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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Jul 18. 2022

유학 준비를 시작한 아내

와이프 따라 미국 간 남편 4 - 그리고 헬게이트가 열렸다(?)

아내는 21년 4월부터 유학 준비생이 되었다. 팬데믹으로 모든 움직임이 멈춰 있던 시기, 어쩌면 큰 도박이었다. 지금 준비하면 22년 가을에나 학교를 다니게 될 텐데.


‘그때 정도 되면 괜찮겠지.

그리고 지금은 다들 겁먹어서, 유학 같은 거 못해.’


아내는 그때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일을 쉬고 있었다. 아이가 1년 훌쩍 넘게 원격 수업을 하고 있고, 내 직장은 재택근무를 하지 않아 꼬박꼬박 출근을 해야 했다. 


마침 이직한 회사에서 불만이 쌓여 있던 아내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졌으나, 1년 가까운 경력 단절에 아내의 자존감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네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표현은 잘 못해주는 편이지만, 아내는 진정한 이 시대의 능력자다. 육아와 가사를 내가 같이(?) 했다고는 하지만, 맘만 먹으면 언제든 이직해 연봉을 올렸으며, (내 연봉 정도는 가뿐히 넘은 지 좀 됐다) 회사에 다니면서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다녔고, 출퇴근 버스 안에서 졸업 논문을 써서 한 번에 통과했다.


이제는 경력 단절 상태가 됐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생 딸아이가 집에 계속 붙어있는 상태에서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에 카툰을 올리고, 굿즈를 만들어 스마트 스토어를 했다. 라인과 블로그 마켓에서는 이모티콘까지 팔았다. 심지어 이런 일들은 그녀가 원래 하던 일과는 완전 다른 일이기도 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해외로의 이직이나 유학, 이민 등을 폭넓게 고민해 왔다. 가장 좋은 것은 이직이나 이민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사십에 가까워지는 시점에 쉬운 선택일 수는 없었다.


가진 자산도 너무 없었다. 월세살이에 소액의 생활비 대출을 청산한 게 불과 1~2년 전이다. 이제 겨우 대출을 풀로 껴서 전세살이를 꿈꾸어 볼 수 있는 수준의 자산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해외 이직이나 이민을 꿈꿀 수 있을 정도로 나라를 옮겨 간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학은 달랐다. 워낙 유망한 직종에서 일하는 아내는 박사 과정에 합격만 한다면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전부터 호주나 캐나다 유학을 알아봤었는데, 오히려 펀딩을 받기가 더 어려웠다. 미국의 탑 수준의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다.


결국 아내는 돌고 돌아 미국 유학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학원을 등록하고, 해야 할 공부들, 준비해야 할 일들을 훑어보다가…


성질을 팍 낸다.


‘이 나이에 수학을 공부해야 해?’


미국 대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GRE 시험을 쳐야 하는데, 과목 중에 하나가 수학(Quantatives)이다. 아내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했고, 수능에서 수학 만점을 받았다. 대단한 수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20년도 더 된 일이다. 나이 사십에 입시를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XXXX(삐~)'


그렇게 매일매일 성질을 버럭버럭 내면서 그녀의 유학 준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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