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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Aug 28. 2023

보통의 직원이 뛰어난 리더가 되는 세 가지 방법

최근 캐나다 테니스 코치 코스에 합격해 정식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부터 여러 스타트업에서 30년 같은 3년을 보냈던 터라 잠시 쉼표를 찍고 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정말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코치 활동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성과와 리더십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개인 레슨(Private Lesson)을 하는 코치들의 경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에는 선수 출신에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음악이나 미술 분야 역시 승자 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세계다 보니 1%를 제외한 나머지의 상당수는 코칭과 비슷한 분야에서 일한다.


스포츠 세계엔 '위대한 선수는 위대한 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제삼자 입장에서 들었을 땐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생각했던 이 말에 요즘 공감하고 있다. 선수 출신 코치가 꼭 훌륭한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코치가 될 수 있다.


조직 생활도 마찬가지다. 직원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이 뛰어난 리더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보통의 성과를 냈던 직원들도 충분히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 리더는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조언한다


"스윙하실 때 오른발이 지면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볼링 하는 것처럼 뒤로 빠지세요."

"어, 정말이네요? 제가 왜 그럴까요?"


테니스 코치를 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슬로우 영상 촬영이다. 동일한 훈련에서 실수가 반복될 때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스윙할 때 허리와 어깨는 완벽한데 몸이 힘이 들어가면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작은 동작 하나가 큰 결과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테니스라는 운동이다. 확실히 오른발을 지면에 붙이고 스윙을 하니 공이 안정적으로 잘 뻗어갔다.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레슨을 하다 보면 스윙할 때 허리를 전혀 돌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허리를 활용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다시 공을 던져준다. 그런데도 허리를 돌리지 않는다. 10개 정도 던져주고 허리를 돌렸는지 물어보면 분명 허리를 돌렸다고 답한다. 그리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면 정말 깜짝 놀란다.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레슨을 하다 보면 스윙할 때 허리를 전혀 돌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허리를 활용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다시 공을 던져준다. 그런데도 허리를 돌리지 않는다. 10개 정도 던져주고 허리를 돌렸는지 물어보면 분명 허리를 돌렸다고 답한다. 그리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면 정말 깜짝 놀란다. 


스타트업에서 리더로 일하면서 바쁜 가운데도 신경을 쓴 것이 있다. 바로 직원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직원이 문제에 접근하고 일을 해결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일대일로 조언한다. 관찰하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것을 리더가 발견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로이, 요즘 미팅 때마다 공유해 주는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요.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팀들에게도 충분히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자료여서 고생한 보람이 있는 거 같아요."

"아, 마크, 감사해요. 지난번 조언해 주신 대로 다양한 각도에서 데이터를 바라보니 보지 못했던 인과관계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자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데이터 분석 결과만 보고 현상을 파악하지만 말고, 가설을 세워서 검증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매번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게 되고, 가설이 검증됐을 때 팀과 회사에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직원 스스로가 깨닫고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니어 직원의 경우, 시행착오 가운데 본인의 모습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땐 리더가 나서야 한다. 다만 한 번의 모습으로 단정 짓고 접근해서는 안되고, 오랜 기간 지켜보고 반복되었을 때 방향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 리더는 직원들이 성장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중국인 친구 Ming은 테니스 코칭해 주는 이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좋다. 기초부터 레슨 받는 대부분 멤버들과는 달리 매번 본인의 취약점들을 하나씩 고쳐주는 핀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레슨을 받은 후 내게 와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마크, 오늘 레슨 정말 좋았어. 지금까지 내가 정말 갈증 났던 부분이 해결됐거든. 1시간 만에 정말 성장한 게 느껴져."


Ming은 환한 웃음을 하며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나 역시 코칭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다. 바로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테니스는 레슨 받지 않고 오래 치다 보면 정확한 자세가 아닌 자신만의 자세로 굳어진다. 구력이 쌓이면서 경험이 늘어 티가 나지 않지만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 


Ming이 그날 답답해한 것은 상대가 첫 번째 서브를 실패하고 두 번째 서브를 할 때 공이 천천히 오는데도 자신 있게 공을 받아넘기지 못하는 문제였다. 본인은 찬스라고 생각하다 보니 어깨와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공을 높이 날아가거나 네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내가 건넨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공과 네트 거리가 가까우니 힘을 빼고 정확히 맞추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찬스가 왔다고 생각하면 시선을 공에 두지 않고 상대 코트에 둔다. 시선이 떠난 공은 결국 라켓 가운데 맞지 않고 빗맞는다. 내가 계속해서 두 번째 서브처럼 천천히 서브하면 Ming이 달려와 오로지 공에 집중해 리턴했다. 100번 가까이 반복했을까? Ming은 거의 대부분의 리턴을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었다. 


레슨 받는 이들 가운데 75%가 주 1회, 25%가 주 2회를 받는데, Ming만 유일하게 본인이 가능한 모든 날에 레슨을 받고 싶어 한다. 주 3회가 기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하는 즐거움을 맛봤기 때문이다. 


