세운 은퇴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가 '아름다운 은퇴'라고 말할 때 그 기준은 타인이 아닌 본인이라는 점이다. 남들이 봤을 때 아름다운 은퇴가 아니라 본인이 생각했을 때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은퇴다. 물론 본인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은퇴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확실한 건 조금이라도 나은 은퇴를 위해선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에 따른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 가운데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준비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란 법도 없다. 그렇지만 은퇴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대책 없이 마주했다가는 나중에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숙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 현재 일시적인 은퇴를 경험하고 있다. 인생 2막을 외치며 올해 4월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왔지만 현재적으로 일을 안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직장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앞으로 직장에 들어갈지, 사업을 할지, 아니면 학교에서 공부할지, 많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구직 중이지도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은퇴를 경험하고 있다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은퇴는 아직 멀게 느껴졌는데, 정작 현재의 내가 일시적인 은퇴 상태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은퇴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나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과 시점에서 은퇴를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자신의 은퇴 시점을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아직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시적인 은퇴를 겪으면서 느낀 세 가지가 있다. 실제 은퇴자의 시점은 아니지만 은퇴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40대가 잠깐의 은퇴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기에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인만의 세계가 있다. 직장인이 뭐 대단하다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동질감 비슷한 것이 있다. 하지만 은퇴하고 직장의 울타리를 떠나는 순간 내가 아는 모든 직장인들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단절되기 시작한다. 일시적인 은퇴를 하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내 지인들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다. 그런데 나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경우는 완전한 은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질감을 없애고 동질감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모임도 온라인으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지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쳐 놓기도 한다. 운동 모임을 꾸준히 나가는데 건강 목적도 있지만 현직에 있는 분들과 두루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차적인 목적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은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은퇴 전까지 쌓아왔던 인간관계와는 빠르게 단절될 것이다. 그런 중에도 지속되는 인간관계라면 아마 평생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은퇴나 노후 대비 자산 관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은퇴와 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잠시 일을 멈추고 있는 나 역시 통잔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자산이든 통장 잔고든 늘면 늘었지 지금처럼 쓰는 족족 빠져나간 적이 없었다. 모든 직장인이 공감하겠지만 월급이 있어도 잔고는 느리게 증가하지만 월급이 사라지는 순간 잔고가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일단은 은행 잔고가 유지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일단 안심이다. 사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유지까지는 아니어도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를 줄일 수만 있어도 우선은 감사하다. 은퇴 후엔 어떨까? 비슷한 생각이 들 것이다. 소비도 은퇴와 함께 줄겠지만 일해서 버는 돈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잔고가 줄어들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약간의 수입이 발생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은퇴 후에도 잔고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 80살을 넘게 살 텐데 통계에 따르면 평균 은퇴 연령은 대략 50대 초반이다. 대략 30년 정도 인생이 남은 셈인데, 세상 떠나는 날을 알지 못하니 체감하기로는 훨씬 더 많은 인생이 남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 40대 초반에 일을 잠깐 멈추니 남은 인생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이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이 많고 적음과는 별개의 문제다. 돈이 많아서 매일 실컷 놀 수 있다고 해도 그 기간이 수십 년이라고 하면 노는 데도 무료함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시점이 오지 않을까.
은퇴하고 나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따라서 은퇴 시점을 정할 수 있는 경우든, 그렇지 않은 경우든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먼저 인간관계 형성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크게는 직장인 커뮤니티 활동과 테니스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모임 모두 언제까지 활동하겠다는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있다. 여건이 되는 한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는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하고 있고 그중에 진짜 친해진 멤버 스무 명 정도와는 일시적인 은퇴 중인 지금도 편하게 연락하고 만날 정도로 친하다. 은퇴했다고 해서 사회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 속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인사이트와 자극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다. 테니스 클럽의 경우, 서울에서도 5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토론토로 왔는데 마침 이곳에서도 좋은 클럽을 찾았다. 운동 모임의 특징은 구성원이 다양하다는 것인데 직업도 나이대도 다양해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조언을 얻는다. '건전한 몸에서 건전한 생각이 난다'는 격언처럼 매너 있게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의 경우, 경험상 대부분 겸손하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꾸준히 운동할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자신이 속한 곳에서도 어느 정도 성취를 하고 있거나 이미 성취한 분들이 많기도 하다. 운동 모임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농구, 축구, 야구 같은 운동은 부상 위험 때문에 오래 하기 힘들다.
물론 인간관계가 여전히 어색한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두 세 그룹 정도 친한 이들을 가까이 두는 것은 어떨까.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섞여 살아간다. 그중에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도 아주 오랫동안 봐온 것처럼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가족 역시 토론토에 온 지 다섯 달 정도 지났는데 두 가정과 가까워졌다. 한 가정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이전 세입자 가정이고, 다른 가정은 아내와 같은 수업을 듣는 분의 가정이다. 서로 비슷한 처지이기도 하고 자녀들도 얼추 나이 대가 같아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때로는 위로를 얻기도 한다. 이렇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주변의 친구나 가정이 두 세 그룹만 있어도 은퇴 이후의 삶은 외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 생활 2'에서 절친에서 장기 기증을 해주는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그 이유를 묻는 익준(조정석)에게 친구는 '얘 없으면 말년에 누구하고 놀아요? 심심해서 어떻게 살아요'라고 답했다. 이렇게 은퇴 시점에서 좋은 친구,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은퇴 이후의 삶을 신나게 한다.
