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공허함이 느껴진다면,
새해는 늘 그렇듯,
누구나 새해 다짐을 한다.
나는 작심을 해버리면 3일로 가버릴까 봐,
또 그런 나를 자책하게 될까 봐,
이젠 그 작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제 헬스장을 등록하고 오늘은 2일 차가 되는 날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늘 그렇듯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처음 시작하니까 생기는 의지와 열정]
이랑은 좀 다르다.
내가 뭔가를 생산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운동하는 그 순간을 몰입하고 있고,
그 몰입이 깊은 [충만감]과 [만족감]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헬스장에서 한 젊은 여성분을 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핸드폰으로 아이돌 무대 영상을 틀어놓고
머신을 계속 옮겨 다니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 머신에서 3세트를 하는 동안
그분은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한 채로
한 머신에서 몇번 안하고 일어나고
계속 다른 머신으로 분주하게 옮겨 다니셨다.
그 모습을 보며
'저분은 오늘 운동 마치고 나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건 과거의 나다.
집에서 운동할 때 늘 영상을 두세 개를 동시에 틀어놓고
힘든 시간을 덜 느끼기 위해
좋아하는 콘텐츠로 나 자신을 계속 분산시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동을 마치고 나면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았고,
잘한 게 맞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살이 안 빠지면
흥미를 금방 잃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작심 3일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리고 유난히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심했던 나는,
산책을 하면서도 팟캐스트를 들어야 마음이 편했고
OTT를 보며 작은 운동이라도 해야 죄책감이 없었고
회사를 다닐 땐 한가하면 괜히
내 개인적인 일을 하며 시간을 써야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항상 한 번에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생산성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 하나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뭔가를 하고 있어도 깊은 만족감이 없었고
그 자리는 늘 공허함으로 남았다.
이번 헬스장을 등록한 건
단순히 새해의 다짐이 아니다.
집에서 하면 계속 흩어지는 집중력을
온전히 한 군데에 몰입하고 싶었다.
지금도 러닝머신을 탈 때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아 팟캐스트를 듣고 있지만..
머신 운동이나 맨몸 운동을 할 때만큼은
노이즈캔슬링 에어팟으로 세상을 차단하고
내 몸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숨이 어떻게 가빠지는지.
실제로 이럴 때 운동이 훨씬 더 잘 된다고 느낀다.
심박수도 집중했 때 더 올라가고
마지막 스트레칭까지 마친 뒤
땀이 한 번에 쏟아질 때 느끼는 만족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마도 나는 바로 이 느낌을 느끼기 위해
내일도 다시 헬스장을 갈 것 같다.
이 몰입의 감각을 또렷하게 알게 된 건
약 반년 전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영상 '라이프 코드'
조남호 대표님의 강의를 통해서였다.
무엇을 더 해야 채워지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인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내려고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에도
그 하나에 제대로 머무를 때
비로소 충만해진다는 걸 그때 이해했다.
지금 내가 30대에 백수로 살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외부환경에 흔들리고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여전히 뒤처진다는 생각에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그 불안을 더 많은 계획으로 덮지 않게 되었다는 점.
잠시라도 온전히 나에게 머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거기서 느껴지는 만족감을
약간 즐길 수 있어진 것 같다.