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수험생 jcobwhy Aug 05. 2024

중년수험생이 게으른 이유?

8월 1주 차

7/29 월

이제 공부를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굉장히 규칙적이라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수험생 신분인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아무래도 삶의 다른 영역 포션이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딱히 그 부분을 줄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아릴 때 공부할 때처럼

그저 공부만 할 필요를 못 느끼기도 한다.


그 공부가 얼마나 힘든 것이든,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 것이든,

내 삶의 다른 영역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중년 공부의 특징이 아닐까?



7/30 화

남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뭘까?

다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희망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공부를 하고 나면

자기 분야에서 커리어를 더 성장시킬 수 있기도 하고,

더 많은 연봉이 보장되는 직위나 직장이 보장되기도 하니까.


슬프게도 나는 조금 다르다.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곳에 살면서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사실 미래는 잘 모르겠다.

공부를 마치고 나면 기회야 더 생기겠지만,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래도 확실한 목적이 있어서 그런지,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무조건 붙어야 하니까.


7/31 수

아침 7시부터 정오까지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있다.

아무래도 집안일도 하고, 아이 양육을 하고 있으니,

낮에 책상에만 앉아 공부하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목적이 무색하게도

나머지 깨어있는 오후 시간과 저녁 시간을

너무 게으르게 보내는 건 아닌가 싶다.


어떨 때는 무의식적 보상심리가

뇌에서 너무 크게 작용해

모든 것을 멈춰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애초에 공부를 시작할 때 일상처럼 공부하자,

회사 일 하듯이, 집안일하듯이 하자,

그러면서 시작했다.


공부를 보상이 필요한 일로 만들지 말자.

이젠 그저 데일리 라이프다.


8/1 목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이 초조하다.


사람이라는 게 참 웃기다.

불안하거나 초조한 이유는

아무런 변화나 진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기 때문인데,

그 불안함과 초조함을 핑계로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점점 직접 움직여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추천서를 써주실 분들도 연락을 드려야 하고,

지원할 학교 교수들에게도 콜드메일을 보내야 한다.

시험공부를 하는 만큼, 시험도 봐서 점수도 따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영주권 준비도 잊으면 안 되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영부영 시간 보내지 말자.

그러다가 주저앉는 수가 있다.


8/2 금

오전에 아무리 집중력을 가지고

보람차게 공부를 해도,

오후를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리듬이 엉망진창이 된다.


10대, 20대 때는

공부만 보람차게 잘 마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조금 게으르거나

엉망진창으로 보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중년이 되니

가장 중요한 (혹은 그렇게 생각하는)

공부를 잘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생활이 흐트러지면

우울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아무래도 나머지 생활의 영역도

그 중요성이 절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겠지.


이번 주는 확실히 오후의 시간 활용이 아쉽다.

게을러지니 갑자기 식습관도 엉망이 되었다.


확실히 결과나 성과보다는

과정과 매일의 루틴이

나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중요한 건 고지가 멀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