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주 차
8/19 월
이번 주 토요일에 토플 시험을 본다.
마지막으로 토플을 봤던 게 2008년이다.
16년 전이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시험을 본다니.
참으로 삶은 모를 일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시험을 보는 삶을 살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너무 오랜만에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떨리는 마음이 너무 심하다.
원래 시험에 강한 타입이 아니어서
괜히 더 긴장이 된다.
에이.
시험에 강하고 약한 게 어디 있나.
나이 마흔에 그냥 연륜으로 밀어붙여야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하자.
8/20 화
오늘 아내가 퀄 시험을 보는 날이다.
합격 불합격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긴장은 되고 떨리는가 보다.
어제 하루종일 스크립트 외우고
슬라이드 보완하고 그랬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년부터는 나도
저런 생활을 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되기도 두렵기도 하다.
너무 간절히 원하면
얻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너무 클까 봐 두렵다.
그런데 상황은 점점
얻지 못하면 안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얻어낼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공포심과 두려움과
불안감에만 휩싸여 있지 말고,
같은 감정을 기대감과 설렘과
기다림으로 바꿔가야 한다.
잘 되진 않겠지만.
어차피 내 손에 있지 않다.
신뢰하면서 오늘 최선을 다하자.
8/21 수
아이의 방학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는 중학생이다.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
엄마 아빠조차도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하고
자리 잡지 못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애는 벌써 중학생이다.
애는 점점 크고 있는데,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부모를 보면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 열심히 공부해도
나이 많이 들어서도 공부해야 하니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게,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줄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괜히 공부하기 싫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토플 시험 3일 남았다.
어서 빨리 하나라도
할 일에서 지우고 싶다.
그래야 진전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8/22 목
어제 토플 실전 모의고사를 봤는데,
엄청난 현타가 왔다.
첫째는,
이렇게 성적이 안 나올 수도 있구나 하는 거다.
그래도 지난 세 달 동안 꽤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점수가 엉망이다.
학위는 끝내지 못했지만
미국에 6년 살면서 대학원도 다녔고,
이번에도 2년이나 미국에서 살았다.
그런데도 점수가 너무 낮다.
속상하다.
둘째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느냐 하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데 떨려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뻔히 아는 지문도 눈에 안 들어오고
듣기 소리도 사라져 갔다.
정말 이게 뭐라고.
이 시험은 이번 입시의
극히 일부분일 뿐인데..
마지막으로는,
몇 푼 안 되는 응시료 때문에
시험을 망쳐도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응시료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필요하면 써야 하는데,
거기에 용기가 필요하단 생각에
현타가 심하게 왔다.
중년수험생도 시험 볼 땐 떨린다.
10대와 다르지 않다.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갖자.
이제 이틀 남았다.
8/23 금
드디어 토플 시험 하루 전이다.
원래는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집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바람도 쐬고 할 겸 아내와 함께
시티의 도서관에 나왔다.
다른 환경에 나와 공부하려니
훨씬 기분이 괜찮다.
내일 보는 시험이
나의 실력을 결정짓지도,
또 내 미래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자꾸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너무 낳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깨도 너무 무거워지기만 한다.
그냥 과정일 뿐이고,
하나의 필요한 서류일 뿐이다.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긴장감도 불안감도 너무 크다.
그냥 기쁘게 과정을 즐기자.
결과는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
하나님이 주시는 결과에
감사하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