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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Aug 19. 2024

중년수험생의 남은 시간

8월 3주 차

8/12 월

이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간은 2주다.

물론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또 시험을 보면 되긴 하지만,

이번에 끝내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


8월 안에 영어 시험을 마치고 나면

9월 부터는 세 달 정도 안에

지원서를 잘 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숨이 탁 막힌다.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결과는 따라온다.


숨을 고르고,

앞에 있는 것 부터.


8/13 화

아내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과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어서 빨리 가고 싶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왠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낯선 일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큰 사람이어서

이전에 아내가 진학하라고 할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2년간 아내가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익숙해져서 그런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하지만 희망적인 생각은 한 편으로 두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아내는 벌써 내가 학교에 합격한 듯 설레발이다.

옛날엔 아내가 그러면

설레발 치다가 잘 안 될까 봐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내의 그런 모습이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붙을만 해 보이니까 저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자신감은 가지되,

겸손함으로 최선을 다해 보자.


8/14 수

해가 점점 짧아지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아직 어둑어둑하다.


어스름을 뚫고 시작하는 공부.

괜스레 뭐라도 되는냥 어깨가 올라간다.


물론 40대가 넘어서도

이렇게 새벽 공기를 마시며

공부할 줄은 몰랐지만.


이제 조금씩

모든 과정을 가시권에 두어야 할 시기다.

공부도 추천서도 자기소개서, 연구계획서 등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아내는 워낙 글을 재밌게 쓰는 사람이라

학교에 합격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데,

난 워낙 노잼 글쟁이라

이 글들이 눈에 잘 띌지 모르겠다.


오늘도 할 일이 많다.

첫 걸음부터 지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8/15 목

주 후반으로 가면서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로도 많아진다.


어제는 특히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듣기 지문도 잘 들리지 않고,

문제를 풀 때도 많이 헷갈리고 그랬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이러면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영어라는 건 언어인데,

컨디션이 나쁘다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이 잘 안 들리고, 말이 잘 안 나온다?


미국에 산 지도 2년이 지났고

그 전에도 6년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언어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다.


이제 또 공부를 시작한다.

방법적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는 지났다.


물론 지금이라도

더 효과를 많이 낼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금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 뿐이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8/16 금

8월도 절반이 지났다.

8월이 지나간다는 것은

방학이 끝나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이의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내 공부를 시작했다.


대단한 공부는 아니지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

시험을 본다.좋

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이번 여름방학은

철저하게 집에서 보냈다.

흔한 박물관, 테마파크 등

뭘 한 게 없다.

엄마, 아빠가 둘 다 공부한다고

그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뭔가를 제공하지 못했다

 죄책감이 있다.


다만

아이는 지금을 싫어하지 않는다.

집에서 책 보고 게임하고

음악 들으며 보내는 시간에 만족한다.


좋은 건가 싶지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음주엔 많은 일들이 있다.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아내는 학교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다.

나는 토플을 본다.


내게 있는 일이 제일 하찮아 보인다.

토플이라니.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나서

실질적으로 딛는 첫걸음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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