은퇴 후에도 잔고를 유지하고 싶다면 약간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물론 통장 잔고가 넘쳐나거나 임대 수익이 충분한 경우 등은 예외다. 우선 일시적으로 은퇴 중인 내 경우를 보면, 퍼블리 저자 활동을 통해 소정의 수익이 발생하고, 드문드문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많이 벌 때는 통장 잔고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벌기도 한다. 문제는 지속적이지 않아서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겪으면서 최종 은퇴를 생각했을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은행 잔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퇴는 했지만 남들이 찾는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무기는 은퇴 후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무기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축적된 경험과 경력을 녹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자. 예를 들면 나 역시 은퇴 이후에도 지금처럼 글을 쓸 것이다. 내가 직장 생활과 일하면서 겪었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콘텐츠화해서 글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글쓰기도 작품이 축적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저자가 될 수 있다. 내 경우 퍼블리 저자 활동을 통해 월 1백만 원 이상 수입이 가능하다. 글쓰기가 아니어도 좋다. 유튜버가 될 수도 있고 블로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뉴스레터 발행도 가능하다. 확실한 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다. 정리된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다음으로 언제든 프리랜서로 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은퇴하고 프리랜서를 하면 그게 무슨 은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은퇴 후에 하는 프리랜서는 자신이 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차별점이다. 나 역시 아직 공식적인 은퇴를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현재도 미국 스타트업 두 곳과 협력하고 있다. 물론 두 곳 모두로부터 월급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도 꾸준히 협력하는 이유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고 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경험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은퇴 이후에 프리랜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이 경우는 아무래도 조금은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경우가 유리하다.
전문성과는 별개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도 통장 잔고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직장인의 씀씀이는 경험상 연봉에 비례한다. 연봉 5천만 원이면 5천만 원에 맞는 소비를 하고, 연봉 1억 원이면 1억 원에 맞는 소비를 한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그렇게 소비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현재 내 경우를 봐도 직장 다닐 때와 비교하면 소비가 자연스럽게 많이 줄었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차량 유지비, 의복비, 식비, 경조사비 등이 확 줄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출 역시 은퇴 후에는 줄여야 한다. 때문에 40대에 접어 들어서는 가급적 1년에 한 번씩 지출 항목을 점검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는 습관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무리수보다는 한 마리 토끼를 잘 키워서 새끼를 낳도록 하는 것이 은퇴 전략으로 제격이다.
은퇴 후 여생은 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지만 그렇게 따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긴 인생에서는 외롭지 않아야 한다. 자식도 대부분 떠난다. 우리 집을 봐도 아들인 나는 대학 입학 때부터, 누나는 대학 졸업 이후 집을 떠나 살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두 분이서 20년 넘게 살고 계시고, 앞으로 몇십 년을 더 함께 살아가실 것이다.
때문에 은퇴를 준비할 때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길고 긴 인생에서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준비하더라도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것이면 좋다. 직장인이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커리어 패스(career path)다. 내 경우를 봐도 언론담당, MBA, 컨설턴트, 전략담당, 데이터분석컨설팅 임원으로 커리어 패스가 이어져왔다. 아직도 마지막 은퇴 전이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두세 번 정도 더 커리어 패스가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커리어 패스를 선택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예를 들어 최종 커리어 패스로 생뚱맞지만 플로리스트(florist)를 한다면 은퇴 후에도 우리 집 정원(아직은 없지만)을 가꾸거나, 누군가의 결혼식에 필요한 꽃들을 준비하는 일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은퇴하고 한가해지는 것이 두렵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은퇴는 한가해지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도 은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은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영어식 표현(retire)이라고 해서 다를까?
retire: to withdraw from office, business, or active life, usually because of age.
국어사전에서는 대놓고 한가히 지내는 것이라 정의하고, 영어 사전에서도 활동적인 생활을 그만 두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직장인들은 한가해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다섯 달 가까이 한가하게 쉬어보니 쉴만 하더라. 선택지가 없으니 이왕 한가한 거 제대로 즐기면서 한가해지려고 노력했다. 한가한 중에도 본인이 즐기는 것에 대해 루틴을 만들면 조금 덜 어색하게 지낼 수 있다. 운동 시간이나 산책 시간을 정해놓는다든지, 늘 가는 단골 커피집을 두거나 때가 되면 찾는 공원이나 호수가 있다든지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은 한가해지면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서 예기치 않은 이벤트들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한가한 중에도, 설령 그것이 은퇴 이후라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난다. 재미있지 않은가. 한가함이 가져다 준 선물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란 사실이 말이다. 내 경우 현재가 인생 2막의 시작이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며 꽤 오래 쉬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난 이들이 내 인생 2막을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은퇴라는 단어는 조금은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 인생 선배들의 은퇴가 즐거움 보다는 짠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은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은퇴를 마주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종종 은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자.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자. 인간관계, 전문성, 인생을 길게 보는 시각이 조금씩 갖춰진다면 은퇴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