흔히들 스타트업을 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성장하는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은 점을 든다. 그런데 꼭 스타트업에 국한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는 이들이면 누구나 성장하는 즐거움을 원한다. 정체된 회사라고 해서 개인이 성장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리더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직원들이 이 성장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동기부여하고, 또 피드백해줘야 한다.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성장을 많이 했던 1년을 꼽으라고 하면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1년이다. 당시 회사 프로젝트로 인하우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MBA 때 배운 지식으로 머리는 커졌지만 실전 경험은 전무했던 때였다. 당시 팀의 리더는 나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소위 일머리는 좋은 편이라 하나를 시키면 둘이든 셋이든 알아서 해내는 센스가 있었다. 반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했다. 80% 정도의 품질로 해도 될 일을 100%로 만들려고 힘과 시간을 소모했다. 


리더는 내게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는 팁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2시간 동안 '파트너사 미팅'이라고 적는 것이 아니라 분 단위로 '파트너사 미팅 준비'(15분), '미팅 장소 이동'(20분), '파트너사 미팅'(30분), '미팅 후 대책 회의'(25분), '회사 복귀'(20분), '파트너사에게 미팅 때 합의한 내용 메일 보내기'(10분)으로 쪼개서 적었다. 당시 나에게는 필요했던 업무 방식이었다.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을 쪼개서 관리하다 보니 아무리 빡빡한 일정도 너끈하게 소화하게 됐다. 이는 당연히 프로젝트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졌고, 전에는 없던 무기를 갖춘 나는 그 후로는 어떤 힘든 일정의 프로젝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낀 나는 해당 1년 동안 그전에 5년 성장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성장했다. 시간을 집중력 있게 썼고, 리더가 알려주는 방법론을 현장에 적용해 보면서 기획과 실행 모두를 섭렵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 CBO로 일했던 스타트업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직원들이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는 일이었다. 공식, 비공식적인 일대일 미팅을 통해서 성장에 대한 부분에 대해 깊이 얘기를 나눴다.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업무 시간에도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외부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내부 스터디 모임을 하거나 성장에 목마른 직원들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성장해 갔다. 


비록 투자 혹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지금은 모두 더 좋은 회사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직원들은 어디에 있던지 빛이 난다. 



셋, 리더는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레슨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코치님, 언제쯤 재미있게 테니스 시합할 정도의 실력이 될까요?"


테니스 초보자, 소위 테린이일수록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다. 옆 코트를 보면 친구 둘이 와서 신나게 치고 있는데, 본인은 아직 상대 코트 안으로 제대로 공을 보내지도 못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해줄 수도 없고, 길면 2년 정도 걸린다는 하늘이 노래지는 말을 해줄 수도 없다. 


"혼자 치는 단식 말고 파트너와 함께 치는 복식의 경우 포핸드, 백핸드, 그리고 서브 정도까지 하시면 레크레이션 정도 수준의 테니스가 가능한데요. 현재 진도로 봐서는 3주 후에는 이동하면서 포핸드 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예요. 동시에 조금씩 백핸드 배우는 시간을 늘리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포핸드, 백핸드 안정적으로 칠 수 있는 데까지 5개월 정도 걸립니다. 지금은 코트에 나가서 연습할 정도 수준이 안되지만 2, 3개월 지나면 혼자서 또는 둘씩 나가서 연습량을 늘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서브는 기본적으로 슬라이스 서브와 플랫 서브를 배우고 나서 마찬가지로 혼자서 100개씩, 200개씩 연습하신다면 빠르면 6개월 후에 시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내 대답은 레슨 받는 이들마다 다르다. 주 1회 레슨인지 2회 레슨인지에 따라도 다르고, 테니스라는 종목에 대한 운동 신경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열정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확실한 건 코치로서 각 개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슨이 끝나면 하루 정도 후에 레슨 때 배운 핵심 내용 정리, 그리고 영상 분석을 통해 교정해야 하는 부분들을 짚어 준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배울지, 앞으로 레슨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언급해 준다. 배우는 이들에게도 본인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현재의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 그리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큰 그림까지 그리고 있어야 한다. 본인이 맡은 조직은 물론 개인까지도 말이다. 


"마크, 이번에 요청한 업무는 제 업무 영역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시킨 특별한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이크, 좋은 질문이에요. 지금 본인 업무량도 충분히 많고 조금은 부담되는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2, 3년 후 제이크가 시니어 포지션이 되었을 때 제가 요청한 업무에 대한 경험이 상당한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한번 짧게라도 경험을 해보고, 본인이 생각해서 본인의 업무로 가져갈지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여서 나중에 다시 판단할지는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모습에서 리더의 삶을 존경한다. 그리고 주위 후배들에게 커리어 가운데 리더로서의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한다. 리더는 자신만 생각해선 안된다. 본인이 책임지는 직원 개개인의 큰 그림까지도 함께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은 조직 밖, 가정과 커뮤니티에서도 진주처럼 값진 경험이다. 




좋지 않은 리더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그보단 적지만 꽤 많이 좋은 리더를 경험한 이들도 만난다. 가장 흥미로운 경우는 직원이었을 땐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리더의 자리에 앉으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경우다. 리더는 다르다. 섬세하게 관찰하고 조언할 줄 알아야 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옆 사람이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에 맞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이런 리더라는 자리가 너무나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때론 마음고생도 크겠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에 꼭 거쳐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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