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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un 16. 2024

당근마켓 HR담당자는 답이 없었다

HR담당자는 회사의 얼굴

회사의 얼굴은 누굴까? 대표일까? 스타 직원일까? 둘 다 정답일 수 있지만 HR담당자야 말로 실질적인 회사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지원하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 중 어느 정도 단계를 거친 인재들을 마주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은 HR담당자를 통해 회사의 분위기, 핏(fit)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그런데 얼마 전 당근마켓 북미법인에 지원했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불합격했지만 그게 아쉬운 게 아니라 당근마켓 HR담당자의 대응이 못내 아쉬웠다. 당근마켓 CHRO였다면 이런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실수, 아니 실책은 하지 않도록 조치했을 것이다.




당근마켓 북미 전략운영 매니저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당근마켓(북미에선 Karrot으로 불림) 북미지역 전략운영 매니저(Strategy & Operations Manager)였다. 북미 포지션이지만 근무지가 토론토인 데다 당근마켓이 캐나다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경험이 있고 JD 대부분이 겹치는 내가 매력적인 지원자가 되겠다 생각했다. 당근마켓은 캐나다 진출 초기 현지 한인들 중심으로 여러 마케팅 활동을 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이때 체험단 활동했던 현지 한인들 중 일부는 당근마켓의 성공보다는 본인들이 당근마켓 현지화를 이뤄냈다는 식으로 개인 브랜딩을 떠들썩하게 한 것이 오히려 더 화제일 정도였다. 


한편 온라인 서류 지원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당근마켓 글로벌 HR담당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았다. 채용 관련 공통 메일이 아닌 담당자가 직접 본인 메일 주소를 통해 결과를 알렸다. 


"Kudos on standing out in a sea of applications for the role of Strategy & Operations Manager! Your application sparked some serious excitement in our team. We were impressed by your unique blend of experience and would like to dive a bit deeper to explore the potential of a fruitful partnership."


복붙한 내용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내 경력이 괜찮아 보이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때 알려준 채용 단계는 크게 3단계였다. 1단계는 과제, 2단계는 패널 인터뷰 - 파트1, 3단계 역시 패널 인터뷰 - 파트2로 진행된다. 


패널 인터뷰를 2개 파트로 나눠 진행한다고 해서 조금 헷갈렸다. 단계로 구분한 걸 보면 파트1을 통과해야 파트2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파트로 구분했기 때문에 두 번의 기회가 연속해서 주워지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메일을 보낸 HR담당자에게 이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고 회신했다. 


당근마켓 글로벌 HR담당자로부터 어떤 연락이 왔을까?

그로부터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내 경력을 좋게 보고 과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에 주어진 기한 내에 완성도를 갖춰 제출하는 것이 일단 급했다. 



최선을 다했던 과제, 그 결과는?


당근마켓이 내준 과제는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주간 사용자 성과를 볼 수 있는 table presentation을 만드는 것이었다. 동일 프로젝트는 아니어도 데이터분석컨설팅 회사에서 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비주얼 측면에서도 신경을 썼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그렇게 자료를 완성해 기한 내 제출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동일한 글로벌 HR담당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았다.


"It's been an absolute pleasure learning about you during our application process for the position at Karrot North America. We greatly appreciated the energy and enthusiasm you brought to the process.


However, after much deliberation, we've decided to move forward with another candidate whose skills and experiences align more closely with our needs at this time. It's never an easy choice as we see the potential and value in each candidate we get to know, especially in individuals as talented as yourself."


당근마켓의 니즈에 좀 더 부합한 경력과 기술을 가진 지원자와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힘든 결정이었다고 했지만 어찌 됐든 불합격이었다.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이력서를 검토해서 서류 합격 메일을 보냈고, 또 과제를 어느 정도 퀄리티 있게 제출했다면 그래도 1명의 후보보다는 복수의 후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거라 생각했다. 패널 인터뷰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차에 HR담당자 메일 마지막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We genuinely wish you all the best in your career journey, and don't hesitate to reach out if you have any questions or feedback for us."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회신했다. 최종 후보로 선택받지 못한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주면 앞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정중히 물었다. 여러 좋은 내용을 덧붙였지만 정말 탈락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당근마켓 글로벌 HR담당자로부터 어떤 연락이 왔을까?

그로부터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



HR담당자의 생명은 신뢰


스타트업 임원으로 일하면서 수백 명의 지원자들의 면접에 참여했다. 그중에는 나처럼 불합격 메일을 받고 그 이유에 대해서 묻는 메일을 보낸 이들이 간혹 있었다. 탈락 이유를 에둘러 얘기하면 구직자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길진 않지만 명확하게 탈락 이유를 적어 보냈다. 면접을 통해 발견한 부분 중에서 회사와 fit이 맞지 않는다든지, 해당 포지션에서 너무나도 적합한 다른 지원자가 있는 경우라든지, 회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스킬이 있는데 면접을 통해 해당 부문이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든지, 다양했다. 


HR담당자든 면접 참여 임원이든 이러한 질문에 대한 회신이 중요한 것은 지원자 중에는 나중에 다시 회사에 문을 두드릴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경우가 있었다. 딱 한 자리가 비어서 채용을 진행했는데 너무도 괜찮은 두 지원자가 있는 경우였다. 면접관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한 사람은 붙고 한 사람에게는 불합격 소식을 전해야 했다. 이때는 회사에서 불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아쉬운 마음과 함께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렸다. 이들은 회사가 기억한다. 그리고 다른 비슷한 포지션이 공석이 될 때 다시 연락해 지원 가능 여부를 체크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이 먼저 알고 지원하기도 한다. 그만큼 불합격 소식을 원활히 커뮤니케이션했기에 서로가 신뢰 관계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론 불합격한 지원자가 동종 업계에 취직해서 만나기도 한다. 때문에 불합격자들을 대하는 HR담당자의 태도는 회사 평판 측면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회사에 지원해서 불합격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특히 속상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캐나다에서 성장이 지지부진한 당근마켓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인재 확보가 핵심인데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담당자가 두 번이나 회신을 하지 않은 것이 우연의 일치로 인한 실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실수와 실책이 반복될수록 한국과 전혀 다른 캐나다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은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당근마켓에 지원하면서 주변 캐나다 친구들에게 당근마켓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이 피드백을 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당근마켓은 캐나다에서 여전히 고전 중이다. 월간활성사용자(MAU)나 인지도 측면에서도 아직 미미하다. 그들의 성공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HR담당자의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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