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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Aug 12. 2024

중년수험생의 커밍아웃

8월 2주 차

8/5 월

처음에는 주변사람들에게

공부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합격 불합격이 있는 과정이고,

또 그 뒤로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데,

준비 과정에서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밝힐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조금 웃기게도,

내 소셜 미디어에는

공부를 하는 이야기로 넘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밝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더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공부 시작했단 사실을 밝히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창피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하니까.


이번 한 주도 파이팅!


8/6 화

어제 토플 시험을 신청했다.

미국에서 5년 가까이 공부를 했었는데,

학위를 끝내지 못해서

토플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요구하는 점수가 학교마다 다르긴 한데,

점수에 아주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 두 달간 공부를 했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없다.


시험은 2주 뒤다.

시험 뒤에도 공부는 계속하겠지만,

뻔한 시험공부는 이것으로 끝이길 바라본다.

그나마 GRE 안 봐도 되는 게 어딘가?


학교도 어느 정도 정하고

필요한 자료 준비와 태스크도

어느 정도 정해지는 것 같다.


어서 빨리 모든 것이 결정되었으면 좋겠다.

하아.


그래도,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8/7 수

이번에 미국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아내와 떨어져 밤을 보냈다.

아내가 조지아로 학회 출장을 갔고,

2박 3일 일정이다.


아내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집 밖에서 잠을 잤고,

반대로 나는 한 번도

집 외의 장소에서 잠을 잔 적이 없다.


남들 다 간다는

미국 대도시 여행 한 번 간 적이 없다.


미국에 처음 사는 것도 아니고,

뉴욕, 샌프란 다 살아보기도 했으니,

특별히 어디를 가 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특별히 가 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꼼짝도 못 하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못 떠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다.


재산도 없이 둘 다 직장도 그만두고

더 이상의 경제 활동 없이 생활하는

중년의 유학 생활.


아내의 지원금은 너무 감사하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듯하다.


내가 이 공부를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부족해도 더블 인컴이 되면

훨씬 나아지기는 하니까.


오늘도 열심히 한 번 해보자!


8/8 목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침에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은 7시.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고,

커피를 내리고, 간단하게 씻고 하는데

한 시간은 필요하니까,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제법 아침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지키긴 쉽지 않다.


강제로 스터디위드미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어서

그래도 주중에는 한 번도 놓친 적은 없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강제력은 늘 필요하다.


최근 감정이 널을 뛰고 있다.


어느 날은

'나 아니면 도대체 누굴 뽑겠어?' 생각하다가

어떤 때는

'나 같은 놈을 왜 뽑겠어?' 한다.


사실 아침에 영어 공부를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다 보니 잡생각만 많아지고,

사소한 생각의 변화에

자신감도 왔다 갔다 하는 거겠지.


이럴 때는

잡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단순 반복 운동, 단순 반복 공부가 최고다.


오늘 하루의 끝에

작은 보람 하나만 남아도 만족하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


8/9 금

어제 오후에

딸의 중학교 반 배정과 수업 시간표,

그리고 학교 버스 정보가 한꺼번에 떴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데,

미국은 초중고 시스템이 수직계열화되어 있어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는 없다.


학교 웹, 앱 서비스는 모두 그대로여서 편하다.

한국에서는 학년만 올라가도

밴드에 카페에 카톡에 정신없는데,

여긴 전학 가거나 하지 않는 한은 그럴 일은 없다.


다만 안 좋은 시스템도 연결된다.

이번에도 딸의 학교 버스 스케줄은 엉망이다.

등교 버스는 맞는 정류장에 등록됐는데,

하교 버스는 엉뚱한 곳이다.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3년째 다니는데, 3번 모두 변경했다.


학교 시간표와 준비물,

이런 것들도 정보가 한꺼번에 떠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중학교에 올라가는

첫 해라 그렇겠지 한다.


만약

올 가을부터 내가 학교를 시작했다면 난리 났겠지?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1년 더 늦게 시작하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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