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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an 15. 2022

내가 글을 쓰는 단 한 가지 이유

모든 작가님들, 해피 뉴 이어

2021년 11월 23일. 가장 최근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한 날이다. 이후로 두 달 가까이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펜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퍼블리PUBLY, 롱블랙LongBlack, 아웃스탠딩Outstanding에서 작가로 입지를 다지며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했다. 다만 브런치에서는 몇 차례 글을 쓰려고 했지만 끝까지 쓸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앉으면 저절로 글을 써질 정도로 글쓰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떤 주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2021년 마지막 날 밤, 떨어진 자신감도 회복하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자 책상 앞에 앉았지만 역시나 마무리하지 못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별 다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좀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봤다. 한 가지 발견한 게 있다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나에겐 글을 써야 하는 간절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한마디 질문을 던진다. 


'네가 글을 쓰는 단 한 가지 이유를 말해줄래?'




내가 글을 썼던 세 가지 이유


내겐 글을 쓰는 이유가 있었다. 정확히 1년 전 <그토록 바쁜 직장인이 이토록 글 쓰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카카오 톡 채널에 소개되어 조회수 4만 명을 찍었던 바로 그 글이다. 내가 밝힌 글을 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록으로 남겨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은 나만의 콘텐츠를 통해 자기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 4만 명을 찍었던 바로 그 글


실제로 누군가의 진로 상담을 해주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글로 남겨서 비슷한 고민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리고 여러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을 쓰며 내 실명이든 작가명이든 제법 알려져 브랜딩에 성공했다. 실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 글을 읽었다는 분들이 꽤 생겼다. 또한 내가 겪은 일을 다듬어 정리한 글이 비슷한 일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을 도움을 줬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없는 시간을 가운데 치열하게 쓴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동기들만으로는 글이 써지지 않았다.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이유들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봤다. 글로 남겨야 할 경험과 인사이트가 바닥을 드러낸 걸까.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자기 브랜드를 할 필요가 없어진 건가. 그것도 아니면 이제는 글로 정리해서 다듬을 만큼의 복잡한 경험이 없는 걸까. 모두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쓰는 단 한 가지 이유, 경험


그렇다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마음껏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나에겐 글을 쓰는 간절한 단 한 가지 이유가 필요했다. 뭘까 그것이.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변치 않을 단 한 가지 이유 말이다. 


이런 가정을 해봤다. 내가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어떨까, 괜찮을까? 글을 쓰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답답하다'였다. 답답할 것 같다. 내 글을 쓸 수 없다면 말이다. 왜 답답할까.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것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 들여다봤다. 


한 단어가 떠올랐다. '경험'이다. 내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름 아닌 경험이다. 경험의 반대말은 뭘까. 나는 '생각'이라고 본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두고 자신의 생각이나 논리를 글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글을 쓸 깜냥이나 그릇이 안된다. 대신 내가 직접 부딪히며 경험한 일들을 나만의 표현으로 쓰는 데는 자신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면 내 생각과 인사이트도 더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캐나다로 건너온 이후로 글을 쓰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환경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경험을 글로 담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전까지 했던 경험과 너무나도 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내가 해왔던 일들의 연장선 상에서 경험이 쌓였었다. 주니어를 벗어나서 일잘러로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일들, 다음으로 리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된 여러 일들을 글에 담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직장 개념에서 벗어나 지냈던 지난 9개월의 경험은 내가 글로 담기엔 버거웠다. 아니 정확히는 버거웠던 것이 아니라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답답했다. 이러한 경험 또한 잘 녹여낸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경험한 것들이 생소하다고 할 수 없다. 팬데믹 시대에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통해 쌓았던 경험과는 결이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글을 썼다면 분명 그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래, 이제는 경험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되새김질해 글을 써보자.'


캐나다의 국민 카페라고 할 수 있는 팀홀튼Tim Hortons에 가면 메뉴판에는 없지만 가장 인기 있는 커피 메뉴가 있다. 바로 더블 더블(Double Double)이다. 블랙커피에 설탕 두 스푼, 크림 두 스푼을 넣은 메뉴다. 2022년에는 새로운 경험에 생각 두 스푼, 인사이트 두 스푼을 담아 쉬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역시 글을 쓰는 도중에도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격주 토요일 발행처럼 정기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약속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다. 브런치 구독자분들에게는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싶으니 말이다.


캐나다 국민 커피 메뉴인 팀홀튼의 Double Double


캐나다에서 만난 구독자들


놀랍게도 무려 캐나다 토론토에서 브런치 구독자를 만났다. 한 분은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이 닿았고 마침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서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경험도 있었다. 2021년 12월부터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에서 전략 리더로 일하게 됐다. 직원들은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 흩어져 있어서 대부분 줌으로 미팅하고 재택으로 일한다. 직원들과 줌으로 인사를 나누는데 놀랍게도 브런치 구독자도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 내 글을 일찍 접한 직원도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리 글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일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뉴욕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다. 팬데믹 시대에 창업한 회사답게 직원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고 내 경우 집에서 재택으로 일한다. 과연 회사 직원들 얼굴을 올해 안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로 시간대가 달라 정해진 업무 시간은 없지만 팀원들이 한국에 많다 보니 한국 오전 시간인 이곳 밤 시간에 주로 일을 하는 편이다. 회사는 암호화폐 세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나는 전략을 담당한다. 바쁘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회사와 나의 성장을 위해 한동안 뜀박질할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진짜 스타트업이다. 직전 회사는 스타트업 규모와 문화였지만 외국 회사에 인수 합병됐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 분류하기 애매했다면, 이곳은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풋풋한 곳이다. 올 한 해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이 성장하고 또 많은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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