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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Aug 12. 2022

갑작스레 떠난 원데이 로드트립

D+9(1) (aug. 10th 2022)

(이 이야기는 이 글​과 내용을 공유합니다)


일주일  차량 구매와 운전면허, 그리고 영사관 면허증 번역 사이에서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있었다. 어찌어찌 정보를 통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 즈음해서 영사관 예약이 오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름 놓고는 시간에 맞추어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오픈된 예약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 후이고,  이야기는 면허를 받는 일정이 한없이 미뤄져 내가 차를 구할  있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9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완전 좌절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면 예약 취소건이 있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틈만 나면 영사민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이번 주 수요일에 영사관 예약 자리가 난 것을 찾아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예약을 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막상 떨리는 것은 영사관이 있는 도시까지 편도 5시간의 운전을 해야 한단 사실이었다. 당일치기로 갔다 오는 것을 계획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장거리 운전을 연속으로 할 일이 없으니 괜히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같이 가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아내가 가면 아이도 같이 가야 하고 그럼 일이 너무 커지지 않는가. 결국 나 혼자서 빨리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수요일이 되었다. 예약 시간은 오후 3시. 내가 사는 곳에서 영사관이 있는 도시까지 구글 맵으로 검색하자, 5시간의 운전시간이 뜬다. 거리는 315 마일, 약 500 킬로미터에 달한다. 5시간 동안 계속 운전할 수는 없을 테니 중간중간에 쉬기도 해야 하고, 기름도 넣어야 한다.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도 한 번에 못 갈 정도로 먼 거리. 그럼 적어도 8시 전에는 출발해야 할 것 같다. 긴장이 많이 되었다. 옛날에, 약 십수 년 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운전해서 이동한 적이 있었는데, (약 편도 12시간 거리) 그땐 하루에 갔다간 차가 퍼질 것 같아서 이틀에 나눠서 이동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루에 끝내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다. 아침을 먹으면 혹시 운전하다 배가 아플까 봐 아침도 걸렀다. 목이 마를까 물도 챙기고, 졸릴까 봐 아이스커피도 챙겼지만,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가는 길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되는 것도 두려움을 가중시켰다. 고속도로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길은 어떤지, 중간에 쉴 수는 있는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캘리포니아에서는 고속도로라고는 해도 한국처럼 휴게소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중간에 인터체인지를 나가면 주유소와 편의점이 같이 있는 정도? 여기도 그러란 법은 없으나, 비슷하게 상상하고 출발했다.


처음 고속도로에 진입하는데, 깜짝 놀랐다. 톨게이트가 나오는데, 현금이나 카드로 내는 곳이 아예 없고, 모두 하이패스처럼 뻥 뚫려 있다. 표지판을 보니까, 하이패스 같은 걸로 지불하든지, 이미 번호판을 등록시켜 놓든지, 아니면 집으로 청구서가 날아온단다. 난 렌터카인데,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출발하자. 처음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땐, 한국의 고속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뭐. 그런데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영화에서나 보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트럭들 말이다. 그런데 그 트럭들이 승용차처럼 쌩쌩 달린다. 제한 속도가 70 MPH(약 115km/h)인데 그 속도로 달리는 차가 트럭 포함 나 밖에 없다!  약간 후들후들했다. 나…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지?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큰 산맥을 넘는 길이어서, 고불고불한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길도 많이 넓지 않고, 차들도 많아서 놀랐다. 미국 고속도로라면 자고로 쭉쭉 뻗어 끝없는 평야와 직선도로 아니었던가? 처음 한 2시간 정도는 강원도 영동 고속도로와 같은 느낌 정도였다. 계속 이렇게 5시간을 운전한다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출발할 때 정말 힘들면 하루 정도 인(INN) 같은 곳에서 하룻밤 자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그럴 가능성이 유력해진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기름을 넣어야 하는 타이밍이 왔다. 지나오면서 보니까 ‘서비스 플라자’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주유소가 있는 것 같았다. 마침 다시 서비스 플라자가 등장했고, 기름도 넣고 다리도 풀 겸 들어가 보았다. 미국 고속도로의 서비스 플라자는 한국의 휴게소와 유사했다.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이 있고, 주유소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서비스 플라자가 건물 디자인부터 안에 입점한 가게까지 거의 비슷했단 점이다.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커피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패스트푸드는 햄버거, 치킨, 피자가 번갈아가며 나왔다. (정말 미국이구나!) 왕복 총 11시간 운전하는 동안 5번 휴게소에 들어갔고, 돌아오는 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먹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먹어보진 못했다. 워낙 긴장해서…


큰 산맥을 넘는 첫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우리가 흔히 아는 쭉 뻗은 직선 고속도로가 나왔다. 풍경은 특색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 고속도로의 풍경과 크게 다른 느낌은 아녔다. 구릉도 많고 산도 있고, 나무도 우거져서 느낌이 비슷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밭 또 밭인데… 미국이 크긴 크니까 아무래도 지역마다 풍경이 크게 다르다.


중간에 길이 막히기도 하고, 빠른 제한 속도와 고속도로의 운전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시간도 제법 흘러 이제 영사관이 있는 도시까지 한 시간이 남지 않은 무렵, 옆에 지나가던 SUV 한 대가 갑자기 사이렌을 울린다. 깜짝이야. 암행 순찰차다! 뭐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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